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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294

꿈으로 말씀하시고 꿈을 미워하라신다. 2009년 1월 8일 목요일. 오래 전 꿈이 문득 다시 생각나 일기장을 들추어 보았다. 정확히 저 날이었다. 남편이 신대원을 마치고 풀타임 목회를 시작한 때이다. 청년부를 맡게 되면서 아주 자연스런 수순으로 나는 지휘를 그만두게 되었다. 말 그대로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래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나 역시 남편의 청년사역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제껏 '내 사역'을 위해서 남편이 포기해주었으니(그 전 수 년 동안 내가 유치부 설교사역, 지휘를 선택함으로 남편은 고등부 교사, 청년부 교사 등을 포기했었다) 당연한 포기라고 생각했다. 별 감정의 찌꺼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몸살이 났다. 몸살 중에 꾼 꿈이다. 내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작은 화분들을 어떤 아줌마들이 마.. 2014. 9. 16.
야곱의 상처입은 엉덩이 계속 컨디션이 안 좋더니 어제부터 정식으로 몸살감기다. 남편이 '병원에 꼭 가' 하고 나갔다. 그러면 괜히 걱정을 끼치고 다시 걱정하는 말을 들으며 애정을 확인하고픈 유치한 마음으로 안 가고 버티기 일쑤다. 어제는 여유있게 앙탈을 작당할 처지가 아니었다. 진통제라도 먹어야 살겠기에 내 발로 병원에 가 약을 받아왔다. 약 먹고 잠시 눈을 붙이니 거짓말처럼 두통도, 눈이 아픈 것도, 근육통도 가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제 이후로 약발 리듬에 기대어 지내고 있다. 약기운 오르면 잠시 빨래도 돌리고, 약기운 떨어지면 다시 침대에 코를 처박고 엎드렸다가 베개를 머리에 올리고 압박을 했다가, 잠이 들었다가. 환자놀이 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아침에 페북을 열었는데 강준만의 신작 에 대한 두 줄 짜리 평을 보고 빵.. 2014. 9. 3.
한 잔 합니다 # 짠함 1 가끔 다른 엄마들로부터 그런 조언을 듣습니다. '애들을 너무 그렇게 강하게 키우지 말고 좀 해주고 차도 태워 데리고 다니고 그래요'우리 채윤이 한참 전부터 지하철녀로 유명하지요. 스스로 독립적인 면도 있지만 엄마가 너무 따까리를 안 해주는 탓도 있어요. 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는데 것도 혼자 다 알아보고 신청해 놓았습니다. 오늘 방화동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9시까지 가야 한다고. 길 검색을 해보니 대중교통으론 1 시간, 자동차로는 23분. 안 되겠다. 인천에서 강의가 있었는데 일찍 나가면 채윤이를 태워다 줬습니다. 채윤이 감동을 해가지고 '이 엄마아 웬일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 끝나고도 엄마랑 같이 가면 안 돼?' 했는데 시간도 안 맞고, '갈 때는 지하철 타고 가' 했지요... 2014. 8. 30.
도전 한동안 주일예배를 본당에서 드리지 못했다. 주일에 강의가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별관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고, 두어 주 집을 비우기도 했고 이래저래 본당까지 가는 길이 멀기만 했었다. 그러나 담임 목사님이 계속 설교하셨더라도 그 정도 이유로 본당사수를 포기했었을까? 끝없이 밀려드는 교인들을 보면서 '과연 무엇 때문에 이렇게들 모여들까?' 생각하면 담임 목사님의 설교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떠나서 지난 2년여 목사님의 설교가 교회생활의 전부라 여기며 살지 않았던가. 이 교회로 오기 전 몇 년 동안 깊은 회의 속에서 기독교 신앙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을 세세하게 어루만진 것은 담임 목사님의 설교였고, 새신자반으로 시작하는 '반' 시리즈였다. 가톨릭 영성으로 도피하여 방황하던 따뜻하게 안아 제자리 찾게 .. 2014. 7. 20.
제자리로 벌써 한 열흘 전, 싱크대 앞과 식탁과 거실의 내 자리를 비우는 대신 메모지 세 장에 8 일분 잔소리를 문자화해놓고, 멀리 다녀왔습니다.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내가 뭘 하다 거기까지 갔는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징징거리며 갔지만, 그냥 막 뭐든 준비된 사람처럼 막 강의하고, 열심히 강의하고, 막 상담하고, 밥 먹으며 상담하고, 지냈습니다. 강의하며 상담하며 남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없을 때 내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 아이들의 아빠가 김종필 씨라서 참 안심이고 좋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밥도 못하고, 반찬 하나 만들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든든했습니다. 코스타 같은 곳에 강사로 가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사람이 우쭐해집니다.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는 질.. 2014. 7. 9.
아버님 3주기 아버님 3주기 추도예배를 드리고 왔다. 2년이라 해도 믿어지지 않는데 벌써 3년 이라니. 아이들이 '할아버지 보고싶다. 할아버지 보고싶다' 하는 소리가 깊은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3년 전에 썼던 글을 찾아보았다. 아버님과 주고받은 문자가 있다. 한 달 남았다는 최종 진단을 받으신 후에는 손발 오그라드는, 웬만해서는 누구한테도 할 수 없는 표현을 내용의 문자를 드렸었다. 마음 먹기로는 하루에 하나 씩이었는데, 그나마 그것도 지키지 못했다. 특히 5월 말 이후에 아버님은 문자를 확인하실 수 없는 상태가 되셨었다. 수줍음이 많으신 아버님께서 평소에는 거의 말이 없으셨다. 특히, 암선고 받으신 후 50여 일 지내시며 거의 입을 닫고 계셨다. 그런 아버님께 평생 '사랑한다'는 고백을 제일 많이 들은 사람은 채윤.. 2014. 6. 7.
변화 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걸 좋아하고, 옷 입는 스타일이든, 설교의 구조든, 거실의 공간배치 까지도 '뻔한' 방식을 싫어하는 남편의 미덕. 한 번씩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집안의 구조를 바꿔놓는데 이것 참 신선하다. 정말 멋대가리 없고 덩치만 큰 김치냉장고 때문에 가뜩이나 좁은 집 자세가 안 나온다. 그간 최선의 배치라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끙끙거리며 이것 저것 옮기더니 다시 새로운 공간 창출! 소파는 벽으로 밀고 현관을 등지고 있던 커피장을 좌향좌시키니..... 오, 거실이 엄청 넓어졌다. 박수!!!!! 이런 변화 좋아. 일 마치고 카페에서 글 쓰고 들어올까 하다가도 몸과 마음이 거실을 향하게 된다. 연애강의를 가면 강의 마치고 질의 응답 시간이 더 재밌고 유익한 경우가 많다. 센스있는 스태프들은 미.. 2014. 6. 5.
정신실, 내 마음의 서재 인터뷰 기산데요. 섭외받고 인터뷰하기로 결정한 후에 인터뷰어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뙇! 한영교회 청년 오은주였습니다. 은주가 인터뷰 작가로 일하고 있는 것도 몰랐는데, 서로 놀랍고 신기하다 하며 즐겁게 인터뷰 했습니다.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서 자주 하던 얘기지만요. 쫌 잘 나온 사진 자랑겸 링크합니다. 사진도 잘 나왔고, 사진에 나이가 참 잘 나왔어요. ㅎㅎ 50이 머지않은 얼굴, 있는 모습 그대로. http://webzine.godpia.com/books/view.asp?db_idx=136 2014. 5. 24.
예배,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주님, 세상이 알면 알수록 더욱 무섭습니다. 죄 없으신 주님을 모욕하고, 침을 뱉고, 채찍을 내리치다못해, 주님을 십자가 위에 처형했던 그때 그 악의 무리들이, 지금도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합세하여, 주님과 주님의 사람들의 목을 조이고 무섭도록 유혹을 합니다. 우리를 돈으로 미끼삼아 탐욕의 노예들처럼 부립니다. 불평등한 경쟁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밀어 넣습니다.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인 듯 포장합니다.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여있듯이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에도, 거짓 선지자들은 안전하다 안전하다 안전하다고 말하고, 그들의 추악한 거짓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권세와 명예를 누립니다. 주님, 풍랑이 몰아치는 세상 한복판에서 우리가 안전히.. 2014. 5. 20.
감사한 죄 가볍고 편한 신발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걸음이 조심스러운 엄마 생각이 나서이다. 저렇게 예쁜 신발을 사서 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갖다 드렸다. 퇴원하시면 하나 사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엄마가 채근을 했다. '신발 사올라믄 얼릉 사와라. 그럴 일이 있응게' 그럴 일이 있어서 얼른 사다드렸다.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나날이 엄마에게도 일상, 내게도 일상이 되어간다. 편안한 일상이 되어간다. 2년 전, 처음으로 요양병원으로 모시며 무너지던 가슴을 생각하면 기적같은 마음의 변화이다. 이번 수술과 재활과정은 버겁지만 참으로 견딜만 한 일이 되었다.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나 역시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원망만 쌓이던 순간이 있었으나 이젠 참 지낼만 하다. 병원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여보세유'하는.. 2014.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