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
なんでもないや : 아무것도 아니야(영화 "너의 이름은" OST 중)
You’ve got a friend in me(영화 "toy story" OST 중)

 

"김현승, 나와 김현승"이라는 주제어로 꼽은 세 곡이다. 대학생이 되어 입학식을 하고 오티에 들어가는 현승이를 기숙사에 넣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아빠, 누나, 엄마가 "현승이, 하면 떠오르는 곡"을 하나씩 말하고 들었다. 긴장으로 얼어붙은 현승이를, 눈치만 슬슬 보다 어정쩡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병상련의 아빠 누나 엄마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랬다.

넷이서 내려가는 길에도 조수석에 앉아 신청곡 틀어주는 DJ를 했는데. 이 노래 저 노래, 틀어놓고 따라부르다 마음에 남은 마지막 노래는 김민기의 "친구"이다. 평소 생각한 일도 없는데 갑자기 꿈에 나타난 옛날 지인처럼 김민기의 "친구"가 마음에 파고들었다. 친구, 친구, 친구... 그냥 이 말이다. 친구. 올라오는 길에 "김현승과 나"의 노래로 떠올린 노래도 결국 친구이다. You’ve got a friend in me! 이건 정말 현승이와 나의 노래이다. 오오오오~오래 전에 어깨를 걸고 우정을 다짐하며 이 노래를 불렀었다. 아들과 엄마 일촌의 혈연을 너머 친구가 되기로 했었다. 그 사연이 여기 있다.

 

 

무촌에 가까운 일촌끼리의 우정

현승 : 엄마, 왜 엄마랑 아빠는 둘이 같이 자? 어른이라서 무섭지도 않은데 왜 꼭 둘이 같이 자는 거야? 엄마 : 왜애? 그게 왜? 현승 : (신경질적이거나 슬픔 가득 담은 목소리로) 나랑 엄마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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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우리는 친구가 된 것 같다. 처음으로(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고) 집을 떠나보내는 현승이로 텅 비어 가는 마음에 '친구'라는 단어가 맴도는 것은, 그렇다. 정말 현승이와는 영혼의 친구이다.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현승이와만 나눌 수 있고 이해하고 이해받고, 공감하고 공감받는 이야기들이 있다. 현승인 내게 그런 친구이다. 집에 올라와 셋이 떡볶이로 늦은 저녁을 하며 채윤이가 말했다. "엄마, 나 그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엄마가 현승이를 두고 소울 메이트라고 하는 말. 나랑 엄마랑 통하는 거 말고, 엄마랑 현승이랑 통하는 무엇이 있는 거 알겠어." 채윤이도 내 친구이다. 세상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채윤이만 교감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김종필?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사실 서로서로 친구이다.

 

누구보다 채윤이와 현승이는 찐친이다. 그렇게 많은 놀이, 놀이를 통한 즐거움을 나눈 친구가 있을까? 놀이의 형태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는 둘만의 놀이들이 있다. 내려가기 전날까지 주방 바닥에 퍼져 앉아 즉흥 노래 만들어 주고받기를 하는데, 그 놀이가 얼마나 고급지고 재미지는지. 어떻게 껴들어 볼래도 자질이 부족하여 둘 사이에 낄 수가 없었다. 둘은 정말 찐친이다. 한 번 싸우면 극한의 감정까지 간다. 다시는 쟤랑 말 안 한다. 끝이다! 세상 누구에게도(엄마 아빠에게도) 하지 못할 극한의 부정적 감정을 다 쏟아낸다. 그럴 때는 정말 '극혐'이란 말이 딱이다. "엄마, 쟤 우리는 가족이니까 이해 하는 거지만, 쟤 밖에 나가서 저러면 사회생활 못 해...." "엄마, 나는 진짜 누나가 걱정돼서 그래. 친구들 사이에서 저러면 정말 안 돼...." 저런 남자 최악이야, 저런 여자 최악이야... 그렇게 며칠 지내다 어느새 보면 둘이 또 베라, 맥날 가서 시시덕거리며 처묵처묵하고, 기타 들고 마주 앉아 떠들떠들 하고 있다.

아빠만 현승이랑 안 친하네! 했더니 "우리는 철학 친구야!' 항변한다. 우리는 철학과 신학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게 친한 거야. 우리도 친해! 현승이가 아빠한테 철학에 대한 질문을 얼마나 잘 하는데!!! 그런 얘기하면 끝도 없이 해. 우리는 그렇게 친해.

그러고 보니 현승이는 엄마, 누나, 아빠에게 맞춤형 친구이다. 우리 현승이는 정말 한 사람에게 온전히 맞춰주는 좋은 친구이다. 집 밖의 친구들에게도 그렇다. 유레카!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현승이가 집 밖에서 가족을 만나면 그렇게 차가운 것은,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그렇게나 경직되어 가족들을 섭섭하게 했던 것은 이것이었구나! 1:1 맞춤형 관계에 최적화된 현승이가 어쩔 줄 몰라 얼어붙음이었구나! 엄마 따로, 누나 따로, 아빠 따로 만나서는 영혼의 친구가 되고, 끝없는 놀이 친구가 되고, 철학 친구가 되어 그렇게나 깊은 상호작용인 가능한데 가족 넷이 모여도 뭔가 불편하여 긁적거리는 것이 있었지.

현승이랑 헤어지고 차가 출발하자 채윤이가 물었다. "엄마, 지금 슬퍼? 빡쳐?" "어, 빡퍼!" 고등학교 졸업식부터 시작하여 기숙사 입소시키며 헤어질 때까지 남겨진 세 식구의 마음은 슬픔과 빡침으로 드글거렸다. 며칠 그런 마음이었는데, "현승이와 나"라는 주제로 노래도 듣고, 셋이 하염없는 수다를 떨다 보니 새롭게 깊이 우리 친구 현승이가 이해가 되네. 낯선 새로운 시작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것도 현승에게 가장 의미 있는 '관계', 그것도 1:1의 깊은 관계가 없음에서 오는 막막함이겠구나 싶다. '친구 현승'은 그래서 친구도 잘 사귀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은근한 인싸가 된다. 아, 이제야 며칠 슬픔과 서운함과 빡침의 혼돈에 한 줄기 빛이 비치는 듯하다.

포항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마음 추스르지 못하고 남편과 밖에 나와 밤의 해변을 걷다 울고 말았다. 복잡한 마음에 아무말 대잔치를 하면서 울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 커튼을 열었는데... 와아, 예상치 못한 동해 일출의 장관을 만났다. 동영상을 찍으려고 촬영 버튼을 누르자마자 새 두 마리 난입! 새는 언제나 그분의 메신저니까. 사랑의 메시지를 듣는다. "사랑한다, 내 딸아. 안심해라, 내 딸아. 채윤이 현승이 두 마리 영혼은 내가 지킨다."

주님, 우리 채윤이 현승이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 이유를 가지고,
자기답게
주님의 창공을 훨훨 날아오르게 해주세요.
저의 결핍이 이 아이들을 가두는 그물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제 인생의 소울 메이트 채윤, 현승이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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