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의 "You Must Believe In Spring"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책과 음악이 위로가 되긴 하지만, 어쩐지 일으켜 세워지지 않는 마음이다. 봄을 믿을 수 있을까?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을 믿게 해 달라는 기도의 마음이다. 그래서 고른 음악이다.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고, 세상에나...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라는 책을 쓰신 신부님의 메시지이다. 선물 같은 메시지를 받고 그분의 책을 다시 꺼냈다. 서문을 읽었다. 두 번 반복해서 읽고 나서 이대귀의 <내겐 봄과 같아서>를 플레이 리스트에 걸었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손짓하시는데... 봄을 믿어야 한다. 나는 봄을 믿어야 한다. 당신도 봄을 믿어야 한다. "내밀리고 밀리고 휘둘려서 마음이 황량해지는 대신에, 먼저 자유로이 광야를 품을" 결심을 늘 이 자리에서 새롭게 해야 한다.
봄을 믿는 사람은 희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희망은 믿고 의탁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희망과 믿음은 수원(水源)처럼, 소실점처럼
사랑에서 시작하고 사랑으로 향합니다.
봄을 믿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사랑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믿음과 희망이
황량한 대지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사랑의 흔적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이제는 분명히 알겠습니다.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라는 말은
하느님이 들려주신 것이라는 것을
이 말을 벗들에게,
터널과도 같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이웃들에게,
무엇보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당신도 그 말을
내게 들려주시기를 청합니다.
당신의 이웃에게 들려주기를 청합니다.
우리가 서로 지치지 않고 이렇게 속삭이기를
하느님은 바라십니다.
"그래요,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
혹독한 광야와도 같은 시간이 우리에게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봄을 믿는다면, 광야의 시간은 축복의 때가 될 것입니다. 스스로 '도시의 광야'를 마음에 품고자 합니다. 내밀리고 휘둘려서 마음이 황량해지는 대신에, 먼저 자유로이 광야를 품기로 결심한 사람의 내면은 깨끗해지고 풍성해집니다. 그는 이웃을 향하고 하느님께 나아가며, 기뻐하는 것을 다시 배울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겨울 풍경을 눈에 담습니다. 두려워하고 움츠러드는 마음을 내려놓고, 흰 눈이 뺨에 닿는 감각에 깜짝 놀라 기뻐하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씩씩하게 겨울의 숲을 걸어갑시다. 겨울의 시간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배웅합니다. 벌써 자라난 초록빛 새싹을 맞이합니다. 봄의 기운을 몸에 담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봄과 함께 찾아온 사순절의 시간 속으로 자유로이 들어섭니다. 그 시간을 흘러 보내는 것이 아니라 꼭꼭 씹듯이 살아가고 싶습니다. 생각과 마음과 삶이 변화하기를 갈망합니다. 마른나무에서 다시 잎이 나고 꽃이 돋는 자연의 기적이 나의 삶에서도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 최대환, 파람북, 들어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