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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모음/내 맘에 한 노래 있어24

믿기 어렵겠지만, 해피엔딩이다 조금 울었다.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연재 마지막 글을 위해 고른 찬송을 불러보다 조금 울었다. 기타 들고 소리 낮춰 불렀다. 누군가를, [큐티진] 독자를 앞에 세우고 불러주는 노래가 되었다. 누군가, 또는 독자가 구체적인 얼굴이 되었다. 오랜 취업준비생의 날을 보내고 있거나, 직장생활 한다지만 일의 기쁨 같은 건 느껴보지도 못하고 근근이 버티고 사는 무표정한 얼굴. 언제 펴질지 모를 형편으로 기약 없이 결혼을 미루고 있는 커플의 안타까운 얼굴.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연애와 결혼, 원치 않게 길어지는 비혼의 시간에 당황인지 좌절인지 모르는 무력한 얼굴. 오랜 기다림 끝에 결혼했으나 금세 불행의 낭떠러지 앞에 서서 되돌아가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막막한 얼굴. 미성숙한 부모 인생의 짐을 대신 지고 .. 2018. 12. 2.
이미 잊어버렸느니라 ​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23 주일 예배 순서에 참회의 기도 시간이 있다. 솔직히 맹숭맹숭한 마음으로 눈만 감고 있는 날이 많다. 말로는 수백 수천 번 인정하고 고백했지만 실은 좀 무덤덤한 정체성이 ‘죄인인 나’이다. 익숙해서 무감각해진 것일까. 아니면 무감각 그 자체가 죄인지 모를 일이다. 투명하게 나의 ‘죄’를 느끼자면 어디 한 순간이라도 견딜 수 있겠는가. 나 행한 것 죄뿐이니 주 예수께 비옵기는 나의 몸과 나의 맘을 깨끗하게 하옵소서(찬송가 274장 1절) 전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말 중 하나가 ‘죄인’이라는 얘길 들었다. 비신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편해 하는 말이다. 뭘 그렇게 대단한 잘못을 했다고 죄인, 죄인 하느냐는 것. 비신자만 그럴까. 우리도 불편하다. ‘내가 행한 것이 죄뿐이라!’.. 2018. 10. 20.
나의 필살기, 시험을 이기는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22 쨍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듯이 멀쩡하던 마음이 급히 어두워질 때가 있다. 기분 좋은 대화에 함박웃음 짓다 무심코 확인한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 하나에 마음이 뒤집힌다. 친구의 SNS를 보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우울해질 수도 있다. 깊은 실망감 또는 좌절로 좀처럼 마음의 힘을 낼 수 없는 날이 오래 가기도 한다. 교회 나가기 싫고, 기도조차 나오지 않는 때도 있다. 시험에 들었다! 이 모든 일을 한데 묶는 말이다. 크고 작은 마음의 시험이 밀려왔다 밀려가곤 하는 것이 우리 일상이다. 너 시험을 당해 죄 짓지 말고 너 용기를 다해 곧 물리쳐라너 시험을 이겨 새 힘을 얻고 주 예수를 믿어 늘 승리하라 이 찬송이 좋다. 특히 시작 부분이 좋다. 결코 시험에 들지 말라, 가.. 2018. 9. 20.
참 아름다운 곳이라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21 경험과 그것이 만들어놓은 상상력의 협소함이란! ‘자, 이 찬송 들어봐.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뭐가 생각나?’ 지금까진 물어본 사람들에겐 100% 합의된 정답이다. 야외예배! 그렇다, 우리에게 이 찬송(478장)은 야외 예배다. 이에 견줄 야외예배 찬송이 한 곡 더 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볼 때’(79장) 3절 밖에 안 되고 찬송 길이도 짧아서 더 자주 뽑히는 곡이 ‘참 아름다워라’일 것이다. 여러 교회 청년부에 강의를 다니며 다양한 공동체 문화 일일체험 하는 것이 큰 기쁨이다. 특히 찬양시간은 흥미진진하다. 교회마다 다르고, 인도자마다 다르고, 음악적 수준도 천차만별이인데 그 모든 수준이란 것들과 상관없이, 때로 나의 취향도 .. 2018. 8. 24.
내 어머니 성경책 ​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20 믿지 않는 가정에서 혼자 신앙생활 하는 청년들에게 가정예배에 대한 로망을 자주 듣는다. 결혼 하여 아이를 낳고, 가족이 둘러 앉아 예배드리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좋다는 것이다. 모태신앙이며 특히 부모님의 믿음이 열정적인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렇다. 내게 가정예배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저녁 먹고 숙제도 다 하고 마음 편히 TV에 빠져들 시간이면 영락없이 들리는 소리, ‘성경 찬송 가져와라.’ 매일 밤 새롭게 귀찮고 짜증나고 지겨운 것이 가정예배였다. 교회 저녁 예배가 있는 수요일과 주일은 해방의 시간이었다. “고귀한 시간, ‘낭비’ 예배”(마르바 던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를 고통스럽게 허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랬으니 어머니의 성경책은 .. 2018. 7. 22.
친절한 팔, 영원한 팔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9 세상에 똑같이 생긴 얼굴이 없듯 사람마다 생각도 제각각이라는 것을 안다. 내 생각 있듯이 네 생각 또한 분명하고, 그 차이는 하나님 형상대로 지어진 인간의 신비라는 것도 안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내 주업이고, 고유한 자기다움 찾는 여정 안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더라. 머리로는 그렇게 다 아는데 ‘차이’는 늘 힘겹고 두렵더라. 내 생각과 다른 친구의 입장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을 때가 있다. 그에 대해 논쟁을 하는데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마음 한 구석 휘~잉 찬바람이 일기도 한다. 셋이 친한데 나를 뺀 두 사람이 나만 모르는 것을 공유하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렇다. 숨기는 기술이 좋아서 당황한 마음 잘 들키진 않.. 2018. 6. 28.
충고도 비판도 없이 나를 받아주오 ​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8 기도제목이란 이름으로 일상의 아픔을 나누는 일이 흔하다. 직장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 해도 안 해도 어려운 연애, 어려운 처지의 친구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지, 하다못해 계속 실패하는 다이어트 얘기까지. 누군가 내밀한 어려움을 내놓았을 때 하지 말아야할 것이 충고, 조언, 평가이다. 소그룹 모임에서 내 얘기 꺼냈다 ‘다시는 여기서 나누나봐라!’ 결심한 적이 있다. 여러 번 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그러려니 해, 친구를 돕다 네가 우울해지면 그건 돕는 게 아니야, 경계를 지켜야지, 하나님이 다 좋은 사람 예비하셨을 거야, 일단 살을 빼,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마. 이래라 저래라, 일해라 절해라......” 교회만큼 ‘사랑과 배려’라는 이름으로 ‘간섭과 .. 2018. 5. 24.
소망,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복의 근원 강림하사 찬송하게 하소서. 어릴 적 명절 아침 예배에선 늘 이 찬송을 불렀다. 앞집 친구네서는 제사가 한창인 시간이었을 테고. 목사인 아버지가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참된 복의 근원을 천명하고자함이었을까. 조상님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다! 하지만 어린 내게 이 찬송은 그저 떡국이나 세뱃돈, 명절에 모인 가족들의 분위기 같은 것을 연상시킬 뿐이다. 음악은 흔히 경험과 함께 기억창고에 저장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에는 바로 그 기억을 소환해내는 촉발제가 되기도 한다. 아직도 나는 찬송가 28장을 부르면 어렴풋이 설날 아침을 떠올린다. 내게는 가족의 노래, 명절의 노래이다. 결혼 하고 명절 노래 한 곡을 더 얻었다. 시댁의 명절 아침 찬송은 559장 ‘사철의 봄바람 불어 잇고’였다. 사철에 봄바람.. 2018. 4. 24.
생명줄 잡았다, 자아도취 줄도 잡았다 ​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6 내 마음에 있는 이 노래로 고백록을 써본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경계 지으며 살아온 세월이 길다. 뚜렷한 경계를 세워놓고 나는 불가침의 선 안쪽, 안전한 이쪽에 서 있다고 자신했다. 그것은 흡사 홍수로 떠밀려 내려가는 세상을 방주 안 창문으로 내다보는 안도감이며 다른 말로 하면 선민의식이었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던 이런 속내가 오늘의 찬송 ‘물 위에 생명줄 던지어라’를 부를 때 유독 또렷하게 느껴지곤 했다. (예전 찬송 가사는 ‘물 건.너. 생명줄’이었다) 후렴의 반복되는 가사는 은근히 선동적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방주의 안팎을 그렇게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무모한 확신이 부끄럽다. 물 위에 생명줄 던지어라 누가 저 형제를 구원하랴우리의 가까운 형제.. 2018. 3. 23.
더 깊은 기쁨을 향하여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5 제목이 ‘내가 매일 기쁘게(찬송가 191장)’이다. 이런 제목의 찬양을 부르면서 울 수 있을까? 빠른 템포로 ‘성령이 계시네 할렐루야 함께 하시네 좁은 길을 걸으며 밤낮 기뻐하는 것 주의 영이 함께 함이라’ 온몸 들썩들썩 손뼉 치며 찬양하면서 말이다. 물론 너무 기뻐서 울기도 하니까 당연히 울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내가 매일 기쁘게’ 찬양을 하면서 아픈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내가 해봐서 안다. 이 찬송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이 콕 찍어 정해준 나의 찬송이다. 밝은 성격에 익살 떨며 깔깔거리는 것이 트레이드마크이기에 ‘숲의 새와 같이 기쁘다’ 같은 가사와 딱 들어맞는 캐릭터라는 것. 동의한다. 내게 가장 쉬운 감정이 ‘기쁨’이다. 그.. 2018.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