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돌아가신 엄마의 생신이었다. 우리 나이로 100세 생신이다. 내년은 우리 엄마 탄생 100주년 기념의 해이다. 내일은 엄마의 기일이다. 4년이다. 마침 이때 '그리운 얼굴'을 주제로 기고글을 쓰고 있다. 일주일을 끙끙거리며 눈물을 훔치며 엄마 얘길 또 썼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려움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빨리 쓰고 털고 싶은데, 빨리 잘 쓰기 위해서 엄마를, 그리운 얼굴을 계속 떠올려 마주해야 한다. 도망치고 싶다. 빨리 탈고를 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탈고를 위해서는 이 고통에 머물러야 한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도망갈 수는 없고, 그 마음에 머무르자니 헤집어지고 헤집어져 글을 쓸 수 없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그래도 거의 다 썼다. 엄마 생신, 엄마 기일 사이에 낀 오늘 탈상... 아니, 아니 탈고할 것이다. 글을 쓸 수 있어서, 글 쓸 기회가 주어져서 엄마를 자꾸 새롭게 만난다. 엄마를 새롭게 만나는 것은 다름 아닌 나를, 하나님을 새로 만나는 일이다.
노트북 옆 프리지어가 향기로 함께 한다.
밤에는 초도 켠다.
낮으로 밤으로 향기와 빛으로 함께 하는 그분이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