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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041635

소개팅 아니면 광장 지난 주 토요일, 모 소개팅녀와 주고받은 톡입니다.시국이 이렇고, 엄중한 주말이라 하지만 모처럼 잡힌 소개팅을 엎을 수는 없지요.그래서 말렸습니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으니, 다음 주에도 기회가 있다. 소개팅에 집중하라, 광장은 내가 지킬게, 어르고 달래서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캬캬) 모처럼 잡힌 소개팅 약속이 아니라면, 그 정도 중헌 뭣이 아니라면 광장으로!뉴스 중독자 되어 경악하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나날입니다. 막장 뉴스 폐인입니다. 그런데 광장에 서면 다른 것이 보입니다. 희망의 불씨가 번져 들불이 되고 있습니다.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함성에 파묻히고, 와아아 촛불 파도타기에 있는 몸을 싣는 것만으로도,인파에 밀려 발길 닿는대로 행진하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기도가 됩니다. 내일 광장에.. 2016. 11. 26.
백만 개의 촛불, 백만 개의 우주 백만 개의 촛불이 밝혀진 날, 나는 조금 일찍 움직여야했다. 꼭 가보고 싶은 mary 언니님의 합창단 공연이 4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소는 성균관대였고, 여러 곳에서 사전 집회가 낮부터 시작되었다. 마침 대학로에서는 그리스도교 연합 시국 기도회가 있어서 여기 참석하고, 연주회 갔다가, 광화문으로!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채윤이는 3시에 탑골공원에서 있는 청소년 시국 집회에 가고 싶다고 한다. 현승이는 이랬다저랬다 하더니 외삼촌 식구들과 함께 광화문으로 가는 것으로. 종필 아빠는 멀리 이스라엘에 있는데 갈릴리 호숫가의 야경이 모도 촛불로 보일 지경이라나. 지난 번 집회에서 이재명 아저씨에게 반해버린 채윤이는 2시, 대학로 집회에 이재명 시장 뜬다는 소식을 접하고 엄마와 같이 일단 대학로로 가겠단다... 2016. 11. 13.
가족의 이름으로, 팽목항 기도회 세월호 2주기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23일 토요일, 팽목항 기도회에 다녀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이 도모한 긴 하루의 일정이었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여 서울역 앞에서 7시에 버스를 탔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40분. 열 시간 넘게 버스를 탔으니 기도회는 짧고 멀미는 길었다. 사서 고생을 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다. 기사를 보는 순간 '어머, 여긴 가야해!'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신청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툭 올라온다. 가기 전에도 그랬고, 당일도 내내 마음 한 구석 편치 않았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은 이거였다. '미안해할 것 없어. 가족 대표로 가는 거잖아. 김종필, 김채윤, 김현승을 대표해서 가는 거야' 그래, 가족 대표다. ​ # 남편에게 미.. 2016. 4. 24.
[봉선화기도] 노란 건반 위를 걷는 붉은 기도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기도 손을 촬영하는 작업에 다녀왔습니다. 꽃다운 친구 김채윤이 함께 했습니다. 304 개의 기도손으로 참여하며 작은 기도문구 하나를 남기게 됩니다. 채윤이는 '노란 건반 위를 걷는 기도'라고 했습니다. 양손 중지 전체에 붉은 물을 들이고 다니는 일이 피아노 치는 채윤이에게는 더 무게감 있는 일이겠습니다. 붉은 손가락으로 피아노 칠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지 '건반 위를 걷는 기도'라고 처음에 적었습니다. 꽃다운 언니 오빠들이 잠겨버린 진도 앞바다를 건반 삼아 꽃다운 친구 채윤이의 붉은 손가락이 춤추듯 오가며 연주할 것입니다. 슬픔일지, 분노일지, 두려움의 춤일지 알 수 없습니다. 채윤이의 음악 속에 오래오래 이 언니들과 오빠들이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어.. 2016. 3. 16.
봉선화기도 304 나는 감히 읽어낼 수 없는 것, 그것 역시 나를 읽어줄 리 없다고 믿었던 것이 미술작품들이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미술을 못해'라는 관념이 콱 박혀버렸고, 초중고 공교육을 통해서 미술은 미술일 뿐 그것이 거기 있어서 내게 무슨 상관이랴! 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제게 작품이 나를 읽고 나 역시 작품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주신 분이 조소희 작가님입니다. 이미지와 상징이 가진 힘에 뒤늦게 눈을 떠 걸음마 배우고 있는 제게 감동과 배움이었습니다. 라는 작품과 거기 담긴 작가의 마음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던 기억이 납니다. 안산 분양소 앞에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서는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이라는 추모 전시회를 연다고 합니다. 조소희 작가님은 라는 작품으로 참여하시는데 304 명.. 2016. 2. 27.
2015, 다시 대림절에 다시 대림절에  이해인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밝고 둥근 해님처럼당신은 그렇게 오시렵니까?기다림밖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당신은 조용히 사랑의 태양으로 뜨시렵니까기다릴 줄 몰라 기쁨을 잃어 버렸던우리의 어리석음을 뉘우치며이제 우리는 기다림의 은혜를 새롭게 고마워합니다.기다림은 곧 기도의 시작임을 다시 배웁니다마음이 답답한 이들에겐문이 되어 주시고목마른 이들에겐 구원의 샘이 되시는 주님절망하는 이들에겐 희망으로슬퍼하는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십시오앓는 이들에겐 치유자로갇힌 이들에겐 해방자로 오십시오이제 우리의 기다림은잘 익은 포도주의 향기를 내고목관악기의 소리를 냅니다어서 오십시오, 주님마지막 기다림이신 주님어서 오십시오.촛불을 켜는 설레임으로당신을 부르는 우리 마음엔당신을 사랑하는 데서 .. 2015. 12. 16.
노란 칠월, 불 기도 ​ 폭염에 급습당했다. 금요일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마치고 시험 끝난 채윤이를 만나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교복 입은 채윤이와 이대 앞을 헤집고 다녔다. 그 오후, 믿어지지 않는 갑작스런 더위가 습격해왔다. 올해 첫 열대야를 보냈다. 다음 날 토요일 최고 기온은 36도라는 예보로 떠들썩하니. 적어도 작전은 세우고 맞설 수 있겠구나. 작전이란 최대한 버티다 가장 더운 시간에는 카페로 피신하기 정도였다. 설거지, 청소, 빨래로 일단 정면돌파 하여 무한대로 땀을 흘렸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늘어져 있기. 늘어져 있다 책 한 줄 보다, 책 한 줄 보고 늘어져 있다, 톡 놀이하는데 홍제동 수진 여사가 이 더위에 피케팅을 나가다는 소식을 접수했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 설치 1주년 .. 2015. 7. 11.
주부수영 끊은 사연 보일 듯 말 듯한 돌멩이 하나가 마음 우물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돌멩이인가? 아닌가? 내가 잘못 봤나? 기분 탓인가? 아, 그래도 뭔가 묵직하고 불편한 게 있어. 손으로는 청소기를 돌리고 머리는 머리대로 돌아가고 있는 아침이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뭐지? 아, 수영장 접수한 거 취소하기!' 몇 달 수영을 쉬다가 현승이 수영 재접수 하러 간 김에 충동적으로 접수했다. (운동하라는 내 말은 죽어도 안 들으면서) '당신 수영 다시 해, 수영 다시 해'하는 남편의 잔소리도 있고, 정말 수영이 좋고, 운동을 안 하니 허리며 목이 삐그덕 대기도 하고.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6월에 오전 강의들이 잡히고 있는데 모두 확정되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갈 수도 있겠다 싶다. 어머, 안 되겠네. 취소해야겠다... 2015. 5. 29.
노란 사월, 걷는 기도 ​ 2015년 4월 25일 오후 3시, 홍대 정문 앞 ​ 혼자 갔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또 다른 '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기띠를 매고 노란 나비를 든, 또 다른 나. ​ 말 없이 걷고 또 걸어 산울림 소극장을 지나고 신촌을 지나고 이대 앞을 지난다. 커다란 노란 리본 붙인 휴대폰을 가진 또 다른 나. ​ ​ 양복 입고 구두 신고 정장 가방을 든 또 다른 남자, 나. 아현을 지나 충정로로 향한다. 노란 선글라스 쓴 예쁜 아이를 안고 걷는 팔이 아픈 엄마, 나. ​ 두 시간을 걸어 광화문에 도착할 즈음에는 맞은 편에서 수많은 '나'들이 깃발을 들고, 노란 스카프를 매고 몰려왔다. ​ 광화문 광장 '기억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수많은 '나'들이 아이를 잃은 영문도 모른 채 슬픔 대신 억울함으로 1년.. 2015. 4. 25.
노란 사월 ​ 이른 아침 채윤이를 지하철에 태워주고 들어오는 길. 며칠 마음으론 땡겼지만 눈으로는 쉭쉭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이름 모를 노란 꽃 앞에 멈추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꽃봉우리를 줍고 몇 송이는 나무에 붙은 걸 따서 손에 한가득 들고 주차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여러 개의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지우면서 다리가 저리도록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가 보면 마음 쪽 어디가 아픈 여자인 줄 알았을 것 같아요. 골목 담장 너머로 삐죽 피어있던 저 꽃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울컥하고 말았었는데요. 앞두고 있는 몇 개의 중요한 강의 준비로 약간 수험생 모드였습니다. 시험 끝나면, 시험만 끝나면, 하는 심정으로 모든 에너지를 강의에만 쏟으면 지내고 있었던 터라서요. 오늘 아침 다가가 보니 시들어 떨어진 꽃잎이 .. 2015.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