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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

돈으로 사는 엄마 맛

by larinari 2026. 1. 23.

 

올 겨울 몇 번을 주문했는지 모르겠다. 천수무 동치미이다. 나보다 동생이 더 좋아해서 몇 번을 시켜주었고. 그저 맛있어서 먹는다 생각했는데... 동생과 통화하다 "아, 이거 엄마 동치미랑 비슷한 맛이었구나!" 알았다. 그 어떤 양념도 눈에 띄지 않는, 무와 국물만 있는 동치미를 엄마가 아주 잘 만들었었지. 어릴 적 목사관에서는 겨울이면 김장을 해서 마당 한 구석에 묻었었는데. 거기서 꺼낸 동치미(포기 배추로 만든 백김치와 무가 한 항아리에 들어 있었다.)가 기가 막혔던 기억까지 떠오른다. 겨울마다 연탄 가스 중독된 일이 많았는데, 그때 늘 동치미 국물을 마시곤 했었고... 이것은 분명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같은 것이다. 

 
천수무도 한철이라. 조만간 사먹지도 못하겠구나 싶어 급히 또 주문을 했다. 이미 잘 익은 남은 동치미로 국수를 말았다. 하이고, 맛있어라! 국수만 먹자니 아쉬워 씹을 것이 필요한데... 채윤 현승 없는 집이라 고기를 쟁여두지 않게 되었다. 고기 대신 소화 잘 되는 밭에 나는 소고기, 두부를 곁들이기로. 볶은 김치까지 곁들이기로...  

 
돈으로 엄마 손맛을 사먹는다. 비슷할 뿐인 엄마 손맛... 말갛게 배달된 동치미에 쪽파 듬뿍, 삭힌 고추 몇 개를 넣으면 맛이 깊어진다. 깊어진 국물 맛이 엄마 손맛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가 싶기도 하고.

 

돈으로 산 엄마 손맛은 먹을수록 그립지...

그리움의 깊이는 그 바닥을 알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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