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영원에 잇대기3282

엄마의 몸, 쇠잔해감을 막을 수 없다 지난 주 월요일 친정에 갔을 때 엄마랑 산책을 했다. "너 나허구 한 번 나가볼텨? 좋은 거 보여 줄 것이 있는디....." 새로 이사한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였다. "여기여. 여기 한 번 서 봐. 솔나무 냄새가 폴폴 나. 얼매나 좋은 지 모른다. 우리 하나님 얼매나 좋은 분인지...." 나는 엄마가 혼자 걸어 화장실에 다니실 수 있다는 게 매일 매일 얼.매.나. 좋았는지 모른다. 얼매나 감사혔는지..... 심한 골다공증과 협착증으로 엄마의 뼈가 유리같이 느껴졌다. 오래 살던 주택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하셔서 산책을 즐기실 수도 있으니. 이틀 전 비 오는 날 집 앞에서 넘어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통증이 있으셨지만 외상도 없고 붓는 곳도 없어서 타박상이려니 했다. 하루 이틀 지냈는데 상황 악화되어 거동을 .. 2012. 9. 1.
새우 등 부부가 함께 바쁘면 안되겠다 싶다. 특히 둘 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써는 건 더더욱. 어젯밤은 다음 날 새벽 설교를 앞 둔 남편, 긴장 속에 처음 TV 방송 녹화를 하고 온 엄마가 별 일 아닌 것으로 감정이 상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감정이 상한 건 엄마고, 아빠가 평소처럼 받아줄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긴장과 침묵이 거실로부터, 주방, 안방.... 온 집안을 휘감고 있었다. 현승이 조용히 자기 책상에 가서 일기를 썼나보다. 일기 다 썼다며 엄마에게 가져왔는데 아~나, 진짜! 제목 :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짜증이 난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짜증이 안 난 것 같기도 하고 화가 안 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한테는 화도 짜증도 안 났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이 진.. 2012. 8. 31.
내면에의 깊은 통찰, 내향 현승 방과후 교실 설문조사 용지가 왔습니다. 학부모용과 학생용으로 각각 하게 되어 있습니다. 휘리릭 학부모용을 했는데 바삐 아침을 먹던 현승이가 "엄마, 내 것도 엄마가 표시해주면 안 돼?" 하길래 그러마 했습니다. 그 얘긴 그냥 엄마가 알아서 하라는 건 줄 알고 디립다 체크를 하는데... 현승이 이 녀석 뷁! 하면서 "아니야. 만족 아니고 보통이라고~오. 시간 잘 안지키신다고. 50분에 끝내야 하는데 55분에 끝내준다고. 고쳐. 빨리 고쳐. 보통이야. 아이, 왜~애. 내가 보통이라며 보통이지." 아~나, 이 자식. 그러더니 어느 항목도 그냥 지나치질 않습니다. 밥 먹으면서 "보통! 매우 만족! 만족!" 끝까지 자기 만의 평가를 내놓습니다. 엄마는 부르는대로 볼펜질만 하게 합니다. 어떤 욕구에 대해서 엄마나 .. 2012. 8. 30.
전문가 아니므니다 연애에 관한 책을 한 권 내고 연애 전문가 취급(대우 아니고)을 받으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짝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 믿는 사람과 결혼은 해요 말아요?' 이런 식의 질문 말이다. (개콘 네 가지의 양상국 버젼으로다가 고래고래 답하겠다.) "몰라!!!! 나도 청년들한테 연애 상담 받으면 그 때 그 때 머리 터져라 고민해. 누굴 연애 전문 점쟁이로 보나~" (이번엔 박지선으로 가겠다.) "저는 연애문제 전문가가 아닙니다. 저는 기껏해야 연애 전과 1범 정도의 미미한 임상경험을 가진 교회 언니에 불과합니다." 나는 연애 전문가가 아니다. 싱글 때부터 꾸준히 삶에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기록하던 교회 언니였을 뿐이다. 기존의 연애서적이나 강의에서 '이럴 땐 .. 2012. 8. 29.
세상에 믿을만 한 사람 엄마, 나 정말 세상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 누구게? 아빠야. 왜애? 엄만줄 알았어? 엄마도 좋긴 하지만 엄마는 좀 자주 변하잖아. 어떨 땐 친절하지만 또 어떨 땐 화 내고 잘 받아주지도 않잖아. 왜? 기분 나뻐? 아빠는 변하지가 않고 항상 착해. 진짜야. 참을성이 많나 봐. 그치? 엄마도 그래? 아빠는 얼굴 생긴 자체가 착하고 친절하게 생겼지~이? 나도 어른되면 아빠처럼 믿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아니 사실... 믿을 만한 아빠가 되고 싶어.(부끄부끄) 헤헤헤헤. ******* 사랑의 하나님을 그렇게 들어서 머리로 알아도 마음으로는 그 사랑을 못 믿는 이유가 '자신이 경험한 아버지 상'에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어머니도 마찬가지)가 믿을만 하지 못했고 오히려 고통의 근원이 되는 경우가 얼.. 2012. 8. 28.
안방 같은 블로그에서 징징대자 40여 평생 가장 잔혹한 여름을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어느 모임에 갔더니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사세요?' 하는 말을 듣고 '내가 비정상은 아니다'라고 위로를 얻었습니다.)딱히 원고 탓도 아니고, 갑갑한 방 안의 구조 탓도 아닐 터인데…….그나마 손을 댈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 것인지, 남편이 방의 구조를 바꿔주었습니다. 침대에 장롱에 책상까지 들어앉은 방의 구조를 휴가 첫 날 끙끙거리며 재정비한 것입니다. 단출한 책상을 창가 쪽에 붙여줘서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게다가 방문과 책상 사이를 침대가 가로막고 있어서 수시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어텍으로부터 차단효과도 있습니다. 글 쓸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지난여름 폭염 속 히스테리를 보고 놀란 가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 2012. 8. 28.
파도사랑 계곡도 갔고, 바다도 갔고, 게다가 서해와 동해를 다 아울렀고, 설악 워터파크까지 접수한 지난 한 주였다. 다만, 계곡과 바다에 간 모든 시간 비가 왔다는 것이 아쉬운 일. 이 모든 걸 경험한 현승이는 말했다. 엄마, 워터파크에서 야외 파도풀이 진짜 진짜 재밌는데.... 나는 사람이 만든 파도보다 자연 파도가 더 좋아. 재밌기는 재밌어도 바다에 있는 파도가 더 좋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 라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2. 8. 27.
언닌 속초 스똬일 언니는 가족들과 함께 속초 여행 중이었네. 맛으로 유명하다는 '만석 닭강정'을 찾았네. 중앙시장으로 가서 회를 먹기 전 닭강정을 한 박스 샀다네. 강정을 사자마자 언니는 말했다네. "내가 들께." 드문 일이라 엄마빠는 의아했다네. 언니는 아주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예쁜 캐리어, 뽀대 나는 쇼핑백 같은 것만 드신다네. 무겁거나 스타일에 반하는 어떤 것도 손에 들지 않는다네. 한 마디로 엣지 없는 것들은 개나 줘버려. 치킨박스? 언니 스타일 아니라네. 헌데, 언니가 어쩐 일? 시장통을 걷다 금방 깨달았다네. 중앙시장을 찾은 여행객들은 모두 손에 손에 닭강정 박스였다네. 속초 속 서울사람으로 보이는 모든 사람에세 닭강정 박스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다네. 엄마빠 눈빛 교환하고 빵터져버렸다네. 언니는 .. 2012. 8. 25.
천사 엄마, 악마 엄마 제목 : 천사 엄마와 악마 엄마 우리 엄마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천사와 악마다. 내가 음식을 잘 먹을 때나 많이 먹을 때는 우리 엄마가 천사처럼 착해진다. 반대로 내가 음식을 배틀 때나 남길 때 악마처럼 무서워진다. 하지만 내 눈에는 엄마가 천사 같을 때가 훨씬 많아 보인다. 그리고 악마 엄마는 가끔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엄마가 이 일기를 읽고 어떻게 생각할 지 대충 알 것 갔다. *******************************************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 내 속엔 세상을 다 품을 만한 관용의 평원이 있고, 말 한 마디도 담지 못할 간장 종지가 있다. 어떤 비난도 달게 들을 당나귀 귀가 있고, 당신의 자랑 하나도 들어줄 수 없는 바늘 귓.. 2012. 8. 20.
내게도 간증거리는 있다 CBS 라디오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하게 되었다. 섭외 전화 받고 '간증'이라는 말에 걸려 순간 버벅버벅했다. '간증!' 내 마음에서 일단 튕겨나가는 단어이다.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교인들 간에 은근한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다. (알러지 반응 이상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트라우마 일지도....) 경쟁심은 이내 일부 피간증자들에게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내놓을 만한 간증거리 없는 삶'에 대한 자괴감을 낳는다. 무엇보다 '이렇게 봉사하니 연봉이 오르더라. 교회에 충성하니 나만 직장에서 살아남았더라.'는 식의 성공일변도의 간증은 하나님에 대한 이해마저 왜곡시킨다. '좋은 것'이 '나쁜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물론 간증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그것으로.. 2012.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