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7


아빠가 주말 연 이틀, 코피를 쏟았습니다. 코에 혈관이 터져서 코피가 나기 시작하는데 수도 꼭지에서 물 떨어지듯 코피가 떨어집니다. 타월 한 장 피로 물드는 것 시간문제.
토요일은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아서 빨리 응급초지가 됐고,
주일은 문 연 병원이 하나도 없어서 덕소는 물론 둔촌동 천호동 까지 헤매다가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두 번 다 김채윤이 동행했는데......그 사이 채윤이 어록.

1. 아빠 조금만 참어 10분만 가면 돼~
이비인후과가 어디 있는 지 몰라서 운전하고 가며 찾고 있는데 아빠가 코를 틀어 막고 괴로워 하자 뒷좌석에 앉은 채윤이 혼잣말로 '아이씨 이빈후과가 어딨지?' 그렇게 혼자 쫑알거리다가 앞 좌석으로 커다란 얼굴을 쑥 내밀면서 아빠를 위로하고자 한 말이었습니다.

2. '할머니 내가 아빠를10분만 기다리라고 위로해 줬어요. 아빠가 행복했겠지요?'
집에 와서 한 말입니다.

3. '하나님 아빠가 코피가 났는데 10분만 기다리라고 위로해 줬어요. 예수님 이르으로 기도합니다. '
밤에 함께 손잡고 기도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기도 같지 않나요? '저는 금식도 하고 가난한 사람도 돕고.......' 그렇죠. 바리새인의 기도.

4.'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 처럼......나나나...나난.....나나.....'
병원 가는 갈. 엄마 헨펀이 울렸는데 벨소리가 '너에게 난 ' 이 노래입니다. 통화하고 나서 좀 있다가 아빠 위로하고 병원 찾고 이러는 게 쫌 시들해진 김채윤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나나나....나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5. 피흘리면서 치료하는 것 보고 나와서 겁에 질린 김채윤. '엄마! 아빠 많이 아프지? 근데 아빠 울지도 않고 꾹 참지? 아빠 지~인짜 씩씩하지?' 하면서 나오다가 수납 데스크에 놓인 사탕을 발견. 아빠고 뭐고 눈이 뒤집혀서 '사탕. 엄마 나 사탕' 사탕 하나 분홍색으로 받아들고 싱글벙글....

6. 이틀 째에 여기저기 문 닫은 병원 찾아다니다가 날카로와진 엄마빠. '대체 주일날 아픈 사람은 어쩌란 말야...@$%&#$*$%&'
김채윤 역시 뒷좌석에서 '아이씨, 또 문 닫았어? @#%#$&^#$&$%^'
그렇게 가다보니 수퍼를 지나고 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저기서 뭐 한 개만 사 먹으면 좋겠다'


아빠 걱정이 됐다가 또 정신을 잃고 노래를 했다가, 지 먹을 궁리를 했다가 다시 아빠 걱정을 했다가...정신 못 차리고 질퍽거리던 김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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