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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

초록 요리사

by larinari 2026. 2. 26.

초벌 부추 듬뿍 넣어 만든 오리 떡볶이

본래 초록 요리사였다.

타고난 색은 초록이다.

초록빛 잔디, 숲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평화가 밀려온다. 

매생이 굴 떡국

초록 요리사로서

삶과 세상을 요리하는 게 제일 편하고 익숙한데.

어쩐지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초록에 연연하여

다른 색은 느끼지도 누리지도 못하니 말이다.

특히 어떤 색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예를 들면, 갈색...

나름의 서사는 있다.

열세 살, 이제 막 틔운 새잎 같은 인생을 통째로 흔든

죽음의 사건 때문이다.

1981년 12월 16일, 겨울의 재난.

갈색 겨울나무, 겨울의 풍경은 무작정 싫었다.

초록에 집착했다.

청도 미나리와 삼겹살

나이 육십을 바라보며 갈색도 좋아졌고, 

기쁘게 갈색 요리사로 산다.

그래도 내 바탕색은 초록이다.

초록은 얼마나 싱그럽고 풍성한가.

초록은 '성장'의 색이다.

 

성장하는 초록이들의 아름다움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

갈색 죽음에 물들어 '구겨지고 빛바랜' 나의 초록을

거기에 비춘다. 

그래, 구겨진 초록에 금이 간 항아리이지만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거야...

내 노트북 옆에 오래 피어 있을 초록 프리지어이다.

이즈음엔 초록 요리사이다.

제철 '초벌 부추'와 '청도 미나리'가 손에 들어왔고.

장을 보다 만난 매생이를 지나칠 수 없었고.

초록에서 시작하여 피어나기 시작한 프리지어 향기가

코끝에서 떠나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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