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모음/음악치료의 세계10 최고의 음악치료사, 엄마 내 생애 첫 번째 노래 가끔씩 내 인생의 첫 번째 노래, 첫 음악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온 세월이 짧지 않다. 꽤 만족스러운 시간들이었다. 그 어떤 이유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가지고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재미와 의미를 다 누리는 삶이라는 자부심의 힘이 컸다. 내가 어릴 적에는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도 않았었으니 조금 정서적 과장을 하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운명 같은 만남으로 음악치료사가 되었다라고 혼자 소설을 쓰기도 한다. 성악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형편 상 그것은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은 음.악.치료사이다. 음악과의 운명 같은 만남은 생애 첫 노래가 아.. 2013. 12. 3. 노인을 위한 음악치료 상으로 얻은 젊음, 벌로 받은 늙음 영화 를 떠올리면 바로 생각나는 대사가 있다. ‘너희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노(老) 소설가 이적요의 독백이다. 늙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 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하는 영화였다. 몸은 마음보다 훨씬 빠르게 늙어간다는 것도 영화 는 아프도록 정직하게 보여주었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돋보기를 코에 걸치고 우아하게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며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늙음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장애인의 비율이 장애인 중에 90%가 사고 등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된 장애인이라고 보면 모든 비장애인들은 ‘잠재적 장애인’이다. 이렇게 보자면 노인질환에 관한한 ‘잠재적’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2013. 10. 31. 정신질환을 위한 음악치료 신경증적 질환의 시대, 나는 괜찮은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에 관련된 소식은 이제 감기처럼 흔하다. 를 쓴 한병철 교수는 시대마다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는데 21세기는 신경성 질환의 시대라고 하였다. 항생제의 발명으로 바이러스적, 박테리아적 질병은 이전 시대의 질병이 되었고 지금은 신경증적 질병이 압도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렇다. 신경과나 정신과는 더 이상 미친 사람이나 가는 병원이 아니다. 우울증은 나 자신과 내 친구들에게서 멀리 있지 않고,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내 아이들에게도 수시로 의심해보는 질병이 되었다. ‘이제 그만 사야지. 그만 사야지’ 하면서도 또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날락하는 자신을 인식.. 2013. 9. 30. ‘정상’ 너머 ‘자유로움’으로 간 음악치료_지적장애인을 위한 음악치료 2013, 9월호 음악치료의 세계를 안내하며 ‘음악치료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짧고 명료한 답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여러 번 앓는 소릴 했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치료 대상자의 다양함이라 밝힌 적이 있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입원 중에 있는 아기를 치료하는 음악치료사와 알콜 중독자 그룹을 맡은 치료사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각각의 음악치료사가 치료를 계획하고 세션을 이끌어가는 것을 촬영하여 비교해 본다면 음악을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음악치료사가 연구하고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만나는 대상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때문에 다양한 음악치료 대상자를 이해하는 일은 음악치료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 이번 호부터는 각.. 2013. 9. 7. 10년 임상 음악치료사도 고민한다. _ 음악치료의 방법 2013, 8월호 치료하고 있는 아이들이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 이른 바 통합교육 시스템 안에 있는 아이들이다. 때문에 음악치료 역시 비장애 아이들에게 적용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질적인 음악활동을 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매 치료시간마다 빼놓지 않는 루틴(routine) 활동이 클래식 음악 감상이다. 한 음악을 여러 세션 동안 반복해서 듣고 주제선율은 키보드로 쳐주면서 익히도록 하기도 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성인에게도 어려운 일이 잡념에 빠지지 않고 집중하여 음악을 듣는 일이리라. 하물며 인지적인 약점을 가지 지적장애 친구들이겠는가. 다행인 것은 청각자극은 시각자극과 달라서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하다면 .. 2013. 9. 7. 사람,음악에 반응하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말이 있다. ‘어, 뭐라구?’ 한 번 더 묻게 만드는 말이다. ‘음악치료’가 그런 말 중 하나인 것 같다. 그저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도 직업을 묻는 말에 ‘음악치료사예요’ 하면 ‘그래요?’ 하면서 사람을 다시 봐 주는 느낌이 있다. 자존감 증진의 순간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면서도 ‘좋은 일 하시네요. 좋은 직업 가지셨네요’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여하튼 ‘음악치료, 음악치료사’는 있어 보이는 말인 것은 틀림이 없다. 기실 음악치료사가 좋은 직업임에 틀림없으나 막상 치료사로서 음악치료 세션 안에 있을 때는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허다하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는데 클라이언트에 따라서 함께 부르거.. 2013. 6. 28. 음악을 다자인하다 장안에 입소문으로 알려진 ‘목요강좌’라는 문화강좌가 있다. 인문학자, 정치인, 시인, 종교인 등 다양한 강사들이 거쳐 간 곳으로 유명하다.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데 최근에는 그룹 ‘산울림’의 리더였던 김창완 씨의 강의가 있었나 보다. 강의 제목이 마음을 확 낚아챘다. ‘아무리, 노래 한 자락이 위로가 될까.’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리 노래 한 자락 부른다고, 누가 노래 한 자락 들려준다고 쓰라린 마음에 위로가 될까? 김창완 씨가 그렇게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노래 한 자락이 위로가 될까.’에 물음표를 떼어버린 이유는 과연 그러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오직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한 일념 하나로 고가의 장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오디오 마니아들이 있다. 엄마 몰래 예약 주문을 걸어놓은 샤이니의 새 앨범.. 2013. 6. 9. 음악치료의 역사 ᆞ 사진 : 에 실린 것을 재촬영. 제목 : 하프를 연주하는 다윗 음악치료의 방법 중에 ‘삶을 위한 리듬(Rhythm for life)’이라는 것이 있다. 손에 패들드럼(소고 모양으로 손잡이가 있어 개인이 들고 칠 수 있는 북)을 든 참가자들이 기본 박에 맞춰 단순한 리듬을 연주한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짧은 시간이 아니라 꽤 긴 연주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울림이 좋은 드럼으로 반복되는 리듬을 연주하며 ‘리듬 서클’ 안에 머물다 보면 어느새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지속적이며 균일한 박자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하나로 모아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하면 이렇게 밋밋하지만 난타 공연을 관람하면서 공연장을 가득 채운 .. 2013. 5. 2. 누가 음악치료사가 되는가 - 4월호 '음악치료의세계2'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면서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는 정말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이다’라는 확신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 말이다. 전공을 선택하고 나서 ‘이것은 바로 나를 위한 학문이다.’ 하고 주어진 시간을 ‘아깝다. 짧다’ 느끼면서 공부에 매진하는 그런 학생은 또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이 모든 사람을 대학원 과정을 통해 만나보았다. 동료 학생들을 알아가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건 뭐 종교단체의 간증집회를 방불케 하는 열정과 확신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바로 음악치료사가 되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같은 확신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 일까? 우리나라에서 음악치료 전공은 대학원에.. 2013. 3. 28. 음악치료란 무엇인가 - 3월호 '음악치료의세계1' 음악치료를 공부하던 십 수 년 전에 이런 식의 질문을 많이 들었다. ‘음악치료가 뭐예요? 음치 클리닉 같은 거요?’ 국내에 음악치료가 대학원 과정으로 처음 생겼던 때니까 용어 자체가 생소한 시절이었다. 어느덧 ‘음악치료사’가 드물긴 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직업이 된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직업이 음악치료사라고 소개를 하면 대번에 ‘오, 좋은 일 하시네요. 저도 치료 좀 해주세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면서 이내 따라오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음악으로 어떻게 치료해요? 음악을 듣다보면 치료가 되나요? 노래를 막 불러주면 치료가 돼요?’ 음악치료가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십수 년 전에 받은 ‘.. 2013. 3.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