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에 무인 채소 가게가 생겼다. 와하, 별다무!(별 걸 다 무인판매) 전에 율동공원 산책하는 재미 중 하나가 할머님들의 노상 좌판 채소 쇼핑하는 거였는데. 일단 눈에 보이는 대로 사 갖고 와서 재료에 맞춰 요리를 하는 식으로다가 먹곤 했지. 마트가 아니라, 채소 가게가 아니라, 할머니 한 분의 정겨운 판매가 좋았었다. 냉이 한 무더기, 가지 두 개, 애호박 하나... 아니, 그런데 무인 채소 판매라니! 궁금한 건 또 못 참지. 냅다 들어가서 굵기가 내 종아리만 한(ㅎㅎ) 대파 한 단,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봄동 한 다발을 사 왔다. 하도 굵어서 몽둥이 같은 대파로 뭘 해야 할 것만 같아서 통째로 오븐에 구워봤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레시피인데. 사이사이 치즈 끼우고 올리브유 췩췩 뿌려서 구웠다. 와하, 맛있음! 대파구이가 메인, 스테이크가 가니시가 된 형국이었음. 봄동무침은 간이 또 얼마나 딱 맞았는지...
이러고 맛있는 걸 먹으려면 유학생 채윤이 생각, 자취 2주차 현승이 생각에 목이 조금 메는데. 정면돌파 했다. 아이들 있는 단톡방에 "엄마 쉪 신메뉴 출시! 집에 오면 해준다"라고 사진과 함께 올렸다. 지들 보고 싶어서 찔찔 짜고,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하는 엄마빠를 반길 리 없다. 맛있게 잘해먹으면서 싸우지 않고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하여.
맛있겠다, 설마 봄동? 이런 반응이 오면 또 마음이 쓰리지만서도. 엄마는 여기 이 둥지에서 계속 요리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 돌아와서 주문 넣어. 15분 안에 만들어 준다! 빈 둥지 엄마는 갈색 요리사이고, 초록 요리사이고, 냉부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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