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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키우는 엄마

따뜻한 겨울 왕국

by larinari 2014. 2. 8.

 


신생아 재워놓고 시간을 쪼개 쓰는 엄마처럼 살금살금 아침 시간을 보냈습니다.
녀석들 늦잠을 만끽하는 사이 행여 깰세라 소리 없이 커피 내려 마시면서 꿀독서 시간 누려~
12시간 잤다면서 머리에 새집 짓고 앉아서 늦은 아침으로 떡국을 맛있게나 먹었습니다.


렛잇고, 렛잇고~
요즘 틈만 나면 거실을 꽉꽉 채우는 겨울 왕국 OST에 길을 걷다가도 환정이 들릴 지경.
식사를 하면서도 영화 남매가 영화 토크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더니.
둘이 방에 가서 누나는 피아노 치고 동생은 바이올린 들고
연주 삼매경이었습니다.
듣기만 하면 거의 똑같이 쳐내는 누나가 반주해주고 어설픈 음악가 현승이는 가끔 삑사리 내가면서 멜로디를 이어갑니다.
두유 원나 빌...삑~   스노우맨......


오래 전, 두 녀석이 거실에 온갖 베개, 우산, 쟁반, 모자.... 다 꺼내놓고 상상놀이 하던 그 화기애애하던 느낌이 살아왔습니다. (오랜만에 귀엽군요.)  
설거지 하며 창 밖을 보니 눈이 간지럽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둘이 저렇게 잘 놀고 있으니 나는 혼자 동네 카페에 나가서 독서 누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나갔다 올게. 하면 분위기 다 깨지는 것을 압니다.
희한하게도 놀고 쉬는데 엄마라는 존재가 한 개도 필요없음에도 엄마가 없으면 놀이가 안 되는 느낌, 그거 나도 어릴 적이 있어봐서 압니다.
일을 하든지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든지, 그러다 가끔씩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해대도
엄마가 있어야 휴일의 느긋함과 풍성함이 만땅으로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쳐 카페가서 된장질 누리는 것 포기하고
렛잇고~ 렛잇고~ 깨갱 깨갱..........
이 시끄러운 평화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여름 뜨거운 해변을 누리는 귀여운 눈사람 울라프처럼,
기분 좋은 모순이 우리 집에도 충만합니다.
따뜻한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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