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안천을 걷는데 누군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잡아주세요, 이 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흠, 악수 한 번 하고 가야겠군! 하고 손을 뻗었다. 막상 잡으려니 멈칫하게 되었다. 1센티 거리를 두고 잡는 시늉만 하고 물러났다.

누군가 경안천을 걷다 장갑을 떨어트렸을 것이다. 보통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쓰레기가 될 텐데. 누군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집어 들어 나뭇가지에 끼워둔 것이다. 장갑 주인이 꼭 찾아갔으면 좋겠다. 아끼던 장갑을 성산대교 근처에서 산책하다 잃어버린 일이 있어서 예사롭게 지나쳐지질 않는다. 저기 끼워둔 마음의 손을 잡아보고 싶은 것이었을까?

백로가 혼자 놀고 있는데. 며칠 전 남편이 쓴 글이 생각난다. 어쩐지 JP 같이 느껴져 가만히 가서 그림자로 놀아주었다.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백로는 거의 혼자 논다. 둘이, 혹은 셋이, 혹은 여럿이 같이 있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좀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후딱 달아나버린다. 남이 가까이 오는 걸 저렇게 싫어할까. 다른 녀석들이 안 놀아줘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친구도 없고, 공동체도 모르고, 혼자 고고한 척하는 녀석. 먹이를 사냥할 때는 혼자 있지만, 잠잘 때는 모여서 같이 잔다고 하던데. 꼭 누구를 닮았군.
출처: 블로그 아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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