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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도토리교회

by larinari 2015. 8. 24.

 

 

 

엄마 아빠 오늘 어느 교회 가?

도토리교회.

도토리교회? 으하하하하. 기여워. 아오, 기여워.

 

채윤이의 말이 예언과도 같았다.

도토리교회는 도토리 같이 기여운 교회였다.

하나님(부처님 아니고) 손바닥에 든 도토리들처럼 모여 찬양하고 예배하니 기여웠다.

 

작고 기여운 사이즈와 모양 때문에 결코 위협적일 수 없는 도토리 같은 교회.

그래서 '안전한 곳'이란 수식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에 앉아 예배 드렸다.

내 몸 사이즈에 꼭 맞춰 안아주는 엄마 품 같았다.

높은 천정, 바닥을 진동시키는 바이브레이션의 성가대의 찬양, 오르간 소리,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고요함에 익숙해져 잊었던 감각이다.

도토리교회에 계신 하나님은 내 허전한 등을 따스하게 감쌌다.

부엉이 안경을 쓰고 집게손가락 흔들며 요리조리 따져대는 교만한 이성을 잠재우셨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 그냥 거하라고, 쉬라고 하셨다.

 

큰 용사이며 동시에 나병 환자였던 나아만 장군을 만났다.

글 쓰고 강의 좀 한다며, 마음공부 좀 해서 사람 마음 안다며 기세등등한,

나는 큰 용사라 자부하며 이스라엘 왕 앞에 뻐기고 나가는 나아만 장군이다.

그러나 기실 그곳에 간 목적은 썩어들어가는 내 몸을 고치기 위함인데.

사실 나는 교만하여 내 뜻대로 휘두르고 싶어 설치다 좌절한,

마음이 썩어들어가는 허무병 환자이다.

 

정결하게 하는 샘이 나의 앞에 있도다. 성령께서 권고하사 죄 씻으라 하시네.

나의 가는 길이 좁고 내 뜻대로 안 돼도 모든 욕심 다 버리고 주만 따라가겠네.

한량없는 주의 은혜 나를 영접하셨네. 성령님께 또한 영광 모두 돌려드리세.  

 

말씀과 찬양, 그리고 사람들의 따스한 인사가 나를 '정결하게 하는 샘'으로 안내하였다.

잊은지 백년이 된 것 같은 성령님의 따스한 위로, 생명의 샘물을 기억나게 하였다.

허무병 환자도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다시 새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남편 피정주간마다 무슨 쇼핑을 하듯 잘한다는 교회를 골라 가보곤 한다.

눈높은 소비자의 콧대를 스르르 사라지게 만드는 예배가 있는 교회,

아니 감히 소비자의 잣대를 꺼내 들 마음이 들지 않는 교회가 있다.

이런 작고 기여워 안전한 교회가 있다니! 시름이 깊어진 마음이 크게 위로를 받는다.

이 땅의 교회에 대한 사랑인지 책임인지 개인적 소명인지 복잡한 남편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가 지펴졌으면.....

 

 

 

  

 

작은 교회를 보며 '부흥이 안 될까' 걱정해본 적은 많지만

'커지지 말았으면' 싶은 마음이 든 건 처음이다.

좋은 물, 좋은 목자가 알려지지 않을 방법이 없는 시대이긴 하지만

도토리교회가 빨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어디 있는 교회인지는 안 알랴줌.

꼭 알고 싶은 분은 검색을 하든 제게 묻든 알아서 하시길.

 


** '도토리교회' 검색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알려드립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섬기시던 목사님께서는 2015년 12월 즈음에 사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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