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윤이가 왔다. 8월에 미국에 갔고, 12월에 엄마가 또 거길 갔었는데, 굳이 또 왔다. 여름방학 동안 한 학기 수강할 예정이니 딱 2주 쉴 수 있는데, 그 짧은 시간을 왔다. 북극해를 지나는 항로로, 왕복 도합 50 시간을 날아왔다 날아갈 예정이다. 어떤 날은 하루 네 번의 약속을 달리고 돌아오고, 오늘은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이러려고 왔다. 멀리 보스턴까지 갔다가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다시 나가고 또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오기 위해 집에 왔다. 집에 있는 시간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집은 원래 그렇게 쓰는 것이다. 엄마 아빠랑 시간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지만, 엄마랑은 원래 남는 시간에 노는 것이다.
약속과 약속 사이, 잠시 마주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 운전석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나누는 깊고 얕은 수다로 충분히 좋다. 네 식구 겨우 시간 맞춰 하루 속초 여행을 계획했는데 그마저 아빠 일정으로 무산되었지만, 동네에서 밥 먹고 넷이 어슬렁거리는 저녁 시간으로 충분히 즐겁다. 현승이 자취방에 하루 가서 놀고 오고(한 번 싸우는 건 기본이고), 새 덕후가 된 아빠랑 경안천 걸으며 새 이야기도 들어주고, 엄마랑 카페에도 가고, 쇼핑도 하고... 일상의 집, 일상의 엄마를 누리러 왔다. 여기 여전한 베이스캠프를 확인하러 왔다.
여전히 있는 그 집은 떠나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전한 일상에 비추어 그 사이 달라진 제 존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것은 성장의 흔적이겠지만 필연 상실감으로 감각되는 것. 엄마인 나는 그냥 우리 채윤이 장하다, 대견하다, 동어를 반복하고...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안치환의 노래가 자꾸 맴돈다. "엄마,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거기도 집 같아. 돌아가야 할 곳은 거기 같아."라는 말에도 그냥 장하다, 대견하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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