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밥 사줘, 맛있는 걸로."
"그래!"
넙죽 약속하더니 금세 일이 생겨 나가야 하는 남편에게 고기를 뜯어냈다. 배민을 뒤지니 1인분에 45,000원 하는 스테이크도 있던데. 거기까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거기까지 뜯어내지는 못했다. 고기가 먹고 싶었다. 남의 손으로 구운, 남의 살이.
혼밥을 내 손으로 하기 싫을 때, 돈 주면 차려주는 배민 좋고! 혼자 먹는 밥을 외롭지 않게 하는 건 '냉부'다. 셰프들이 마주 앉아 노닥거리는 게 재미있고, 남의 냉장고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다. 단 15분 만에 마법처럼 근사한 요리를 뚝딱 완성해 내는 장면에선 매번 경탄이 터지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매료되는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출연자의 최종 선택을 기다리는 그 찰나의 순간. 누구랄 것 없이 모두의 얼굴에 내려앉는 똑같은 표정, 그 팽팽한 긴장감. 여경래 셰프 같은 백전노장도, 허세를 콘셉트로 예능에 최적화한 최현석 셰프도, 돌아이를 자처하는 박은영이나 윤남노 셰프도, 심지어 아마추어인 김풍 작가조차 그 순간만큼은 진지함과 긴장을 숨기지 못한다. 자신의 요리에 얹어지는 칭찬 한마디에 세상 정중한 태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 진심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번 회차에 출연한 배우 김대명은 색다른 주문을 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요리가 아니라, 요리사의 삶과 시간이 깃든 '서사가 담긴 요리'를 청한 것이다. 내가 요리 예능에 빠지게 된 계기는 흑백요리사 시즌2 결승전이었다. '자신을 위한 요리'라는 주제에서 최강록 셰프가 내어놓은 건 우동과 빨간 뚜껑 소주, 그냥 도가니탕이었다. 감동으로 도가니탕. 누군가를 대접하기 위해 평생 어마어마한 요리를 지어 올렸던 이들이, 정작 자신을 위해 만든 요리는 라면이거나 남은 잔재를 모아 만든 잡탕이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최현석 셰프와 샘킴 셰프의 요리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세상에 수많은 전문가가 존재하지만, 이렇듯 정직하게 몸을 쓰는 장인들만큼 안전하고 존경스러운 존재가 있을까. 거대한 식당을 거느린 오너 셰프들이 카메라 가득한 좁은 조리대 앞에서 손수 썰고, 볶고, 끓이는 모습이 그냥 보기 좋다.
지난 주말 1박 2일로 지방 강의가 있었고, 연구소 식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시시각각 늙어 취약해지는 몸을 끌고 잘 다녀왔다 생각하니 위로와 보상을 받고 싶어 남편 지갑을 갈취하였다. 요리를 좋아하는 자칭 '갈색 요리사'가 전문가들이 요리하는 걸 '보면서' 혼자 배달 음식을 처묵처묵 했다. 그 배달 음식이 고기니까, 내돈내산 아니고 뜯어낸 고기니까, 그리고 출연자가 아닌 셰프 자신의 인생을 담은 요리니까. 몸에도 마음에도 더 영양가가 있지 않을까.... 라고...
유튜브를 보면서 배달 음식을 먹고는, 아무 말이나 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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