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집에는 남동생 세 마리가 쭈루룩 있다.
'형숭이 형아'를 영웅으로 모시나 결코 말은 잘 듣지 않는 삼 형제.
삼형제가 사는 외가 김포는 늘 가서 놀고 싶은 곳이다.
지난 주말에도 가서 일박하면서 신 나는 하루를 보내고 왔다.
가서 놀기도 하고 자기도 하지만 현승인 그렇다.
삼 형제 키우느라 힘든 착하디 착한 선영이 외숙모에게 마음의 눈을 떼지를 못한다.
그래서 갈 때는 사탕, 초콜릿 등을 챙겨가서 아기 돼지 삼 형제에게 당근으로 쓰면서
외숙모 말을 즉각 듣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자기 전에는 다같이 일기를 썼고,
거기까지 가서 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외숙모를 돕기 위해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 것 같다.
'시간'이라는 일기를 A4 용지에 썼고, 깜빡 잊고는 그걸 두고 왔다.



itistory-photo-1



문제는 그 다음 날 동생 1번의 일기.
표절의 냄새가 진하다.
이걸 보고는 외숙모가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왔고,
일이 또 그렇게 되려고 했는지 바로 그 순간 현승이가 엄마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동생 1번의 일기를 본 현승이는 버럭버럭 난리가 났다.

이건 저작권 침해다.
엄마랑 외숙모는 왜 이런 일을 가볍게 생각하느냐.
어서 수현이를 혼내주고 다시 쓰게 해라.
이러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엄마는 아들들이 귀여워서 계속 실실 쪼개고 있었다.
그러자!
속상해도 너무 속상했던 형숭이 형아는 형아의 자존심을 구기면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엉엉엉엉.... 내 껄 베꼈잖아. 이건 저작권 침해야. 빨리 전화해서 확인해. 지웠는지. 엉엉엉'


 

쉬 그치지 않고 뚝뚝뚝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울어서 꽤 당황을 했다.
두 녀석이 귀여워서 키득거리던 엄마는 당황해서 표정관리가 잘 안 되고.
선영이 외숙모에게 전화해서 과장된 연기를 했다.
'선영아, 그건 저작권 침해잖아. 수현이 일기 지우고 꼭 다시 쓰도록 해 줘.'
등에 살짝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어려운 아들. 아, 어려운 아들.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년 만에) 다시, 삶과 죽음  (6) 2013.04.29
월요일  (2) 2013.04.08
메추리알 까기  (7) 2013.04.01
엄마  (2) 2013.03.27
상처  (6) 2013.03.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