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애들 선물 사주라고 통장으로 넣어주신 삼만원을 가지고 시계를 하나씩 샀습니다. 매번 어린이 날마다 동심에 상처를 내는 장난감 가게들 미워요.
시계를 생각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즐비하게 늘어서 고가의 로보트를 비롯한 장난감들.
그걸 보고나면 완전이 눈 베리는 거죠. 그렇게 갖고 싶던 시계 아니라 시계 할애비가 보여도 눈에 차야 말이지요. 아~ 상술이 미워요. 그러나 우리는 해냈어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손목시계 하나 씩만 딱 차고 나왔어요.그리고는 눈을 어지럽히던 그 화려한 장난감들을 잊어버렸죠. 그러니 행복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어린이날 선물로 손목시계를 샀고, 그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교회를 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죠. 오랫만에 먼저 준비를 끝낸 두 망아지가 각각 시계를 차고는 '엄마! 열 시 십 분이야! 이제 십 이 분이야' 하면서 신이 났더랬습니다. 화장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두 녀석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요.

'누나! 엄마가 시계를 왼 손에 차는거래. 누나 시계 잘못 찼어'
'아니거든. 내가 맞거든'
'아니라니깐, 왼손에 차야지. 이거 봐. 여기가 왼손이야. 밥 안 먹는 쪽'
'그러니까! 여기가 왼쪽 맞다고~오'
'아니잖아. 이 쪽이 왼쪽이잖아. 엄마가 여기래~애'
'아니야. 이 쪽이 왼쪽이야. 니가 틀린거야'

그렇습니다. 둘은 지금 마주보고 있는 겁니다.
삼류 개그도 아니고 둘이 마주보고 왼팔을 내밀고 서로 내가 왼팔이라는 겁니다.
그러기를  한참.
그나마 먹물 좀 먹었다는 누나가 먼저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야, 너 이 쪽으로 와봐. 이렇게 해보니까 둘이 똑같지? 둘 다 왼쪽이지?'
'어? 그러네. 이야, 웃기다. 이거'

니네들이 젤 웃기다. 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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