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개학이다 자유다 본문

아이가 키우는 엄마

개학이다 자유다

larinari 2009.02.06 14:29

내 일찌기 다른 엄마들이 방학했다며 클났다하고 개학했다며 신난다 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다.
아뉘, 애들 아침부터 깨우지 않아도 되고, 숙제 걱정 안해도 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없이 쉴 수 있는 방학이 어찌 싫단 말인가? 라며 자질부족의 엄마라는 식으로 속으로 비웃었으나....

지난 화요일 두 녀석 개학하고 혼자 오전에 집에 있어보니 이게 딴 세상이다. 개학은 곧 엄마의 방학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으니 말이다.
방학 한 두 번도 아닌데 왜 이리 느낌이 다르지? 생각해보니, 지난 방학은 모두 아빠의 방학에 무게가 더 기울어져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월요일마다 내려가던 아빠가 늘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 매 번 방학은 이벤트 그 자체였었는데 이번 방학부터는 학생이 아니라 말하자면 직장인의 신분으로 출퇴근 하시며 새벽기도 하시니.....그저 한 달 내내 셋이서 집 안에 꽁꽁 묶여있던 터였다.


아침 멕여놓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좀 쉴라치면 '엄마, 뭐 먹을 거 없어? 배고파' 이러면서 들이대고,
하루종일 지 에미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꼴을 못 봐주시니 말이다.


날씨도 추운데다 자동차도  맘대로 쓸 수가 없는 뚜벅이 신세가 되어 어디 데리고 나가기도 힘들고...
방학내내 집에만 있다가 잠실 교보문고에 한 번 나가게 됐는데 우와, 비록 만화책이긴 하지만 책을 사자마자 읽고 싶어서 난리를 치더니 지하철에서 꼼짝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지시기도 하였다.


어릴 적 생각하면 그래도 혼자서 만들고, 부시고, 읽고, 그리고, 음악 듣고, 춤추고 참 잘 노는 편인데...

애들이 있으면 책을 읽어도 읽는 것 같지 않고, 조용한 묵상도 안 되고, 아무 때나 내 시간 치고 들어오는 통에 짜증만 나고....

방학 말기에는 언젠가 현승이의 그림 속에 있던 이 표정으로 하루죙일 보냈다.
노래도 하나도 안 하는데 목이 꺼끌꺼끌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고....
 
아, 정말 개학이 자유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님? 엄마?  (26) 2009.09.08
시험공부는 애들을 어떻게 만드나?  (18) 2009.06.25
개학이다 자유다  (11) 2009.02.06
스타워즈 폐인  (17) 2008.09.20
우리 아이들의 아빠  (13) 2008.07.30
패스트푸드점  (10) 2008.03.11
11 Comments
  • 프로필사진 인아 2009.02.06 15:12 그러게 언니....진짜루 지인짜루 그렇지? 나는 막달이다 ㅋㅋㅋ 유진이 녀석 달고 다니는 것도 이번 달이 막달이지 ^^ 비록 아덜이 밥먹고 12시반이면 와도... 그래도 조오타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2.09 12:28 대단하다. 기미나!
    유진공주님을 옆에서 몸종으로 뫼신지가 어언 몇 년이냐?
    그 세월 어디다 집어넣지 않고 집에서 뫼시느라 진짜 고생많았다. 기미나만 할 수 있었던 일이야. 비록 등짝에 무늬는 쫌 새길망정....ㅋ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2.06 18:34 정말 그렇다니까요.
    방학이 곧 엄마에게는 개학시작, 개학이 엄마에게는 방학.^^
    제가 쓰레빠신고 커피마시러 가는 것도 미루고 있는 이유가
    방학이라는데에 있다니까요.ㅋㅋ
    본격 개학하면 쓰레빠 끌고가서 쌍으로다가 커피마시고 와야쥐~^^

    얼마 안있음 헤어질 딸과의 동침도 이게이게 여러달 되다보니
    현승이 그린 저 무써운 얼굴 나왔습니다요~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2.09 12:29 마지막 시험을 위해 나갔죠?
    너무 긴 방학을 얻으시는거죠. 이제는...
    이번 주 지나면 또 봄방학인데요. 방학 때 쓰레빠 마실도 좋아요. 그렇게 와주시면 제가 잠시 해방이 되잖아요. 아셨죠?ㅎㅎ
  • 프로필사진 BlogIcon forest 2009.02.09 14:40 정말 오늘로서 마지막 셤을 끝냈어요.
    에휴~ 제가 다 홀가분하네요.
    울 딸이 완전 어렵다고 마음 탁 접으라네요.
    오늘 저녁에 오면 이제 마음 놓고 좀 쉬어야겠어요.^^
  • 프로필사진 hs 2009.02.06 23:52 ^^ 이해가 됩니다.
    요즘에는 자녀의 수가 적은데도 그런데 예전에 우리들 어릴 때는 한집에 최소한 다섯명은 넘었었으니 정말 우리 어머니들게서는 힘든 시절에 자기 생활도 없이 고생만 하시다 세상을 떠나신 것 같습니다.

    몇일 있으면 또 봄 방학이니 열심히 즐기세요.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2.09 12:31 확실히 요즘에는 애들에게 너무 에너지를 많이 쏟는 것 같아요. 먹이는 거, 공부시키는 거, 심지어 노는 것에 시간관리까지 엄마들이 다 하는 게 대세라서요...

    담주면 또 방학이예요.ㅜㅜ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09.02.07 14:27 미안하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2.09 12:43 당신한테 미안하단 소리 들을 일 없었으면...^^;;
  • 프로필사진 hayne 2009.02.07 15:38 애들 아침부터 깨우지 않아도 되고...
    이저 무지 공감가는 말이야. 나두 그래서 방학이 좋거든.
    근데 개학해서 기원이가 없는 오전이 어찌 그리 평화롭게 느껴지든지.
    저 혼자 잘 놀고 날 졸졸 따라다니는 것두 아닌데..
    방학땐 그저 애들을 위해 뭘 해야한다든지 나 자신을 위하 뭘 해야한다든지
    뭐 이런 생각들이 스트레스를 주는거 같아.
    그래서 이번엔 암 생각없이 그냥 흘러가는대로 지냈더니
    정말 한게 하나도 없넹
    개학은 개학이라 좋고 방학은 방학이라 좋고 뭐 이랬음 좋겠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2.09 12:32 처음 개학했을 때는 무지 좋았는데요...ㅎㅎ
    요즘 아침 점심으로 애들을 태우고 하남으로 날아다니잖아요. 것두 또 힘이 드네요.

    정말 마음을 좀 바꿔야겠어요.
    개학은 개학이라 좋고, 방학은 방학이라 좋고...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