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닭껍질 좋아한다고!"

 

채윤이가 닭껍질 좋아하는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후라이드 치킨, 백숙 가리지 않고 닭껍질은 다 좋아한다. 돼지고기 살코기 없이는 먹을 수 있지만 비계 없이 먹을 수 없다. 엄마지만, 어른이지만 진심 존경한다. 정말 나는 아직도 돼지고기 먹을 때 몰래 비계 떼어내고, 백숙 닭껍질은 먹을 생각도 못한다. 튀긴 닭 껍질의 고소한 맛을 겨우 좀 안다. 그것도 정말 채윤이 덕이다. 하도 어릴 적부터 "나 껍질만 먹으면 어때? 안 돼?" 했쌌길래 경쟁심에 먹어보다 맛을 들였다. 

 

얼마 전 닭 백숙을 먹다 현승이가 내지른 말이다. "나도 껍질 좋아한다고!" 누가? 누가? 현승이가? 니가 무슨 닭껍질을 좋아하냐고, 조금만 입에 껄끄러워도, 조금만 느끼해도 다 뱉어내는 놈이, 일찍이 "배트맨"이란 불렸던 놈이 무슨 닭껍질을? 했더니. 후라이드 치킨의 껍질은 싫어하지만 백숙은 아니란다. 백숙 닭껍질을 좋아한다며 뺏어가지 말라고 하는 말이었다. 와아~씨. 백숙 닭껍질이라니! 그걸 가지고 싸운다니!

 

현승이는 태어나서 며칠을, 아니 몇 달을 그렇게 울어댔다. 산후조리원부터, 집에 와서까지 조그만 자극에도 그렇게 울어댔다. 그때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고, 얘가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런가 두렵기만 했었는데. 현승인 낯선 모든 것이 힘든 아이였다. 태어나본 넓고 환한 세상이 낯설어서, 어쩔 줄 모르고, 벌쭘해서 그랬나 보다. 한 20년 가까이 키우면서 영혼의 생긴 모양을 보니 그렇다. 음식도 그랬다. 낯선 음식은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뱉고 봤다. 배트맨이었다.

 

그런 현승이가 회를 좋아하고, 육회에 환장하더니 흐물흐물 닭껍질까지 접수하는 것은 순전히 누나 효과이다. 누나 채윤이는 태어나본 세상이 만만했고, 맞서볼 만했다. 뭐든 오기만 와라 부딪혀 이겨줄 테니! 하며 다가가는 영혼이었다. 그런 누나를 앞잡이 삼아 놀고, 또 놀다 보니, 그런 누나의 살아 있는 장난감으로 생애 초기를 살다 생긴 감각이 있다. 닭껍질을 즐기는 감각이랄까. 그런 감각들.    

 

누나 효과 뿐이랴. 엄마 효과도 있고, 아빠 효과도, 어릴 적 키워주신 할아버지 효과도... 자라서는 친구 효과도 있었겠지. 닭껍질 먹는 열아홉 현승이 되기까지. 현승이 뿐이랴. 나도, (그리고 당신도) 인생길 걸어오면 만난 수많은 사람들 효과로 오늘 이 모양을 살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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