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광장> 출연 방송분이다. <슬픔을 쓰는 일>이 대화의 주제였지만, 결국 '감정을 대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연구소 페이지에 방송 다시듣기 링크를 공유하면 올린 글이다. 

 

슬픔에 오롯이 머무를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체험적 고백입니다. 내적 여정의 시작은 외적인 성취와 성취로 인한 만족감과 인정에만 초점을 맞추던 눈길의 방향을 바꾸어 안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나음터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주 인용하는 헨리 나우웬 신부님의 말씀처럼 “감정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고요. 즉, 감정에 머무는 것은 내면과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것과 같습니다.

방송에서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감정에 머문다’고 했습니다. 감정을 책으로 배우거나 심리학이나 상담 공부를 시작하는 때 범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건강하게 감정을 대하는 방식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겠다! 중2 아이들에게서 본 흔한 태도입니다.

물론 표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표현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인식’입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감지’하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 이 지점에서 취약합니다. 단지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감정 조절을 잘하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거나, 슬픔 따위는 단 하루 느끼는 것으로 족하다고 자신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장례식 다음 날부터 아무렇지 않게 일상 회복이 가능할 수 있지만, 경험상 감정을 성숙하게 대하는 태도라 볼 수는 없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감정에 대해서 성숙한 사람은 지금 자신의 ‘진짜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것입니다. 진짜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은 표현의 방식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에 충분히 머물고, 흘려보내면 그것은 더는 없는 것이 됩니다.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고, 화내야 할 때 피해버리면, 어디로 가지 않고 내 몸 어딘가를 얼려버려 긴장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기쁨을 앗아갑니다.

 

“기독교인이 죽음과 슬픔을 마주하는 슬기로운 방식은?” - CBS 레인보우 팟캐스트

“기독교인이 죽음과 슬픔을 마주하는 슬기로운 방식은?” <2021.08.08>(출연 : 마음성장연구소 정신실 소장)상담자이면서 목회자의 아내인 정신실 작가는 지난 해 3월, 코로나 펜데믹의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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