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15


채윤이 키우면서 내 여러 번 엉덩이를 때렸으나....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면 가장 침착해지고 가장 차분해진 상태로 마음을 정돈하여 거사를 치뤘건만...
오늘은 이성을 잃고 끓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야말로 분풀이로 엉덩이 세 대를 때렸다.
이성을 잃고 애를 때린 건 처음 일인 것 같다.

목장모임 가려고 준비하는데 옷 입는 거 부터 시작해서 계속 찡찡이.
옷도 양말도 전혀 타협 없이 지가 원하는대로만.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다. 무엇보다 계속 징징징...
한바탕 난리 치고 집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핀이 아니라 머리띠를 해야 한다고 울기 시작. 다른 층에서 사람들이 탔는데 더 크게 운다.
속이 부글부글.
가뜩이나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해서 참고 참고 도 닦고 있는데 너 잘 만났다.
차 안에 들어가서 아빠랑 현승이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완전 내 분풀이용으로 세 대를 때렸다.
포효하는 짐승처럼.

그렇게 맞은 채윤이 더 서러워 계속 운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머리띠 하게 해 주세요. 엉엉엉......엉엉엉.......엄마! 핀은 안 예뻐요. 머리띠가 예뻐요 네? 엉엉엉...'
여기서 머리띠냐 머리핀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채윤이 떼를 쓰고 싶은 것이다. 대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만 울어라는 약간의 협박은 간간이 하면서.

그러다 그러다 나중엔 헷갈리는 채윤이
'엄마! 핀 한 번만 하게 해 주세요. 예? 하고 싶어요..엉엉엉....징징징.......'

목장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데리고 차분하게 대.화.를 하려고 했더니 아빠가 먼저 채윤이 데리고 놀이터로 사라졌다. 가서 그랬단다.
그네에 채윤이를 앉히니 '아빠! 대화를 할 건데 왜 그네에 앉혀요?'
'채윤아! 왜 그래? 니 생각을 말해봐'
'졸려서 그랬어요'
끝. 상황종료.
단지 졸려서 이 에미 속을 그렇게 뒤집어 놨단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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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가급적 뭐든 먹지 않도록 한다.
치카치카 하고 난 다음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약속이다.

잠들기 조금 전.
김채윤 식탁에 있는 과자를 보면서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도 참아요'
'그래?'하고 시큰둥하게 반응해 줬다.
근데 김채윤. 엄마의 반응 따위는 상관 없다는 듯.

뒤돌아 서면서.....
두 번째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엉덩이를 흔들며 방으로 걸어가며 하는 말.
'아으~ 난 생각을 너무 잘 해!'

이런 똘똘이 스머프 기질은 분명히 아빠의 피다.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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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0

친정으로 좀 쉬러 오면서 채윤이 보고파 목을 매는 외할머니와 삼촌을 위해서 하루만 채윤일 친정에서 데리고 있기로 하고 함께왔다. 하루종일 할머니 시장 따라가서 떡, 딸기, 과자 한보따리 사오고 삼촌이랑 파파이스 갔다오고....해피한 김채윤이다.

저녁에 아빠 따라서 집으로 가게 되어있는 김채윤 울며 불면 엄마랑 같이 있겠다고 난리. 외할머니 또 마음 아퍼서 '놔둬라 놔둬라' 하셔서 급기야 함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낯선 채윤이의 모습을 보았다. 얼핏 드는 생각은 뭔가 자존심도 내려 놓고 스트레스도 내려놓은....무장해제된 모습이랄까? 그러면서 너무 행복해서 어쩔줄 모르는 듯한. 오늘 채윤이 모습을 보면서 그간 이 녀석이 꽤 자존심으로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현승이를 가끔 때릴줄이나 알고, 현승이와 자신을 편애하는 할아버지가 정 미울 때는 '할아버지는 나쁜놈이야' 하기도 했지만.....채윤이의 스트레스는 그 정도 이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그 정도는 채윤이가 자존심을 지키면서 대처했던 방식이라는.....모두들 현승이를 '아가 아가' 하면서 안고 빨고 그럴 때 한 번도 그것을 싫어하고 부러워하는 내색하지 않았었는데 정작 그게 너무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현승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만을 이뻐서 어쩔 줄 모르는 외할머니 삼촌의 사랑을 받으면서 순간순간 자기도 모를게 혀짧은 애기 소리를 내고 그런다. 집에서 처럼 도통 말도 안 듣고 뺀질거리는 미운 다섯 살 채윤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낮잠으로 그 행복을 조금이라도 뺏길 수 없는 김채윤 평소 두 시간씩 자는 낮잠을 하나도 안 자고 일찍 잠이 들었다. 엄마가 친정에 와서 쉬는 덕에 우리 채윤이도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하루 보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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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전부터 유치원만 갔다오면.
엄마! 나 이렇게 실에다 엄마 목걸이 만들어 줄거예요.
다들 쟤가 뭔 얘긴가 하는 표정들이지만....
난 알지.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분명히 엄마한테 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암튼, 빨대로 꿰어 만든 엄마 목걸이와 아빠 가슴에 달아줄 카네이숀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왔다. 아기 채윤이가 자라서 저렇게 어버이날을 챙기는 때가 되었다.

엄마 다리 주물러 드릴께요.
설겆이도 내가 다~하고 일도 내가 다~할께요.
선생님이 그러라구 했어.

더 이상 아가가 아니야....김채윤은.
200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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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장을 보러 가면 '채윤이 이건 안 필요해' 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채윤이가 아무 과자나 집어다 카트에 집어 넣으면 '채윤아! 이 과자는 집에 있어' '채윤이 이거 지난 번에두 사서 안 먹었잖아. 이건 안 필요해' 얼마 안 하는 거라도 딱히 필요한 것이 아니면 그렇게 설명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곤 했었는데.
이게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차분히 설명만 잘 해주면 채윤이는 뭐 사달라고 바닥에 나뒹구는 건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 15개월 쯤 돼서 아장아장 걷고 말도 할 때, 수퍼에서 장을 보다가는 뭘 하나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 피요해?' 하고 물어서 옆에 있던 사람들과 다같이 뒤집어 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년 크리스마스 때니까 한 24개월 때쯤? 이마트에서 내가 후라이팬을 하나 사려고 만지고 있었더니만. 엄한 목소리로 '엄마! 그건 집에 있잖아~ 살려구래?' 하는 겁니다. 물론 후라이팬이 집에 몇 개가 있죠.^^;;;

워낙 과자든 장난감이든 사 주는데 설명이 많고 인색한 엄마를 만나서 맘껏 고르고 무조건 사고 이런 경험이 잘 없죠. 그래서인지 쇼핑 습관이 아주 좋습니다. (엄마보다 백 배는 나아)

오늘 어린이날 선물을 사 주려고 맘 먹고 LG마트에 데려 갔습니다. 아마 채윤이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고 장난감을 고르도록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맘 먹고 엄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바비인형도 보여주고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수십 바퀴를 돌면서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 고 했습니다. 너무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서 선택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김채윤.
몇 바퀴를 돌고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만 원이 안 되는 미용놀이 세트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깔끔하게 '엄마! 하나만 사는 거지?' 하면서 딱 털고 나오는 겁니다. 그네도 맘에 들고, 쥬쥬인형도 그랬고, 병원놀이 세트도 맘에 들었는데.....
그리고 그 담부터는 깨끗하게 맘 정리하고 '어! 저거 나두 있는데...우리집에두 있는데...엄마! 나두 저거 있지!?' 그러면서 자기가 있는 것만 찾아 보구 좋아하구 그럽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심한가 싶기도 하고.....


20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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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3


지난 토요일 결혼기념일 세러모니(?)를 하는 베니건스.
식당에 가서 돌아다니거나 떠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머리와 입으로는 120% 인식하는 채윤이.
그러나 그건 이론 일 뿐.몸이 말을 안 듣는데 어이하랴? 신발 벗고 의자 위로 올라가 옆 테이블을 자꾸
기웃거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옆에 앉은 손님을 건드리곤 한다.

바로 그 때.
우리 테이블 서빙해 주는 언니가 길다란 풍선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저 쪽에 있는 웬 남자아이한테 줬다. 김채윤 눈이 튀어 나올려 그런다.
'엄마! 나두 풍선'
(이럴 때 절대 도와주는 엄마가 아니다)
'니가 가서 언니한테 말해봐. (김채윤을 통제하는 미끼를 놓칠 수 없는 엄마. 순간적인 잔머리로) 근데 쟤는 자리에서 안 움직이고 예쁘기 앉아 있어서 준 거 같은데..'
김채윤 벌떡 일어나 언니한테 가려다 말고 몸을 베베 꼰다.(이건 갑자기 쑥스러워졌다는 얘기)
그러나 평상시 받아 온 교육이 있으니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엄마!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지~이? 나쁜 생각하고 나쁜 짓 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이?'
'고롬 고롬~'

언니한테 혼자 가서는 쪼그만 소리로 '나 예쁘게 앉아 있을게요. 풍선 주세요' 하고 냅다 뒤돌아 뛰어 와서는 신발 벗고 의자에 올라가 아빠다리 하고 손 깍지 껴서 무릎에 올려놓고 정자세.
그러나 슬프게도 언니는 너무 바뻤다. 다른 테이블 정리하고 손님 맞고 주문 받고, 풍선 만들다 또 어디로 사라지고.....정자세 하고 있는 김채윤 다리에서, 손가락에서 쥐날라!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풍선으로 만든 꽃. 그것도 김채윤이 목을 메는 핑크. 쫌만 늦게 줬으면 우리 채윤이 다리 마비될 뻔 했네 그려~
2004/04

생각해보니 나는 채윤이에게 성경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 편이다. '잘'이 아니라 거의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치부 설교를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성경이야기를 너무 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요셉'이러면...'나 저거 알아. 우리집에 책 있어. 우리 엄마가 얘기해 줬어. 요셉이 인제 꿈꾼다....'이러면서 말이지.

주로 똑똑한 애들이 그러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아이한테 설교하는 건 재미가 별로다. 새로운 얘기를 듣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설교자로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설교자 입장 뿐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얘기를 선생님이 하고 있으니까 호기심이 일단 떨어지고, 또 아이들 특성상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설교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경험인데 . 너무 반복적으로 들은 성경이야기는 스스로의 말씀 묵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철이 많이 들기 까지는 어렸을 때 들은 그 얘기의 맥락 그 이상으로 생각(묵상)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부른 찬송, 많이 들은 성경은 커서도 쉽사리 은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겹기만 했지.(아마도 억지로 저녁마다 가정예배 시키고 성경 읽히고 그러셨던 부모님 때문인 것 같다.ㅜ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채윤이이게 성경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거의 사 주지 않고 읽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적인 메세지를 얘기하는 것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였다.

예를들면, '채윤아! 하늘 좀 봐! 어때? 그래~ 너무 파랗지? 예뻐? 저거~ 선물이래. 하나님이 채윤이가 보고 좋아하라고 채윤이 위해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래. 진짜야. 저 민들레 너무 예쁘지 그것도 선물이야. 하나님이 예~전에 채윤이 보여주실라고 만드신 거야. 채윤아 사랑해. 너 가져. 그리고 니가 잘 지켜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 민들레가 피게 하신거야~' '채윤이가 친구랑 사이좋게 안 놀구 고집부리구 소리 질러서 친구를 슬프게 하면 누가 슬픈 줄 알어? 하나님이 슬퍼서 함께 우셔. 그건 하나님한테 소리 지르는 거 하고 똑같애'

얘기가 길어졌는데.....암튼, 그래서 채윤이가 예수님의 이 십자가 사건을 잘 몰라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 부활절 쯤에는 유치부에서 설교듣는 수준이 또 업글 될테니 이렇게 맹구 같이 짜집기 하진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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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엄마! 예수님이 그물에 잡힌 거 그려줘.

허걱. 엄마는 그런 거 본 적 없는데....채윤이가 그리면 안 돼?

응. 예수님이 그물에 잡혀서 이런데(십자가를 그리며) 올라갔대~애.
엄마 예수님이 되게 아펐겠지?.

응.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왜 아프셨는데?

어........ 십자가에서 뚝 떨어졌대. 예수님이 아펐겠지?

쩝....응..

근데~ 예수님이 이젠 다 나아서 벌떡 이러나셨대~애.

('고난은 몰라도 이 녀석이 부활을 아는구나' 안심하면서) 오! 그래? 어떻게 다 나으셨지?

음....왜 낫냐면.... 약을 디게 많이 먹었대~애.

허걱!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셨대~애.

(다시 감동한 엄마)그래? 하늘로 어떻게 올라가셨는데?

음.... 우주선 타고!





그러니까 채윤이의 신앙고백을 정리하자면....

예수님은 그물에 잡히셔서 십자가에서 뚝 떨어져서 돌아가셨다가 약을 디게

많이 드시고 부활하셔서

우주선을 타고 승천하였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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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채윤이 돌을 마치고 아빠가 쓴 글입니다.
위의 제 글에 덧글로 단 것이지요.

=================================================

그냥 조용히 넘길려고 했는데 아내가 "후기"를 남겼기에
저도 '후기'의 온전함을 위해 한마디 덧붙일까 합니다.

돌잔치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번 생각한 끝에
내린 제 나름대로의 결론은 이랬지요..

우선, 돌 잔치는 채윤이 본인의 기쁨보다는(걔가 뭘 알겠습니까?)
부모에게 기쁨이 되어야한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무래도 우리 자신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야하지 않겠나 생각했었습니다.

첫째는 1년간 건강하게 자라준 채윤이에게 축하를, 동시에 1년간
양육하느라고 수고한 부모(및 양조부모님들)에게 축복이 있는 시간이길 바랬습니다.

둘째는 무엇보다도 채윤이로 인해서 저희 부부가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셋째는 채윤이의 앞날을 생각하며 우리의 양육신앙과 철학이 담긴
일종의 헌신(?), 또는 결단을 우리 자신과 이웃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담은 돌잔치 형식에 대해선 채윤 엄마가 느닷없이
엉뚱한 제안을 해 와서 순조롭게 결정되었지요.

아무튼 우리 가정의 지배가치인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우리의 기쁨을 이웃과 나눌 수 있어서
저희 부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만, 조용히 소리없이 했었어야 했는데,
이놈의 주둥아리가 참질 못해 주님께 받아야 할 상을 혼자 스스로
다 받아 버린게 얼마나 황송하고 부끄러운지 모를 뿐입니다.

알려져 버린 만큼, 저희 부부 여기서 머물지 말아야될텐데요...

2청 여러 가정들께 부끄럽고 또 고맙습니다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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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No!!
이번 현승이 돌잔치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야! 너 채윤이는 돌잔치 안 하더니 아들이라고 돌잔치 하냐? 채윤이가 섭섭하겠다' 이러시는데....
몰라서 하시는 말씀.
채윤이 돌 때는 정말 우리가 얼마나 마음을 많이 썼는데요.
다음 글은 채윤이 돌잔치 마치고 교회 모임 게시판에 쓴 글.

=======================================================
두 달 가까이 준비하던 채윤이 돌 기념식(?)이 모두 끝났습니다.
모두들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문화를 거스르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간의 경과를 정리하며,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채윤이 돌을 두어 달 앞두고 여기 저기서 질문들을 합니다.
'돌 할거야?' '부페 예약했어?'.....
질문하기 좋아하는 저희 부부 서로에게 질문했습니다.
'돌잔치란 무엇인가?' '돌을 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희 남편 철학 전공한 탓에 사고하고 토론하기 좋아합니다.
결혼 3년차 되어가니 저도 비슷해졌습니다. 지루할 것 같다고요? 아님다 재밌습니다~부창부수라고 하죠^@^)
함께 얘기하던 끝에 돌의 의미를 잘 기념할 수 있는 돌잔치에 대해서 기도하며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일차적으로 기념식수를 하는데 까지 합의를 보고..(수소문 끝에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을 식수 사업을 알게되어 명일근린 공원에 꽃사과나무를 채윤이 나무로 심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그 다음부터 입니다.
채윤이 돌을 1년간 자라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돌리고 감사하는 자리가 되게 하기 위해서 방법을 놓고 기도시작한 며칠 후.
예전에 채윤이 임신하고 읽었던 빌하이빌스 목사님의 '살아있는 하나님의 지혜'를 퇴근 길 지하철에서 읽다가...

누가복음의 말씀 '또 자기를 청한 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점심이나 저녁이나 베풀거든 벗이나 친척이나 부한 이웃을 청하지 말라. 두렵건데 그 사람들이 너를 도로 청하여 네게 갚음이 될까 하라. 잔치를 배설하거든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병신들과 소경들을 청하라. 그리하면 저희가 갚을 것이 없는 고로 네게 복이 되리는 이는 의인들의 부활시에 네가 갚음을 받겠음이니라 하시더라(눅 14:12-14)'


이 말씀을 읽었는데 가슴이 막 뛰는 겁니다.
너무나 분명한 기도의 응답이었거든요.
우리는 돌잔치를 하려하고 있고 그 방법에 대해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말씀으로 이렇게 딱 보여주시는데 응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천호역에서 남편을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는 장소까지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터질듯한 가슴으로 막 뛰어가서 다다다다 얘기 했고, 물론 120% 동의 했죠.
예닮원이나 남편이 전에 돕던 장애인 교회로 하기로 했죠.

그 이후의 길을 멀고 험했습니다.
맨 처음 그 얘길 들으신 시아버님의 기막혀서 말씀을 못하는 그 송구한 자리.
또 동서의 첫 마디 '제발 튀지좀 마!'
그리고 저희 친척들 사이에 말이 잘못 전해져 낭설이...
예를 들어 채윤이가 돌잔치 안 하고 장애인 교회 어느 목사님에게 기도를 받으러 간다는 등의...
겨우 부모님을 설득 하고 나서도 몇 번 이고 포기하고 이제라도 부페 알아볼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정 과정 기도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끝내 했습니다.
그렇게 끝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지하철 퇴근 길에서 하나님께서 하라고 말씀하셨던 일이었거든요. 그렇게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서 저는 채윤이 양육에 대한 소망과 확신이 더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해도 기도하며 하나님 뜻대로 하겠다는 일은 된다! 기도하면 하나님 뜻대로 양육하려 한다면 된다! 자식만큼은 내 맘대로 안되더라는 말은 세상의 말이다! 자식도 기도하며 하나님 뜻대로 키우겠다고 다짐하고 헌신하면 된다!
(부흥강사 같죠?)

한 번 이렇게 하는 것이 뭐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제게는 하나님이 말씀해 주시고 그대로 하게 하신 소중한 경험이랄까요.
그렇거든요.
너무 길었나요?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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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원피스 신발, 가디건...
채윤이는 늘 원하지만 엄마는 결코 동의해 주지 않았던 핑크색.

생각해보니...
채윤이 낳고 삼만원이 넘는 옷을 사줘 본 적이 없다.
주위에 너무 좋은 언니들이 있어서 너무 예쁜 옷을 물려 받기 때문에.
갑자기 그런 생각 드니 마음이 짠해졌다.

현승이 돌을 기념해서 채윤이가 그리도 원하던 핑크 원피스와 가디건.
그리고 복지관 이모들이 협찬한 핑크 신발.

채윤이가 여자/남자를 구별하기 시작하던 그 때부터 줄창 외쳐대는 분홍색. 엄마는 이게 싫어서 애써 피하려 하지만...
모처럼 맘먹고 호응해주니....채윤이가 너무나 행복해 했다.



남은정 : 이고이 입고 있는 사진은 없나용? ^^ (04.26 13:02)
정신실 : 조만간 올리 것이니라~^^ (04.26 13:07)
조혜연 : 어쩜 그런것도 예지랑 닮았을까ㅏ..?근데 채윤이는 핑크색 잘어울려...피부가 뽀얘서^^예지는 핑크색과는 친해질 수 없는 피부톤이걸랑 흑흑..나두 우리딸 이렇게 입혀 보고싶다!!! (04.27 21:06)
정신실 : 나는 채윤이가 핑크. 이러기만 해도 짜증이 나더라구. 세상에 이쁜 색이 얼마나 많은데 맨날 핑크냐? (04.28 09:43)

2004/04
2004/04

토요일에 서훈이 돌잔치에 갔다.
거기서 지~인짜 황당한 아줌마 때문에 채윤이가 엄청 속상하고 엄마는 엄청 열 받았다.
돌잔치 데코레이션용으로 있던 풍선을 애들이 하나 씩 들고 신나라 놀고 있는데 말이지.....자기 애가 풍선 달랜다고 글쎄 만만해 보였는지 우리 채윤이 풍선을 그냥 뺏어간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일이!!
뺏어가는 그 순간 채윤이 아빠가 그 아줌마랑 눈이 마주쳤고 채윤이는 그 순간 황당한 서러운 울음이 터진 것이다.

결국 풍선을 돌려 받기는 했지만 이 얼마나 이기적인 발상이고 어린이를 무시한 기가 막힌 행동이란 말인가?

부페에서 나와서 목자님 댁에 차 마시러 가는 차 안은
아빠, 엄마, 채윤이의 그 아줌마 성토장.

그 아줌마 진짜 밉지 엄마?
그래 그 아줌마는 어른이지만 생각주머니가 작아서 자기하고 자기 애 밖에 생각 못하는 사람이야!
엄마! 나 그 아줌마 때매 마음이 너무 상했어~(이건 다섯 살의 정서표현 치고는 쫌 앞서간다고 생각되지만 채윤이가 요즘 자주 쓰는 표현)
암튼, 한참 성토하고 있는데.....
아빠가 '이제 그만 하지~'
그래서 나도 정신차리고. '채윤아! 속상한 생각은 이제 그만하자. 즐거운 일도 많았잖아. 그 생각은 하면 계속 속상하기만 할 것 같애' 그러자....

뒷좌석에 있던 채윤이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해 지더니만...
'엄마~앙, 내 마음 쏘게~에 모가 들어있는 지 알아? 지금?'
'뭔데?'
'응, 내 맘 속에 지금 에쁜 꽃 하고 예쁜 하트가 들어왔어~'

순간적으로 속상한 정서를 떨쳐버리고 기분이 전환됐다는 뜻이리라.

아~ 나 채윤이 이런 담백함이 맘에 든다니까!


김주연 : 흠.. 채윤이가 대체 몇살이죠?? 담백함으론 설명이 부족할듯..^^ (04.19 16:28)
김종필 : 채윤이 맘 속에 멋진 아빠도 있대..흐~ (04.19 17:20)
박영수 : 아~ 그래서 채윤이가 그날 울었구나.. 멀리서 보고 있었거든. 채윤이의 담백함? 이건 다 엄마의 남다른 교육 덕분일겁니다. (04.20 23:57)
정신실 : 정말요? 대비마마! 담백하지 못한 성격으로 늘 자신을 괴롭히는 엄만데..원래 타고난 성품도 많이 있긴하지만 되게 기분 좋고 힘이 나네요~^^ (04.21 09:04)
남은정 : ^^ 이뿐녀석~!!! 누구닮았냠.. ㅎㅎㅎ 혹시 천재 아냐? (04.26 13:00)

2004/04

어젯밤 아빠와 채윤이의 굿나잇 인사 중.

아빠는 채윤이가 이뻐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 뽀뽀하고 어쩌구 그러다 '잘자~ 채윤아'
'아빠는 채윤이를 하늘만큼 사랑해~'

채윤이.
'나두 아빠를......쪼~금 사랑해~ 우헤헤헤헤 쪼금!'
(자기가 말해 놓고도 너무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는지)

채윤이 아빠는 익살녀 정신실을 만난 이후로 이제껏 저런 식으로 당하고 살았는데,
이제 날 꼭 닮은 킬러가 하나 더 생겼으니...
맨날 당하는 채윤이 아빠 가엾어서 어째? ㅎㅎㅎ

여보!
운명이려니 해야지 어쩌겠수?


함영심 : 채윤이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 우헤헤헤~라고 웃는 웃과 입모양.^^ 근데 벌써 유머를 하다니...빨러... (04.13 17:24)
박영수 : 글쎄 말이야.. (04.14 00:08)
김종필 : 남자는 괴로워 (04.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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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날 예배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

엄마빠: 채윤아! 유치부에서 예배 잘 드렸어?

채윤 : 응

엄마빠 : 오늘은 전도사님이 어떤 말씀 해주셨어?

채윤 : 응~ 인형극 보여 주셨어.

엄마빠 : 오~올, 그래? 재밌었어?

채윤 : 응

엄마빠 : 인형극 무슨 얘기가 나왔어.

채윤 : (되게 성의 없이) 어? 어~ 싸우는 거.

엄마빠 : 누가 나왔는데?

채윤 : 몰라

엄마빠 : 혹시 다윗?

채윤 : 응. 다윗!

엄마빠 : 누구랑 싸웠는데?

채윤 : 몰라

엄마빠 : 혹시 골리앗이야?

채윤 : 응~ 골리안. 골리안 맞어

엄마빠 : 누가 이겼어?

채윤 : 다윗!

엄마빠 ; 오~~~그래? 어떻게 이겼는데?

채윤 : 음......막 칼싸움 해가지고 죽였대.

엄마빠 : 오잉?%&$%&$%^#%#$%^*^&$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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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민이네 집에 갔다가 검단산 갈려구 다같이 나오는 길에...
내 참 기가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구만.

다들 나갈 채비하고 있는데.
김채윤 옷 다 입고 모자까지 쓰고는 얼렁 혼자 신발 신더니...
내 참 기가 막혀서...

현관에 쭈구리고 앉아가지구.
수민이 신발의 찍찍이 다 떼서는 신기 좋게 신발을 쫙 벌리고는 정성스럽게 신발을 신겨 줍니다. 지아비를 극진히 섬기는 열녀의 자태가따로 없습니다. 손으로 신발 벌리고 있다가 발 집어 넣으니 찍찍이 까지 지가 다 붙여 주고....

니 에미 애미한테 그 반만 해봐라~ 이 여우야!!


김종필 : 그래 엄마 말이 맞다. 이 여우야!! (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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