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는 중동 배낭여행 중이다. 제 몸 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공항 노숙을 불사하고 떠났다. 안전한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노선을 정하고, 그때그때 저렴한 숙소를 찾는 여행이다. 안식년 '꽃친'을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면서 짧고 굵은 갈등 속에 선택한 소명고등학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모든 것이 좋았고, 고등학교 생활에 어려움(현승이 자신의 어려움, 엄마로서 나의 어려움)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과 갈등조차 좋았고 감사하다. 이번 여행 준비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사가 두 배, 세 배로 커진다. 감사의 핵심은 사람, 선생님들이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만날 사람, 손!)

 

저렴한 항공권 덕에 부다페스트에서 긴 경유를 하고, 그 덕에 유명하다는 부다페스트 야경도 보았단다. 이집트로 넘어가 피라미드를 보고, 다합에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무엇보다 밤에 시내산을 올라 시내산 일출을 보았다는데. 남편과 둘이 입을 헤 벌리고 영상과 사진을 보는데 "부럽다,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요르단으로 건너가 와디 럽(붉은 사막)으로 들어갔다는데, 와! "매드 맥스"에서 그 언니들이 달렸던 길이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남편은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성지순례 다녀온 경험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모른다. 그땅, 육화 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걸으셨던 갈릴리 호수 변을, 사도바울이 디뎠던 땅을 걸었다는 경험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듣기 싫을 정도로 그 경험을 말하고 또 말하고, 설교에 인용하고, 말씀 묵상에 인용한다. 직접 가본다는 것을 그런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을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성지순례를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좋아하지 않거나,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갈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제치는 "여우의 신포도"인지도 모르겠다만.) 시내산 등반을 하고 일출을 바라보는 아이들 영상을 보면서 정말 가보고 싶다. 모세가 섰던 자리라니, 모세가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한 그 산이라니!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모 대상 강의를 하면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잘해주고 질투한다."는 표현을 하면 대부분은 처음엔 갸우뚱 한다. 좋은 (특히 신앙이 좋은?) 부모일수록 갸우뚱의 각도가 크다. 어떻게 아이를 미워할 수 있지? 그래, 가끔 미울 수가 있다지만 질투를 한다고? 그렇다. 질투다. 나는 아이들을 질투한다. 내가 다 해주고도 질투한다. 내가 못 받아본 것을 주고, 나는 갈 수 없는 곳에 보내놓았기에 질투한다. "엄마빠가 그 정도 해줬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더 잘해야지, 어디서 그런 막 돼먹은 태도야!" 못 누려본 것을 누리게 했으니 부모를 추앙하라! 이런 마음이 얼마나 자주 올라오는지 말이다. 질투와 시기심의 은근한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말이다. 

 

좋은 경험을 했으니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빠 여행 보내줘, 이런 기대나 강요, 농담을 빙자한 허튼 말 따위도 하지 말아야지. 그저 너의 순간을 온전히 누리라고 해야지.

하지만 나는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현승이가 부럽다. 현승이 인생이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백 번 말해야지.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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