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을 보내고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전,
현승이와 함께 주일 해 질 녘 경안천을 걸었다.

발가락이 앞으로 쑥쑥 빠져 나오는 슬리퍼를 신었기에
"조금 걷다 되돌아 오자"하고 시작했는데,
크게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걷는 사이, 사위가 조금씩 어두워졌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 색과 풍경에
시시각각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찍어.
몇 발자국 걷도 또 찍네...

한참 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분위기 깨기가 그래서...
현승아, 미안! 엄마 사진 한 장 또 찍을게.

눈앞의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해 들을 줄 아는 아이라...
주의 산만한 엄마가 싫고 불편할 텐데
그러려니, 이해도 해주니 고맙다

2주를 보내고 멀리 미국으로 보내는 마음과
이틀 보내고 구산동 자취방으로 보내는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구산동에, 보스턴에 각각 제 집을 가진 아이들이
대견하고 안쓰럽고 늘 그립고.
오늘 현승이와 경안천을 함께 걷고,
(낮과 밤 다른 시간을 살지만) 오늘 채윤이와 영상통화를 하고.
이거면 됐지! 오늘이라는 충분한 선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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