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있는 단어도 몇 개 안 돼.
사실 다 알아듣는 척 하지만 알아 듣는 말도 몇 개 안 돼.
그저 김현승이 살아 남는 건 바로 눈치. 이것이다.

할머니 전화 통화 하시는데....'그래 옷 갈아 입고 나갈께' 라고 하신다.
아! 지금은 할머니다.할머니한테 붙어 있어야 한다.
할머니 방으로 가시면 방에 따라 들어가서 벌쭘하고 서 있고, 거실로 나오시면 소파 옆에 대기하고 서 있고....그렇게 김현승은 현관을 사수한다. '누구든 혼자는 못 나가. 날 데리고 나가야 해' 하면서.

고모와 범식형아가 왔다. 한참 놀다가 모든 식구가 동시에 일어 선다.
아! 지금은 고모다. 고모를 사수하라.
얼렁 달려가서 지 신발을 가져다가 고모 앞에 휙 던지고는 고모 손을 꼬옥 잡는다.
결국 고모 뿌리치지 못하고 데리고 나가서 아파트 한 바퀴 돌아주셨다.

오늘도 김현승은 눈치로 하루를 살아낸다.
200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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