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강의를 오래 하면서, 사랑하는 사이에 왜 그리 서로 상처를 줄까 고민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난항에 빠지는 관계 문제에 대해 골몰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사랑에 대한 실용적인 정의 하나를 발견했다. 사랑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사랑'이라고 해야 '사랑'이다. 내가 네게 해 준 것이 얼만데, 울부짖어도 소용 없다. 받은 사람의 기억 속에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인 경우가 허다하다.


멸치, 다시마, 양파, 무 등을 넣고 지극 정성으로 육수를 낸 국을 끓여 먹이고, 당근과 버섯과 양파를 우격다짐으로 먹이는 것이 엄마의 사랑인데. 아이들 편에서는 사랑은 커녕 그저 고역일 뿐임을 안다. (흐흑) 


한 놈은 며칠 전부터 "엄마, 유부초밥 먹고 싶어." 또 한 놈은 "엄마, 나 떡갈비에 계란 올린 거 먹고 싶어." 했다. 이 욕구들에 즉각적으로, 인스턴트 식품으로 응해주었다. 건강이고 뭐고 아이들은 어깨춤을 추며 행복해 한다. 엄마가 자신을 돌봐준다고, 자신에게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사랑받는다고 느낀단다.


사랑 이렇게 쉬운 건데. '그래도 건강을 생각하면, 그래도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래도 사람 노릇하려면..... ' 하며 내 중심의 관점, 에고이스트적 사랑을 놓지 못한다. 인스턴트 유부초밥과 떡갈비로 열여덟, 열다섯 두 아이가 춤을 추는 저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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