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배우기 시작한 지 딱 2년이 되는 채윤이가 대회를 나갔습니다.
이런 건 콩쿨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그냥 대회라고 하는데....
참가하는 모든 아이들이 다 상을 받는 거지요.
말하자면 참가비와 상을 맞바꾸는 것이고 아주 아주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대화랍니다.
그런 걸 알지만 채윤이가 피아노 배우고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연주해 보는 것이고,
무엇보다 엄마 눈에는 좀 치는 것 같은 피아논데....상대적으로 어떤 지를 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더랬습니다.

유치원 1학년생 아이들이 소나티네를 너무 잘 치더라구요.
이야~ 우리 채윤이 피아노 잘 치는 거 그거 남들 다 하는 수준이구나. 하면서 채윤이의 순서가 가까와 올수록
떨리는 마음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더 잘 치고, 앞의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게 음악이 음악으로 흘러가는 듯한 연주가 멋졌습니다.
지 입으로 지 딸을 이렇게 평가하는 게 쫌 그렇지만....
원래 한 오버 하는 엄마와 달리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칭찬에 인색한 아빠가 그리 평했으니 믿어도 되겠죠.

채윤이랑 같은 곡을 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1악장 전체를 다 치도록 '땡'이 울리지 않았지요.
그걸 보고 채윤이가 엄청 초조했었나봐요. 채윤이는 끝까지 준비를 안했거든요. 선생님이 중간에 분명히 '땡' 할거라면 끝까지 연습을 안 시키시더라구요. 초조했던 채윤이가 자기가 친 부분이 가까이 오자 그냥 멈춰버렸어요. 그것 때문에 감점이 있었던 것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첫 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차분하게 집에서 연습할 때보다 더 잘 연주를 해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이럴 때 참 아이에게 고맙단 생각이 들어요.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처럼 글쓰기  (10) 2008.03.20
삶은 요리의 딸  (11) 2008.03.08
봄방학 하는 날  (12) 2008.02.25
동시_내 동생  (13) 2008.02.12
살랑살랑 잘도 흔들어요  (6) 2008.02.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