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치유자 : 에니어그램 지도자 과정'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다. 각자 꾸민 저 양초의 개성을, 양초가 놓인 일상의 자리를 보면 감동을 너머 신성한 느낌까지 든다. 상징의 힘이다. 살아온 날의 서사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 과정을 선택한 이유가, 되고 싶은 나와 지금의 나 사이 거리로 인한 막막함이, 성장과 사랑에 대한 기대가, 무엇보다 하나님을 찾는 갈망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만든 양초가 각각의 일상의 자리에 놓여 있다는 것도 그렇다. 마음과 영혼에 대한 높은 배움과 깨달음이 있다 해도 결국 그것을 살아내야 할 곳은 일상이니까. 일상은 많은 경우 견뎌야 하는 곳이니까. 내적 여정 공부들이 이분들 일상에서 촛불 하나로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상의 작은 것을 변화시키는, 친밀한 관계 사이 작은 돌 하나라도 치우는 그런 여정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적다 보면 "너는 그러고 있니?"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무겁다. 행복하게 무겁고, 감미롭게 고통스럽다. 무겁든 가볍든 연결은 생명이고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기에 좋은 일인 것은 확실하다. 연구소 카페 지도자 방에 올리며 마음에 심은 씨앗을 여기에도 심는다.

나에게 있어 에니어그램은 사랑 안의 성장에 관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삶은 사랑 안에서 성장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습니다.
영성이란 언제나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리처드 로어 신부님의 이 말, 에니어그램은 사랑이라는 말 어떻게 들리시나요. 그 무게감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사랑의 대상으로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해야 하는데, 나는 사랑이 부족해, 이기적이야." 이렇게 읽히시진 않나요. 저는 그렇게 읽혀요. 사랑이 부족한 내가 이런 말을 가지고 강의할 자격이 되나, 누군가 내게 이 글을 들이밀며 검증하려 하면 어떡하지? 우선은 그렇게 읽혀요.

사랑의 내용과 순서에 대해 오래도록 깨지지 않는 선입관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의 목소리죠. "너는 왜 그리 교만하니? 쌀쌀맞고 사랑이 없니? 사랑은 둥근 거다.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다 품어주는 거여." 제 인생에 가장 큰 사랑을 준 사람이 엄만데, 사랑에 대한 잘못된 명령어를 뿌리 깊게 입력한 사람도 엄마예요.

리처드 로어 신부님이 에니어그램을 사랑 안에서 성장이라고 말할 때, 에니어그램의 죄로 인해 울어야 제대로 자기 유형을 찾았다고 할 때, 먼저는 자기 사랑입니다. 자기 번호로 흥하는 것에 만족하며 사는 일이 얼마나 작은 자기로 사는 일인지, 그런 삶이 계속될 때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이웃으로부터 멀어지는 고립, 치명적인 악에 빠진다는 거요. 번호에 매몰되어 살고, 번호의 방어기제를 그럴듯하게 자기 이미지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시는 거죠.

잘못 입력된 명령어를 예수님께서 수정해주셨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가 본 만큼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나를 만나본 만큼 다른 이와 진실하게 만날 수 있다는 뜻이고, 나를 용납해 본 만큼 타인을 용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내 존재가 사랑의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요.

친밀하게 다가갈수록, 더 사랑하고자 애쓸수록 나의 집착과 회피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납니다. 여러분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제 페르소나, 역할입니다. 역할에 동일화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여러분의 성장을 돕는다는 미명 하에, 닦달하고 겁주고 조종하려는 저를 봅니다. 역할에 도취하여 쉽게 자만심에 빠지고, 부족함을 마주할 때는 자기 비난에 휩싸이는 악습이 제게 있습니다. 올 일 년 여러분께 비춘 제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피하지 않고, 매일 십자가 앞으로 저의 죄를 가져가고, 거기서 받아들여진 저를 확인하며 저를 용납하고 사랑 안에서 성장하겠습니다. 성장하는 사랑의 씨앗을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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