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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사모라는 이름2

larinari 2016.08.21 07:22




남편의 교구수련회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살인적인 더위가 어제부터 다리 힘이 풀린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조금 견딜만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아무튼 아내가 2주간 집을 비워도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 하여서 준비한 '하늘가족 7교구' 수련회를 마쳤습니다.


아내로서는 돕지만 '사모'라는 이름으로는 유령처럼 지내기로 한 불문의 약속같은 게 있는데요. '당신 수련회 와서 핸드드립 해라' 하는 말에 오, 그건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조용히 드립만 하면 되니까. 하고 낚였습니다. 덥석 낚싯밥을 무는 게 아닌데! 찬양 인도할 사람이 없어, 공동체 훈련 진행할 사람이 없어. 징징징. 징징징. 결국 카페는 날아가고 찬양인도와 짧은 아이스브레이킹 순서를 맡아 따라갔습니다. 


20여 년 만의 찬양인도. 20여 년 만의 공동체 게임 인도. 젊은 날 한때 찬양인도와 레크레이션 인도는 교회봉사의 주종목이었는데요. 유령처럼 지내던 여기서 찬양인도를 하게 될 줄이야. 특히 이 교회와서는 불신 남편으로 혼자 신앙생활 하는 여자 모양새로 지내던 5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사모님' 이란 호칭을 가장 많이 들은 이틀이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에서도 '사모'라는 주제로 글이 하나 있고 블로그에도 몇 번 썼던 것 같습니다. 출판사의 비공식 문건인 것 같은데 저자에 관한 기록 중에 '정신실 사모님은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메시지가 있는가 봅니다. ^^ 제가 딱히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출판사 뿐 아니라 강의나 원고로 만나는 분들 중에도 저에 대한 배려로 호칭에 신경 써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글 (사모라는 이름) 때문인가 싶기도 하구요.


몇 년 전에 한참 트위터 하는 재미에 빠졌을 때, 밖에서 청년들을 만났는데 큰 소리로 사모님 사모님 하기에 으슥한 데 끌고 가서  '브께스는 은니르그 블르라' 했다는 얘길 웃자고 썼는데 그것 때문인가요? 호칭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부르느냐, 어떤 마음으로 부르느냐죠. 여기서는 '사모님' 대신 '집사님'으로 불리고 있는데 사모나 집사나 언어 안에 사람을 꾸겨 넣으려는 것은 한 가지로 나쁜 것이고요. 사모든 집사든 형제님이든 자매님이든 마음의 손을 잡고 부르는 말은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올 여름 저는 유난히 청년부보다 장년부 수련회 강의를 많이 하였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전교인 수련회들이었는데요. 지나가는 아가의 이름을 모두 다 알고, 장로님 권사님 건강 상태를 알고, 오래 쌓여온 사랑과 갈등의 결이 있는 공동체. 누구야, 밥 먹었니? 너 엄마가 저쪽에서 찾던데. 집사님, 혼자 오셔서 외로우시겠어요. 장로님, 커피 타다 드릴까요? 이런 지나가는 말들이 참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대형교회 한계라 어쩔 수 없는데 교구 수련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구역 몇 명 외에는 서로들 초면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련회, 하면 공동체의 끈끈함이 프로그램 사이사이의 추억을 짓는 것인데 그 점 참 아쉽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란 그냥 맞잡는 그 순간 이미 따스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마주앉아 식사하며 얘기 나누면 금세 마음이 이어집니다. 혼자 육아하며 우울을 겪었던 이야기, 빵빵 터지는 남편 시리즈, 오래 섬기다 떠나온 교회에 대한 아픔과 회한. 짧은 시간에도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오는 뭉클함입니다.  


남편 밖에 모르는데 얼마나 뻘쭘할까 하고 갔지만 가자마자 처음으로 알아봐주신 권사님께선 책도 이미 읽으셨다며 손잡아 주셨고요.(권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느낀 교회의 따스함이었습니다. '사모'이기 때문에 누리는 특권에 감사하고 두려웠습니다. 사모라서 더 예쁘게 보시고, 사모라서 처음 보는 젊은 사람에게 금세 무장해제 하고 마음을 열어보이십니다. 목회자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자리가 얼마나 엄중한 자리인지, 얼마나 손쉽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자리인지 잘 알고 있던 사실을 새로움으로 실감합니다. 착한 교우님들의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너무 쉽게 목회자에게 투사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목회자의 자리는 너무도 위험합니다. 권력와 특권의식이라는 유혹자가 문지방에 엎드려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패키지로 따라다니는 사모도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손과 손을 맞잡고 마음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나누는 사람다운 만남 그 이상을 지어내지 말아야할 일입니다. 


20년 만의 찬양인도였는데 컨셉은 '7080'이었습니다. 우물가의 여인처럼 난 구했네.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네. 나를 사랑하는 주님 나를 위해 죽으시고..... 그리고 주제는 '집으로, 아버지 집으로' 였습니다. 나 주를 멀리 떠났다 이제 옵니다, 나 이제 왔으니 내 집을 찾아, 주여 나를 받으사 맞아 주소서. 그리고 수련회 주제 찬양은 '하나님의 은혜' 였습니다. 이 찬양의 가사는 한 마디 한 마디 제 가슴에 콕콕 박혔습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나의 달려갈 길 다 가도록

나의 마지막 호흡 다 하도록

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햬라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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