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오전 줌을 하고 바로 나가야 해서 점심을 먹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바로 또 줌을 하고 5시쯤 밥을 먹게 되었다. 전날부터 계획해 둔 것이 봄동 전이었다. 배 고픈 와중에 "이따가 봄동 전... 봄동 전..." 하면서 즐겁게 즐긴 공복이었는데. 막상 해서 먹으려니 귀찮아져서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먹어서 배를 채웠다. 퇴근해 들어온 JP에게 저녁을 차려 주는데, 그때야 봄동 두세 잎 꺼내서 살살살살 아기 다루듯 두드려 전을 부치는데. 신이 났다. 그러니까 내가 봄동 전을 생각하며 행복한 공복을 즐긴 것은... 먹는 기쁨뿐 아니라 만드는 기쁨에 대한 기대, 그 작용이었던 것이다. 나 정말 창의적인 일을 좋아하고. 창의적인 일을, 의미 있게, 실용적으로 하는 것이 요리이고... 그렁가봉가. 새삼 음식을 만들면 먹어주는 대상이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강의를 창의적으로 준비할 때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고. 뭐든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게 숨통 트이는 일인데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고. 대상이 있다는 것, 참 고마운 일이네!
* 아케디아, 무기력과 옅은 우울감이 지속되고 있어서 써야 할 원고가 있는데 진행이 안되고 있다. 떨쳐 일어나 보려고 '감사'할 것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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