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아!
너의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날 찍은 사진이란다. ^^
어때?
너랑 누나를 품고 있을 때 태교라는 것이 그리 다르지도 않았고, 양육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너희 둘은 참 다르구나.
'무대체질'로 불리는 누나와는 달리 현승이는 사람들 속에서 주목을 받는 걸 좀 부담스러워 하지.
니 생일 축하하는 자리에서 식구들 끼리 있는데도 주인공이 되어 주목을 받으니 저리 쑥스러워서 선뜻 나서지를 못하더구나.

하나님께서 우리 현승이의 인격 속에는 '내향형'이라는 선물을 주신 것 같아.
나서는 것 보다는 조용히 따르는 것이 좋고, 많은 사람들을 사귀는 것 보다는 깊이 적은 사람을 사귀는 것이 편한, 환경에 너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음...
자라다 보면, 외향형의 사람들이 좋아보이는 때가 있을거야. 시원시원하게 아무 때나 자기생각 잘 표현하고, 아무데다 아무 사람이나 빨리 잘 적응하고 말이다. 또 학교에 들어가면 선생님이나 혹은 이 엄마도 '발표력 있는 아이'가 무조건 좋은 것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니 성품 안에 숨겨진 많은 것들은 하나님께서 현승이를 특별하게 만드시느라 주신 선물이란다.

주일 날 유아실에서 현승이가 좀 걱정이 된다는 말씀을 몇 번 들었단다. 다른 아이들은 혼자서 씩씩하게 잘 노는데 현승이는 권순경 큰엄마 무릎에서 떠나지 못한다고 진심으로 애정어린 걱정들을 하시더구나.
엄마는 진심으로 그런 현승이 모습에 걱정이 되지는 않는단다. 오히려, 아직 세 돌도 되지 않은 현승이가 한 시간 반 동안 엄마 아빠를 떨어져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해. 사실 누나는 그만할 때 여러 번 집사님들이 봐주실 시도를 하셨지만 결국 되지 않아서 아빠가 고등부 교사를 그만 두기도 했었단다.
집에 친척 할머니들만 오셔도 부끄러워서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현승이가 그나마 권순경 큰엄마에게 의지해서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란다.

여러 어른들이 걱정을 하실 때 마음이 조금 아프기는 했단다. 자기 표현이 적은 대신 유달리 듣기를 잘 하는 현승이가 본의 아니게 현승이 자신에 대해서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겠구나 싶었어.
현승이는 아기도 아닌데 그러면 안된다든지, 권순경 큰 엄마는 다른 아기 안아줘야 하니까 떨어져 놀아야 한다든지, 은강이는 유치부도 갔는데....이러는 말씀들 말이다. 집에서도 너 자신에 대한 얘기에는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고 눈치를 보는데, 그러면서 자존심을 강한 녀석이 꽤나 스트레스 받았겠네. 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좀 아프더라.

그런데, 그럴 수 있어. 아니, 앞으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너는 너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상황보다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가야 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현승이가 현승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내향형 남자들에게 유난히 연민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현승이가 사람들과 눈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떨구는 것을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아프단다(이건 순전히 엄마 문젠거 같애 *^^*)
엄마는 이런 엄마의 성향 때문에 현승이를 양육하는데 지나치게 보호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마음을 다잡아 먹으려고 해. 어쩌면 현승이 자신보다 엄마가 더 모질게 마음 먹어야 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꼭 내형형과 외향형 이런 문제가 아니라도 세상에 잘 적응하고, 세상을 거스르며 살기란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엄마는 기대한단다. 현승이가 자라면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먼저 배우고,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멋진 남자가 되기를 말이다.
엄마가 아빠의 내형형에 직관형의 '과묵하고, 진지하고, 우수에 젖은' 모습에 뿅 가서 걸려든 것 처럼, 정말 매력적인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랄 현승이 모습을 기대해.

현승아!
너의 모든 걸 사랑해!
200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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