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는 집에는 온통 책이 널려 있습니다. 거실에도 방에도 쌓여있는 것이 책이고, 발에 걸리는 것이 책입니다. 그녀의 부모는, 특히 그녀의 아버지의 손에서는 항상 책이 떠나지 않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애들 독서습관은 부모가 보여주는 게 최고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애들은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라고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책을 읽겠다고 잡으면 10분을 못 버팁니다. 할머니 표현으로 한다면 그녀가 책을 잡고 앉아 있으면 '똥구멍에서 송곳질'을 해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암튼, 그런 그녀가 한 번 잡으면 30분은 읽어대는 책이 있으니......

이름하여 '한영교회 요람' 입니다.

읽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꾸 읽다보니 외워지기까지 합니다. 어느 날 교회 앞에 어느 아파트를 지나치는데 아파트 이름을 읽은 그녀가 소리쳤습니다. "엇! 송택호 할어버지 사시는 아파트다" 이러십니다. 송택호 집사님은 할아버지가 아니신데 교회요람에서 보면서 할아버지라고 생각이 됐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누군지도 모르는 분이 사시는 아파트까지 외울 정도입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보! 김지숙전도사님 목자하나?" 라고 제가 물었는데 저의 여보는 "글쎄..." 하고 모르십니다. 그때 그녀가 대답합니다. "하셔! 산돌목장!" "그런데 엄마 양수샘은 목장이 없어진 거 같애. 정찬형 선생님이 목짠데 정찬형선생님이 다른 교회 가셨잖아. 그래서 목자가 없어. 제명쌤하고 유나쌤은 같은 목장인데 민종쌤이 목자야" 뭐 줄줄이 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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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한 지 얼마 안되는 부목사님의 신상을 파악하여 요람 '교역자란'에 꼼꼼히 적어 놓았습니다. 사모님 성함은 이거 보고 알았습니다. 수요예배 가서 놀다가 목사님 딸에게 엄마 이름을 물어봐서 외워오는 정도의 열심이 있는 것이죠. '길동시'는 또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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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장의 요람입니다. 목장을 옮기느라 요람에서 빠진 의진이네를 살뜰히 챙겨 적어 놓았습니다. 해가 바뀌어 아이들이 한 살씩 더 먹었기 때문에 아이들 옆 괄호 안에 나이를 고쳤습니다. 압권은 저기 병준이 밑에 '지주'라고 써 있는 아이입니다. 병준이가 최근 여동생을 봤는데 이름 얘기를 하면서 목장에서 '지수' 어떠냐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그 얘기를 어떻게 줏어 듣고는 나름대로 '지수'라고 이름을 올리고 싶었는데 한글이 여전히 잘 안되다 보니 실수가 많습니다. '지주'ㅋㅋㅋ

가장 황당한 건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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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나와있는 부분에 영락없이 채윤, 현승 밑에 '채린'이라는 셋째가 올라와 있다는 거. 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앤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떨 때 보면 생각이 어른처럼 말짱하고, 어떨 때보면 쬐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채린이에 대한 바램은.... 글쎄, 엄마가 불혹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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