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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키우는 엄마

너는 꽃이야

by larinari 2026. 5. 8.

 

5월 1일, 결혼기념일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7일, 아빠 생일
 
이런 5월이라, 아이들이 부담이 크다. 아직 청소년기, 사춘기였던 몇 해 전에는 선물 준비하다 둘이 엄청나게 싸우고 얼굴을 보네 안 보네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둘이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엄마 아빠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이런 뻔한 말로 달랬었는데. 그러기도 잠깐, 동생 군대 보내고 채윤이 혼자 마크해야 하는 5월이 있었고, 올해는 복학생 현승이가 누나 없이 외동아들로 5월의 기념일 폭격을 맞았다. 부담 많이 되겠지, 싶다.
 
4월 마지막 날에는 현승이가 자취방에서 집에 오는 날이었다. 마침 나도 홍대 앞에서 연구소 동반자 과정 있는 날이라 만나서 들어오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빨리 출발하게 되어 시간 조정하자는 말에 예민한 반응이 돌아와서 "으이그, 승질머리..." 마음이 좀 긁혔는데, 알고 보니 나름의 서프라이즈 준비로 동분서주 중이었던 것.
 
"화려한 건 안 좋아하시고, 그래도 예쁜 걸 좋아하시고..." 이런 취향을 반영한 꽃다발이라면서 가져왔다. 꽃집 사장님이 현승이 만큼이나 섬세한 분이신지, 부모님 결혼기념일과 어버이 날이 가까워서 챙기기 어렵겠다는 마음도 알아줬다고 한다. 게다가 외동이냐고 물었다고. 아니라고, 누나는 외국에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누나가 국제적으로 지시한 거냐고, 아니라고, 그러면 누나가 돈을 보태냐고, 아니라고... 섬세한 딥토킹 후에 카네이션 넣은 꽃다발로 어버이날까지 퉁치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양손에 꽃다발과 동네 단골 카페의 수제 케이크와 함께 땀 닦으며 등장한 (요즘은) 외동 아들 현승이 고맙습니다!
 
4월 28일은 또 현승이 생일이고 제대 후 첫 생일인데, 주중이라 당일 미역국도 끓여주지 못했다. 컬리마켓이 있어서 다행... 미역국과 불고기 주문, 샛별 배송으로 생일 아침상을 차려주었다.

셋이 모인 4월 마지막 날 밤, 결혼 기념일 케이크에 초 하나 더 꽂았다. 셋이 함께 끄는 것으로 현승이 생일 축하까지 훅 불어제낌. 이렇게 막 되는대로 챙기고 있다.  

 
용돈도 부족할 텐데 뭐 할라고 이리 비싼 꽃과 케이크를 샀냐는 말(꼭 우리 엄마가 내게 하던 말 그대로인 것이 신기함) 이 목구멍에 걸려 있었는데 밀어 넣었다. 편의점 알바하면서 새벽까지 술 취한 진상 손님들로 스트레스받으면서 버는 코 묻은(?) 돈으로 준비한 것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한데, 기쁘게 받고 예쁜 꽃과 맛있는 케이크를 최대한 맛있게 먹고 누리는 것으로 답했다. 시든 꽃들 하나씩 골라내며, 작은 화병에 옮겨 꽂으며, 최대한으로 즐기고 있다.
 
지난 2월 생일 이른 아침에는 미국에 있는 채윤이가 시킨 꽃배달이 와서 폭풍 눈물을 흘렸었다. JP가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두고는 자꾸 놀려서 짜증 났는데. 이렇게 보니 또 아름다운 순간이었구나 싶고. 외동 체험하는 다 큰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내게 꽃을 안기네... 요즘 교회에서 자주 듣는 노래가 있는데. 애들은 싫어할 테지만, 내 마음에는 자꾸 이 노래가 울린다. 속으로 불러줘야겠다. 
 
 "너는 꽃이야... 햇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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