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먹고 출출한 시간.
엄마는 원고에 매여 뭐라도 챙겨 줄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출출한데다 심심하기까지 해서 몸을 꼬고 있는 현승이에게 아빠가,
"계란 삶아 먹어. 니가 한 번 삶아 봐" 했더니 "진짜? 진짜?" 하고 시도했습니다.
아빠가 가르쳐주는 매뉴얼대로 시간을 재서 삶았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요리해 본 거야. 내가 처음으로 계란을 삶았어"
두근두근.... 까서 먹으려고 보니 덜 삶아진 것.
사실 먹어도 되는데 '실패했다'면서 속상해합니다.
엄마에게 와서 '어떻게 하냐?'며 치댑니다.
원고 때문에 예민하기도 하고 원래 '화를 잘 내는' 엄마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자,
눈물이 그렁그렁.
"실패했잖아. 내가 처음으로 해봤는데 실패해서....."
'그럼 다시 한 번 해보라'고 하니 얼굴이 밝아집니다.
두 번째 시도에 맘에 꼭 들게 성공!
머리털 나고 처음 삶아 본 계란, 감동에 겨워 맛있게 냠냠 먹었습니다.

(그런데 현승이 얼굴, 왜 저렇게 긴 거지? 이문세 아저씨 울고 가겠네)

 

 

머리털 나고 처음 계란 삶아 본 것으로 따지면 아빠도 바로 전전 주에 경험한 일입니다.
일주일 '체험 삶의 현장-주부편'을 경험하던 아빠가 40이 넘어 처음으로 계란을 삶아본 것이죠.
바로 위의 사진을 멀리 시카고까지 날려 보내왔었드래요.

이렇게 아빠와 아들이 올여름 진짜 사나이가 되어 갑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지 손으로 지 먹을 것 만들 줄 아는 것,
그 영광을 살아 봐야죠.
그래야 행여 엄마가 멀리 여행 가서도
산봉우리에 해가 뜨고 해가 질 적에 종필과 현승을 믿고 단잠을 이루죠.

우헤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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