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SRT 수서역 대합실이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나왔는데 버스와 지하철이 딱딱 맞아서 많이 여유로운 시간이 되었다. 이틀 간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늘 주일, 한참 전에 약속된 강의가 있는데 못 가게 되면 어떡하나… 누워서 기도하고 걱정하며 뒹굴었다. 온갖 최악의 상상을 하다 병원에 다녀왔다. 그렇다. 진즉 병원에 가면 되는 일이었다. 이러다 말겠지, 푹 자면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져야만 해. 이러면서 일주일, 열흘, 보름을 지내는 거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정말 아닌 것이다! 몸은 영혼이 보내는 최초 또는 최후의 신호다!”라고 마이크 들고 떠들어대면서 정작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다. 실은 무시가 아니라 두려워서 못 본 척 하는 것이다. 아프면 무섭다. 머릿속으로 최악을 상상하기에 더 무섭다. 그래서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간다. 이틀 침대에 누워 회개했다. 병원에 다녀와 검사받고 일단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바로 조금씩 나아지는 몸을 느끼며 진심으로 내 몸에 미안했다. 병원을 가라고 답답해 하며 한숨 쉬는 현승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오늘 아침 꽤나 좋아진 몸으로 집을 나섰다. 담당 목사님과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하니 기차 도착시간을 잘못 알려드린 것이다. 픽업 나오시는 권사님께 문자를 했더니 답신이 이렇게 왔다. “계단 올라오시면 제가 신앙사춘기 들고 서 있겠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생기가 들어왔다. 이런 마중은 처음이다.
지하철에 앉아 문자를 주고받고 고개를 들었는데 건너편에 우리 현승이 초딩때 만큼이나 귀여운 남자 아이가 날 쳐다보며 자꾸 웃는다. 오?! 아니다. 내 옆에 앉은 제 엄마다. 자리 바꿔줄까? 하고 일어서니 기다렸다는 듯 폴짝 날아 제 엄마 옆에 앉아 뭐라 조잘거리며 좋아한다. 생기 더욱 충전이다. 눈을 뗄 수 없어서 자꾸 보게 되었는데, 그 옆에 앉은 연배 있으신 남성분의 백팩, 거기 달린 세월호 뱃지다! 감사, 연결감, 사랑… 이런 감정들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연결은 치유이고 치유는 연결이다. 내 몸, 내 마음, 내 영혼, 나와의 연결은 이웃과 연결이다. 나와 이웃과의 연결은 그분의 현존에 머무는 일이다. 내 몸 잘 돌보겠다고, 회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기도드린다.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교회, 펠로우십 (4) | 2024.05.11 |
---|---|
한산, 군산, 모든 산 (0) | 2024.05.03 |
과정으로서 수난 (0) | 2024.03.12 |
엄마 생일에, 엄마 기일에 (2) | 2024.03.10 |
자녀와 개 (1) | 2024.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