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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82

사는 재미 계란말이 위에 새싹을 한 줌 얹었다. 여기 얹지 않았으면 며칠 냉장고에 계시다 여지없이 음식 쓰레기로 가실, 잊히기 딱 좋은 분량이었다. 늘 먹는 계란말이에 새싹 얹고 오리엔탈 드레싱 뿌리니 아침 식탁이 화려해졌다. 아으, 계란의 단백질에 야채까지 섭취시키는 이 뿌듯한 주부의 마음. 요런 잔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 진짜 신나고 재미가 있다. 어묵볶음을 했는데 짜고 매워서 100% 콤플레인 들어온 판이었다. 역시 먹다가 한 줌 남은 상추를 썰어서 밑에 깔고 같이 집어 먹는 거라고 했다. (누가 보면 돼지 불고긴줄 알겠네!) 다시 돌아가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팽팽팽팽 잔머리. 무슨 코딱지 만 한 여자가 에너지가 그리 많냐는 얘기를 듣는다. 이제와 얘긴데. 실은 다 재밌어서 하는 짓이다. 재밌자고 하는.. 2012. 6. 16.
얼음과 커피(by 털보님)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13일 서울 합정동에서 얼음과 커피가 만나 얼음 커피가 된다. 싸늘하고 투명한 표정, 반듯하게 각진 사각의 얼굴, 시간이 지나면 완고한 각을 풀고 시원하게 녹아드는 그 유연함, 입에 하나 물면 적어도 입속에서만큼은 여름을 곧바로 물리치는 그 즉각적 위력, 깨물어서 잘게 부수면 사탕도 아니면서 사탕보다 더 빠르게 녹아드는 그 속도감, 얼음은 매력적이긴 했다. 그래서 둘의 만남은 항상 커피의 기다림으로 이루어졌다. 커피는 기다렸다. 커피의 기다림은 하얀 김으로 솟아올라 바깥을 기웃거리며 얼음이 언제 오는지 목을 빼게 하곤 했다. 혹자는 커피의 기다림을 진한 갈색 향기의 기다림이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 기다림은 대개 봉지에 털어낸 건조한 가루를 뜨거운 .. 2012. 6. 15.
(두구두구)책표지 (근질근질)살짝 공개 개봉박두입니다. 모든 작업 끝났고 다음 주 초면 뜨끈뜨끈한 걸로 받아볼 수 있겠네요. 살짝 표지만 공개합니다. 표지 컨셉은 '상콤&달콤' 이런 것 같죠? 많이 팔리고, 좋은 반응 얻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일말의 이로움이라도 남기는 책이 되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과, 성령님의 감동하심에 의지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2. 6. 12.
아버님의 소주잔 아버님 돌아가신 지 어느 새 1년 입니다. 정말 건강하셨던 몇 년 전의 제주도 여행에서 유채꽃 채윤이꽃 현승이꽃에 둘러싸이셨어요. 두 아이를 번갈아가며 업으시고 유채꽃 사이를 거니실 만큼 건강하셨지요. 아버님의 손주사랑, 며느리사랑, 특별히 소주사랑을 떠올리며 쓴 글입니다. 크로스로의 '정신실의 일상愛' 두 번째 글이랍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보세요) http://www.crosslow.com/news/articleView.html?idxno=438 평소 수줍음 많이 타시고 말도 별로 없으신 아버님께서 약주 한 잔 하시면 명카수로 변신이었죠. 같이 살 때는 저렇게 노래방 기계 틀어놓고 '아들 손자 며느리 다~아 모여서' 놀아보기도 했었는데... 그 시절이 아련하네요. 2012. 6. 9.
나 엄마 안해! 시상이 떠올랐다며 일기장 뒤쪽에 날짜와 상관 없이 써도 되냔다. 아, 물론이지. 했는데........ 이런 걸출한 작품이! ㅠㅠㅠㅠㅠㅠ (내가 뭘 그렇게 화를 냈다구. 엉엉) 그리고나서 연이어 쓴 일기는 나도 아침에 잠깐 얼굴 보고 밤에 와 자기 전에 기도해주는 걸로 하루 때울 수 있다면 그렇게 화낼 일 없다고. 아씨. 삐졌어. 나 엄마 안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2. 6. 4.
날개가 있다면 홀로 갈 수 있을까?_유형의 날개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18 받는사람 육미 참조사람 일경, 이석, 삼진, 사라, 오필, 칠규, 팔수, 구민 내 안의 유형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육미로 시작한 유형 이야기가 사라까지 해서 다 끝났구나. 궁금하던 것들이 조금 풀렸니? 유형 설명을 들을수록 더 헛갈린다는 뒷담화들이 내 귀에까지 들리던데. 이런 명강의를 듣고도 헛갈린단 말이냐!^^ 이런 혼란이니? '분명 난 7유형인데 가만히 듣다 보니 성공지향적 3유형도 내 얘기 같고, 남을 돕는 것으로 인정받으려는 2유형의 모습도 내 안에 있고, 매사에 근심걱정인 6유형도 딱 내 얘기네!' '어, 내가 5유형이라는데 9유형처럼 갈등을 피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서기도 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도 하는데… 나 정말 5유형이 맞.. 2012. 6. 4.
내가 청년이면 여기 간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책도 많이 읽고 똑똑해지고 싶다. 딱히 뭐라 말할 순 없어도 깊은 내공의 사람이 되고 싶다. 데이트 하고 있는 친구와 뭔가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도통 모르겠다. 청년들을 만나면서 이런 바램들을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런 바램을 가진 청년들(마음만은 청년인분들)께 소개합니다. 대학로에서 라는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시는 김성수목사님(한영교회와 고신신대원 소속의 김성수목사님 아님)께서 준비하신 참 좋은 자리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글 좀 쓰고,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 공부를 팔 걷어부치고 나서는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신다' 하면서 지켜보니....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팽창하셔서 자신은 순수하게 공급자가 되고 소비자를 불러모으는 형태로 진화, 발전하는 걸 봤습니다. 유.. 2012. 6. 1.
김치노동, 김치사랑, 김치생색 아침부터 일어나서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 바칠 때는 뭐 그러려니, 당연히 그러려니.... 여기시더니. 며칠 (은 아니고 몇 주? 아니 한 몇 달?) 아침에 빵이며 씨리얼 요런 거 좀 드렸다고. "여보, 살림 좀 해. 김치찌개도 좀 끓이고, 된장찌개도...." 꽤 힘을 실어서 컴플레인으로 치고 들어오시네요. "엇쭈!" 하긴 했지만 속으론 좀 쫄아가지고 바로~ 미루고 미루던 김치 담그기에 착수했습니다. 늘 하던 일이라야 착착착착 되는데, 일이 손에 안붙어 가지고 주방을 온통 난리를 만들어놓고 파 좀 썰었다고 눈도 못 뜨고 정신이 없습니니다. 아, 진짜 김치는 주부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과 내공의 고갱이 그 자체입니다. 완성된 김치 한 통을 바라보노라니 귓가에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주부가 가족을 .. 2012. 5. 31.
정신실의 일상愛 웹진 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정신실의 일상愛 유진피터슨의 서문에 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성경을 영어로 옮기 초기의 최고 번역가 중 한 사람인 윌리엄 틴데일이 한 말이다. 그는 "쟁기로 밭을 가는 소년"이 읽을 수 있도록 성경을 번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아프리카인 어거스틴은 나중에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성경 교사가 되었지만, 성경을 처음 읽었을 때는 큰 반감을 가졌다. 문학적으로 세련되고 깔끔한 책을 극찬했던 그가 보기에, 성경은 평범하고 시시한 사람들의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가 읽은 라틴어역 성경에는 속어와 은어가 수두룩했다. 많은 등장인물이 "속되고" 예수는 평범해 보여서, 그는 성경을 한 번 보고는 경멸하며 내던졌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련된 .. 2012. 5. 29.
한경희 스팀청소기님 헌정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격언도 아니고 금언도 아닌 누가 했는 지 모르는 좋은) 얘길 기억하고 있다. 급하고 중요하고 막 해야하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땐 어찌해야 하나요? 금언님, 격언님! 금토일월 까지 뭘 먹고, 식구들 뭘 멕이고 어떻게 지냈는 지 기억도 안나는 날을 보내고. 보내고. 다 보내고..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와 설거지, 빨래, 무엇보다 바닥에 스팀 한 번 취이~익 뿌려줬다. 한경희주부님은 어쩌면 이런 발명품을 다 생각해내셨을까? 바닥에서 빛이 난다. 마음까지 반짝거리는 오늘 아침의 이 깔끔한 여유로움에 대한 감사와 영광을 한경희 스팀청소기 CEO님께 바친다. (그렇다고 급하고 중요한 일이 다 끝난 것도 아님. 말하자면 오늘 마감인 원고를 이제부터 쓰기 시작할텐데 말이다 ㅡ... 2012.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