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원고>
우리 엄마는 원고를 쓴다.
책에 서평도 쓰고 에니어그램에 관한 글도 쓰고 MBTI에 관한 글도 쓴다. 그리고 음악치료에 관한 글도 쓴다.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원고를 쓸 때는 싫다.
왜냐하면 엄마 성격도 훨씬 까칠해지고
내가 좀 무엇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냥 가만히 내 할 일이나 하라고 한다. 내가 이 일기를 왜 쓰냐면 바로 지금 옆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엄마가 성격이 까칠해진다는 것은
조금만 말해도 대답도 안 하고 짜증만 낸다.
그래서 원고를 쓸 때는 엄마를 좀 배려해야 한다.
엄마에겐 공포의 배려이긴 하다.
가만히 두는 게 도와주는 건데 몰입을 할라치면
'엄마, 잘 써져?'
'엄마 그런데~에, 나 이번 토요일에......'
사실 고문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들의 마음은 정말 알겠다.
어제는 거실을 다 차지하고 시험공부 하는 채윤이와 배려남을 피해 방으로 숨었다.
현승이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똑똑! 하더니 배려남님이 들어오는데... 저렇게 접시에 홍시를 담아 가지고 설라무니.
"엄마, 이거 먹으면서 써. 내가 감 깨끗이 씻었어."란다.
키워서 며느리 주기엔 아까운 놈이다.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탁 밑 전쟁_20131104 (2) | 2013.11.04 |
---|---|
일주일이라는 시간_20131030 (2) | 2013.10.30 |
엄마 원고_20131023 (15) | 2013.10.24 |
나_20131021 (10) | 2013.10.23 |
우리 아빠_20131012 (4) | 2013.10.19 |
할머니_20131014 (6) | 2013.10.15 |
-
-
-
-
-
털보 2013.10.25 11:25
얼마나 좋으십니까 그래.
저는 원고 마감이라 아무데도 못간다고 하면 그거 내가 편집해봐서 아는데 며칠 연기해달라고 하면 돼. 여행갔다 와서 써줘도 된다니까 하면서 마구 원고 일정까지 조정해주는 엄청 고마운 분과 살고 있는데 원고 쓰는 건 더 힘듭니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