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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이야기

확실한 ‘오늘’이었던 또렷한 '어제'

by larinari 2026. 1. 10.

거리가 온통 버클리 캠퍼스, 그 거리를 온몸으로 휘젓고 다니며 연주하고 공부하는 김채윤의 보스턴 시간.

 

실은 돈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비행기 값이며 모든 비용을 아껴서 방세며 생활비를 보태야지. 한 끼라도 마음 편히 먹도록 해줘야지... 이 무슨 낭비인가! 그것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돈으로 정서적 위안을 사는 것이 내겐 익숙하지 않다. 우리 엄마는 나를 그렇게 키웠다. 돈은 최대한 아끼고 기도나, 다른 것들로 결핍을 채우는 정신 승리, 신앙 승리를 가르쳤다. 그렇게 성장했고,성장했고, 그러느라 돈에 관한 한 말도 못 하게 지질해졌다. 
 
실은 돈이 제일 쉬운 것이었다. 비행기 값이며 모든 비용 통틀어도 몸으로 가서 몸으로 만나고 지낸 두어 주의 시간의 가치와 견줄 수 없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이지만, 결코 꿈이 아닌 증거가 무수하다. 스마트폰 사진첩이 얼마나 무거워졌는지. 그리고... 채윤이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엄마가 떠나고 나는 보스턴에 남겨졌다. 작년 8월 한국을 떠나온 나는 이곳에서 엄마를 떠나보냈다. 엄마는 그때 나를 떠나보낸 후 남겨졌고, 이번에는 나를 남기고 떠났다. (...) 엄마가 떠난 후 남겨졌을 때는 모든 것은 익숙한데 그 한 사람 엄마라는 사람이 없다. 존재가 상실되었다. 공항에서 배웅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집은 그대로다. 익숙한 냄새와 공기 뭐 하나 낯설게 없다. 그런데 방구석구석 엄마의 손길이 보인다. 평소와 다른 자리에 가있는 물건, 꽉 채워진 물통, 잘 말려있는 양말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공간에 있던 존재가,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존재가 한순간 사라졌다. (...) 몇 시간 뒤에 엄마는 떠날 때 와 같은 옷을 입은 모습 그대로 사진 속에 있었다. 한국에서 엄마를 맞이한 아빠가 보낸 사진이다. 정말 이상했다. 엄마가 돌아갔다.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사진만 남은 것이 아니다. 내 몸이 채윤이 방에 담겨 있었다. 일찍 일어나 채윤이가 자는 동안 보이차를 마시며 아침 기도를 했고, 눈을 뜬 아이에게 따뜻한 차를 마시게 했고, 새해 첫날 떡국을 끓여 함께 먹었고, 밥을 해두었고, 장을 봐두었다. 내가 돌아온 다음 날부터 어설프게 만든 음식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밥을 해 먹어라, 이런 재료로 이렇게만 하면 된다, 막상 해보면 쉽다, 밥을 해 먹어야 한다... 전화 통화로 무수히 잔소리를 했었다. 백만 번의 잔소리로 안 되던 일을 하고 있다. 그 주방에 같이 잠깐 있었을 뿐인데, 양념 몇 가지를 주문하고 주방 기구 한두 가지를 알려줬을 뿐인데 말이다. 역시 '삶은 요리' 정신실의 딸! 집밥의 진화는 일취월장이다. 
 
 몸으로 함께 한 우리의 시간! 사진으로 박제된 확실했던 '오늘'들이다. 확실한 '오늘'이 또렷한 '어제'가 되어 사진에 담겨 있으니...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나! 

 

바람에 날려 바다에 빠질 것 같았던, 위로이며 선물이었던 만남으로 누린 Rockport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