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있어 대전에 내려가는중이다.
잠탱이 현승이는 어제 밤부터
'엄마가 일어나서 화장하면 난 그 소리에 깰 수 있어. 엄마 얼굴 볼 거야' 했다.
잠탱이 현승이가 정말 6시부터 일어나서 안아주고 안녕을 해줬다.

집을 나선지 10분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엄마, USB 놓고간 거 아냐? 아~ 회색 아니야? 알았어. 잘 갔다 와?"

기차 탔는데 또 전화가 왔다.
"엄마, 아빠 오늘 아침 회의 있어? 같이 아침 먹을 수 있어? 아~ 그래. 기차 안이야? 알았어. 안녕"

계속 전화하는 이유를 안다.
현관 앞에서 인사하곤 '엄마 가니까 싫다' 했다.
저녁이면 보는데 뭘 이렇게 유난을 떠냐? 엄마 중독자!
라는 건 어른 생각이다.

나도 어릴 적, 엄마 아버지 같이 심방 가고 집에 동생이랑 둘이 있는 게 참 싫었다.
엄마가 집에 있어야 좋았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아이에게.

금방 된통 혼나고 현관을 나가서는 현관 앞에서 넘어져서 아프다 울며 뛰어 들어와 엄마 품에 안기던 채윤이. 초등 1학년 적 그 일을 나는 잊지 못한다. 방금 전 고통의 근원이었던 엄마가 세상 밖 고통과 맞닥뜨렸을 때 바로 뛰어들 품이 되는 것.
내가 엄마라니!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니!

아이들에게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 아이의 맘으로 생각하면 현기증이 난다.
가장 두려울 때, 외로울 때 부르는 이름이 엄마, 엄마이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그다지 위대한 존재가 못 된다.
위험에서, 위험 앞의 두려움에서, 외로움에서 아이를 도와 건져낼 힘이나 능력이 없는 존재다.
그래도 아이들은 가장 위급한 상황에선 엄마, 엄마 부른다.

엄마 중독자 현승이의 전화가 왜 이리 미안하고 아픈지 모르겠다.
아이의 영정을 품고 아스팔트 바닥에서 밤을 지새운 단원의 엄마들 생각이 자꾸 난다.
이 엄마들 가슴에 울리는 아이의 '엄마, 엄마' 뼈에 사무치는 고통일텐데......
아, 나는 그 고통을 상상할 수도 없다.

엄마 껌딱지 현승이의 '엄마' 소리에 눈물이 난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자꾸 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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