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에 드라이브 갔다가 K 목사님 밥 사주고 올까? 오케이!
오늘 안 된다네. 남한산성 시장에 김치 사러 갈까? 오케이!
그냥 카페 갈까? 오케이!
와아, 이건 사진 찍으라는 프레이팅이네.... 찰칵찰칵... 찰칵... 아, 잠깐 또 찰칵... 잠시만! 찰칵...
(촬영 끝나도록 하염없이 기다려 줌)
수련회에서 내가 맡은 프로그램 의논 좀 할까? 들어볼래? 오케이!
안 되겠다, 그냥 책 보자. 오케이!
에어컨 춥다. 갈까? 오케이!
돌고래 상가 가서 반찬 살까? 오케이!
기름 넣고 세차할까? 오케이!
저녁은 벽산아파트 장에서 떡볶이 사서 먹을까? 오케이!
나 떡볶이 사는 동안 세탁소에서 수선한 바지 찾아줄래? 오케이!
애들 삼겹살 숙주볶음 해주려고. 숙주 반 봉지만 씻어 줄래? 오케이!
 
기본적으로 안 되는 것이 없음.
 

당신 참 온유하고 수용적인 사람이야. 뭘 말하면 안 된다는 게 없어. (욕구가 뚜렷하고 안 되는 게 많은 나로서는 존경스럽지,라는 말은 하지 않음) 기본적으로 성찰적이고. 그래서 보통 사람, 보통 남자와는 차원이 다른 훌륭한 사람이야. 그런데 중년 고개를 넘어가면서 보니까, 위험한 지점이 있더라. (가끔 벽처럼 느껴진다는 말은 하지 않음. 아슬아슬했는데 '위험한 지점' 정도의 표현을 찾아냄) 중년의 고개를 넘으면 누구든 내 성격의 빛이 아닌 그림자를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거 진짜 어렵지. 보통 남자들이 그 과업을 제대로 하는 걸 잘 못 봤어. 생애 전반에 착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 당신도 그런 면에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해. (딸이 그 지점에서 답답해 죽는다는 얘기는 안 했음) 다행인 건 당신이 설교하는 사람이라는 거야. 아니, 단지 설교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교한 대로 살기 위해서 애쓰는 목사라는 거지. 설교하기 위해서 기도하고, 기도하기 때문에 뼈아픈 한 발을 내디디는 걸 알아. 당신이 목사인 것이 당신 자신에게, 내게, 아이들에게 진심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소명 때문에 당신을 바꾸려 애쓰는 고군분투를 아이들도 알아. 당신 좋은 목사야. (좋은 남편이라고는 하지 않았음. 정확히 말하면 목사 점수보다 남편 점수가 조금 높다고 하는 게 좋겠는데... 남편 점수는 유동적이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데… 요즘 좀 하락세라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여기서만 밝혀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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