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대학입시가 끝났고,

몇 개월 큰 부담을 안고 쓰던 연재가 끝났고,

연구소 개소 준비로 세무소로 어디로 뛰어다니던 몸과 마음이었으니.

훌쩍 여행 떠나기 딱 좋을 이유가 많습니다.


이 적절한 타이밍에 어쩌자고 기도피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7월에 계획해 놓았던 것인데, 이렇게 맞아 떨어질 줄은 몰랐네요.

여행 대신 마음의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부터 4박5일 동안 향심기도 피정에 다녀옵니다.


떠나야 할 이유가 열 개라면, 

물러나지 못하게 발목 잡는 일상의 이유는 백 개입니다.

무엇보다 연구소 개소 소식을 떠벌여 놓고, 

개소식 준비며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일주일을 통째로 비워야 하다니요.


이 적절한 타이밍은 여행이 아닌 기도의 타이밍인가 봅니다.


국을 큰 솥단지에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이런저런 메일을 보내고, 

카톡, 카톡, 카톡으로 회의를 하고도

마음으론 뭔가 많은 걸 빠트린 것 같은데

일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전화, 메시지 등 연락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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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합격, 두 개의 축하를 담은 투썸 플레이스 케잌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은 채윤이, 수능 며칠 앞에 수시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동덕여대 19학번이 됩니다.


어른인 척, 고상한 척, 성숙한 척하는 엄마는 특별기도 따위 없다는 식으로 

하던 일 하며 정신 없이 다녔는데.

수시 실기 시험 때마다 간절하게 애타게 기도해 주시는 벗님들이 계셨습니다.


특별기도 하지 않았지만 에미 마음이 어디 편안했을라구요.

중학교 졸업하고 '꽃다운 친구들' 1년 보내 채윤이.

이후로 내내 피아노를 벗삼아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은 대학이고 뭐고, 내년엔 꼭 또래 친구들 있는 곳으로 가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간절했지요.


입시 치루고, 후유증 겪고, 결과 기다리는 동안 롤러코스트 타는 채윤이 따라

마음이 오락가락 했습니다. 

애써 덤덤한 척하는 엄마 대신 더 간절히 기도하고, 

더 격렬하게 기뻐해 주시던 벗님들로 인해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기도가 어떻게 사랑이 되는지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은혜가 필요했고,

이김이 필요했던 수험생 채윤이는

내 딸, 네 딸 가리지 않는 이모들의 기도로 은혜를 경험했고, 이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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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여기서 정신실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전도서의 지혜자도 인정하신 삼겹줄보다 한 줄이 더 많은 네겹 줄로 짜여진 집입니다. 애써서 엮은 것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들, 제 몫의 안녕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안녕에 기여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품고 온 사람 넷이 어쩌다 엮인 것입니다.


김하정
하정 샘과의 만남은 한 25년 전 교회 청년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여성학과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둘 다 막막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쩌다 한 학기 차이로 대학원엘 들어갔고, 이 친구는 이후로 상담교사로 10년을 일했습니다. 상담교사를 할 때보다 그것을 박차고 나올 때 상담가로서 가장 많이 성장했습니다. 상담 때려 치고 마을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제대로 자기 마음, 남의 마음을 경험하고 배운 것 같습니다. 어쩌다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갖게 되었는데, 속 편히 월세나 받아 쓸 일이지. 어쩌자고 “언니, 난 언니를 도울 거야” 하고 연구소 공간으로 내어놓아 이 일을 도모한 장본인입니다.


이수진
나이 먹고 만나서 이런 친구가 될 수 있다니! 이 좋은 친구를 사귀러 저는 미국까지 다녀온 셈입니다. 5년 전, 코스타 참석차 갔던 시카고 어느 대학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대화를 트자마자 바로 사귀기로 했고, 양가 남편들에게 허락받고 여친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살아온 세월, 살고 싶은 삶이 겹치고 통했던 것입니다. 5년의 만남은 길고 긴 수다, 밤늦도록 이어진 카톡 수다로 이어지는 내적 여정의 동반이었습니다. 어쩌자고 이 친구는 자기 아이들 다 키워놓고 ‘꽃친’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아이들 1년의 방학을 책임지는 청소년 안식년 운동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자기만족을 채우는 삶이 아님을, 또 다른 ‘자기’인 타자의 삶에 연루되지 않고 자기를 꽃피우는 길은 없다고 온몸으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최은경
수진 샘, 하정 샘의 도움으로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 세미나’를 진행해왔습니다. 여기 참석하신 은경 샘은 1단계부터 영성과정까지 연이어 참석한 첫 그룹의 수강자셨습니다. 다음 해에는 1단계부터 영성과정까지 그대로 재수강을 하셨습니다. 그냥 재수강이 아니라, 마치 처음 듣는 강의처럼 다시 반짝이는 눈빛이었지요. ‘에니어그램이 정말 재미있으신가보다’ 싶었지요. 알고 보니, 이미 다른 곳에서 10여 년 에니어그램을 해오셨고, 심지어 가르치는 분이었습니다. 어쩌자고 이렇듯 낮은 자세로?! 겸손한 배움의 태도에 놀랐습니다. 가르치고 떠벌이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먼저 ‘나’를 알아야겠다는 태도는 바로 내적여정의 방향성입니다. 누구를 치유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열망으로 에니어그램 끝에 상담을 공부하게 되셨다구요.


이렇게 저 포함 넷입니다. 사람 마음을 위해서는 심리학이, 치유를 넘어 성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희는 체험적으로 압니다. 상담과 영성지도 사이에서 함께 낫고 나아지며 네 사람이 만났습니다. 개인상담은 주로 세 분이, 저는 집단여정을 이끌어가겠습니다.


책상 하나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공간 나음터에서 또 다른 넷, 여덟, 열여섯, 스물넷의 도반을 만나가겠습니다.


사진을 멋지게 찍어볼 계획을 여러 번 세웠지만 일단 포기했습니다. 각자 먹고 사는 일, 배우고 사는 일이 바쁜데 연구소 여는 준비까지 하느라 멋진 사진 찍는 사치는 아직 부리지 못했습니다. 첫날 만나 연구소 청소하고 옆 카페에 가서 찍은 소박한 사진으로 인사 대신합니다. 멋 부릴 일은 많고, 우리에겐 앞으로의 시간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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