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마감 기일이 다가오는데 마음이 잡히지 않아 불안이 높아졌다. 이유를 알기에 더 불안했고, 이유도 알면서 바보같이 손 놓고 있을 수 없어서 힘을 냈다. 내 어깨를 눌렀다. 앉아, 앉아서 써! 책의 추천사 써주신 세 분께 감사의 메일을 보냈다. 추천사를 받은 그 순간부터 마음으로 쓰고 있던 감사 인사였다. 어쩌자고 메일창을 열고 앉으면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너무나 감사한데, 감사하다고 말하면 그 감사가 사소해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몇 번을 쓰고 지웠다. 너무 감정적인 것 같아 지우고 다시 쓰자니 지나치게 사무적인 것 같아 고민하다 에라, 창을 닫고 말았다. 각각 다른 빛깔로 세 편의 추천사에 위로와 힘을 얻었다. 진심의 감사를 전하려니 글이 통 써지질 않았다. 세 통의 메일, 발송을 완료했다. 추천평을 한 글자 한 글자 쳐본다. 이렇게 한 번 더 탈고를 한다. 성공한 애도란 끝이 없는 것처럼, 이 책에 관한 한 탈고가 탈고일 수 없겠다는 느낌이다. 세 분 추천인 선정 이야기와 편집 과정 이야기가 남아 있고, 어쩌면 이것이 탈고의 정점일 테다.

한 사람의 애도 일기를 읽습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가이며, 또한 슬픔으로 인해 깊은 곳으로 내던져진 한 영혼의 신음이요 통곡입니다. 저자는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옛 기억들, 묻어 두었던 상처와 아픔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에서 오는 혼란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쏟아 놓습니다. 때로는 욥기를 읽는 듯하고, 때로는 시편을 읽는 듯하고, 또 때로는 전도서를 읽는 듯합니다. '날것'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쏟아 놓았기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나의 아픔과 상실의 기억이 소환되어 공감을 느끼고, 다 읽고 나니 심하게 깨어져 울고 난 후처럼, 아픈 마음이 말갛게 씻겨 있음을 느낍니다.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가 눈물 고인 눈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도 그랬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다른 사람들의 애도 일기를 읽으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 것처럼, 저자의 애도 일기인 『슬픔을 쓰는 일』도 많은 이들에게 상실의 어두운 숲을 지나도록 도와줄 책입니다.

김영봉 외상톤사귐의교회 담임목사,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저자

저자가 밝힌 대로 이 책은 '미친년 넋두리'를 글로 옮긴 책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를 떠나보내는 일이 맨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50여 년의 긴 세월을 엄마로서 존재했던 이가 죽음의 문을 열고 떠나갈 때 자식이, 그리고 같은 여성인 딸이 어떤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되는지 저자는 진심을 다해 보여줍니다. 부모의 죽음이 어떻게 원초적 상처를 건드리는지,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아픔을 어떻게 직면시키는지, 그리고 상처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인간을 성장시키는지 지켜보면서 저도 못하 한 부모 상실의 애도를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마 이 책이 원하는 바일 것입니다. 살아 있는 우리가 부모의 죽음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것, 상실로 아파할 세상의 모든 고독한 자식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아프지만 참 깊고 따뜻한 책입니다.

박미라 치유하는글쓰기 연구소 대표,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슬픔에는 찬연한 아름다움과 깊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에는 우리 삶을 맑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깃들여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야기했지요. '슬픔에게 목소리를 주라'고요. 저자는 홀어머니를 여읜 슬픔을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 한 줄 한 줄에는 기억들이, 그리고 그때는 못다 알아챈 어머니의 사랑과 깊은 신앙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슬픔은 갑자기 내 집에 뛰어든 나그네처럼 낯설고 또 어색합니다. 그리고 내 삶의 저 깊은 밑동을 사정없이 흔들어 댑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생이 커다란 부분이 상실과 슬픔임을 인정하면서도, 내게 다가온 슬픔 앞에서는 늘 어설프고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슬픔은 익숙해져 버린 일상 속에서 생의 진실과 핵심을 바라보게 하는 진정성 있는 초대일 겁니다. 상실과 슬픔이라는 카드를 조심스레 펼쳐 보면, 거기에는 놀랍게도 우리가 당연히 알고 누렸던 행복과 사랑이 우리에게 인사합니다. 저자는 슬픔과 상실을 만나고 친해지는 과정을 글쓰기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영혼의 춤을 추듯 애도의 글쓰기를 해 나갔습니다. 이 글은 너무나 절절하여, 쓴 글이 아니라 써진 글, 숨 쉬기 위해 적어 나간 글이라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그동안 마음 아픈 사람들과 함께 치유 작업들을 해 왔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깊이 만나게 해 주는 슬픔의 연대성에 대해 관심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의 마음, 엄마 잃은 딸의 마음을 내보여 같으 사실을 경험한 이들과 연결되고 싶어 졌다. 이제라도 내 글을 읽으며 뒤늦은 슬픔을 느끼고, 애도의 공간으로 들어갈 누군가를 상정하니 힘이 났다." 그렇게 저자는 끝나지 않는, 혹은 갑작스레 다가오는 생의 상실들을 경험하고 보내 주는 일에 대해, 서로 물길이 되는 동행을 이야기합니다. 이 애도 일기는 적절한 애도를 거치지 못해 늘 마음 아픈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상실을 깊이 살아 낼 위로가 될 것입니다. 너무나 정직해서 서럽게 아름다운 이 고백들은 읽는 이의 마음에 길을 내어 자신의 상실을 마주할 용기를 북돋우어 줄 것입니다.

박정은 홀리네임즈대학교 영성학 교수, 『슬픔을 위한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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