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원에 잇대기3268 가을_ 김현승 詩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 가을입니다. 언어 가운데서 노래를 고르던 봄이 아니고 가을입니다. 언어의 뼈 마디를 고르는 시간을 갖기에 적절한 날들이죠. 이사를 한 일주일 앞두고 있어서 이런 저런 집안 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얼마간 시인의 말처럼 언어의 뼈 마디를 고르며 보내려고 합니다. '블로그 좀 쉬어볼께요' 대신 '당분간 언어의 뼈 마디를 고르는 시간을 갖겠.. 2009. 10. 12. 그 분이 오신다. 은밀히 오신다. 한계레에는 홍승우의 화백의 이라는 만화가 오래 연재되고 있다. 그 집 정보통씨의 둘째 정겨운은 김채윤과 나이며 생긴 게 엇비슷하다. 그 집에는 정다운의 보이지 않는 친구 티나노와 정겨운의 보이지 않는 친구 밥풀요정이 함께 산다. 그 정겨운과 엇비슷한 김채윤이 사는 우리 집에는 보이지 않는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정답! 셀 수 없다! 동생네와 휴양림으로 1박 여행을 가서 숲길 산책을 했다. 생네 막내 세현이를 태운 유모차는 내내 채윤이 담당이었다. 길지 않은 산책길 채윤이는 끝끝내 차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산책을 완주(?) 하고 말았다. 평지가 아닌데 열 채윤이가 내내 유모차를 끌기에는 힘도 부치고 위험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이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2009. 10. 10. 알바의 자세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더니... 개도 아니고,ㅋㅋㅋ 3년은 커녕 한 3개월도 안됐는데... 우리 필님은 저렇게 훌륭한 조수가 다 되셨네. '커피 한 잔!' 하면서 고자세로 주문만 해대시더니 엊저녁에는 바리스타님 TNT 클럽에 글 하나 올리고 계신 사이에 설거지를 깨끗이 마쳐놓으시고 커피 갈아 놓고, 물 끓여 놓고, 드리퍼 까지 완벽하게 세팅해 놓으신 겸손함이라니... 단골 고객 모드에서 완전히 알바 모드로 전환하셨고, 알바 중에서도 사장님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쓸모있는 알바로서의 일익을 충분히 감당하셨으니 이번 일주일 다시 황제의 커피로 모셔드리겠씀! ========================================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덕분에 .. 2009. 10. 5. 또 택뱁니다 택뱁니다~ 하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아주 커다란 상자를 받았다면.... 나한테 택배 올 게 없는데.... 하고 조심스레 포장을 푸는데, 스윽~ 상자 틈 사이로 자그마한 손가락이 나와서 꼬물거린다면.... 뭥미? 하면서 상자를 열었는데 저렇게 웃긴 애가 두 마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면.... 화들짝 놀래서 상자를 닫으려는데 '엄마' 하면서 한 놈씩 튀어나온다면..... 엄마, 난 엄마 아들이야. 너무 아기로 태어나면 엄마가 힘들 것 같아서 쫌 커서 왔어. 난 하나님이 보내신 택배야. 라며 들이댄다면... 으악, 그럴 리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 하니깐 그 중 조금 큰 놈이 '미안해. 그럼 다시 우리 있던 곳으로 갈께' 하며 상자로 들어가려하는데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아냐, 그냥 우.. 2009. 9. 29. 이거라두.... 생각은 많지만 차분히 글로 정리할 여유가 없이 며칠을 지내는 사이 사랑의 밤이 너무 오래 상온에 방치됐네요. 직접 밤을 까신 아버님께도 죄송하고 찾아주시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이거, 문자로 전화로 밤 그만 드시고 싶다는 압박들이 있어서 이거라두 쫌 어떻게 눈요기 하시라고요...ㅋㅋㅋ 우리 김채윤양 방송댄스에서 이번 달 미션 곡은 아부라카다부란지 뭔지... 이겁니다. 아직 완전히 배우지 않았다는데 낮에 장난삼이 찍은 거 일단 한 번 올려보구요. 김현승님 팬이 적지 않으신 관계로 지난 여름 휴가에 휴양림의 밤을 광란의 밤으로 끌고 간 남매의 댄스도 살짝 보여드립니다. 이거 보시면서 쪼금만 기다려 주세요. 원고 마감도 해야하고.... 추석준비도 해야하고..... ㅎㅎㅎ 2009. 9. 28. 커플끼리 공동체 되기, 왜 못해? 왜 안해? 유브♥갓♥메일-21 10월호 최종 테스트 미션 통과! 내가 그럴 줄 알았지. 그 서점에서의 우연 같은 필연 또는 필연 같은 우연의 만남, 그 순간에 너흰 이미 다시 시작한 거야.^^ 지난 번 메일은 네가 애써 인정하길 피하더라만, 이미 핑크빛이었어. 정식으로 축하한다. 네가 제안한 대로 J군이 너희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면 결혼이 급물살을 타게 되는 거 아냐?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 은혜 웨딩드레스 입는 거 아니니?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쁠 것 같고 마구 설렌다. 매번 네게 답장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리 내가 주책없게 들뜨고 호들갑이냐?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 같은 시기는 결혼을 전후로 한 때가 아닐까 싶어.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가올 그 순간을 기다리며, 결혼한 .. 2009. 9. 24. 밤과 함께 온 사랑 해마다 이맘 때 즈음이면 쪄서 손으로 깐 밤이 우리집에 옵니다. 부모님의 작품입니다. 어머님 밤을 사다 삶으시고, 아버님 그 밤을 까시고... 오늘도 그 밤이 부모님의 사랑과 유머를 싣고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그저께 '밤 쪄서 까놨으니깐 갖다 우리 아들만 줘라. 니네 아들 절대로 주지 말고....' '네, 어머니 갖다가 저희 아들만 먹일께요' '니 아들 주지말고 내 아들만 줘' '네, 일단 주기만 하세요. 제 아들 먹일께요' 매년 같은 농담.....ㅎㅎㅎ 어제 밤을 가지러 시댁에 갔었는데 홍삼, 물김치, 참기름, 아들 매라고 사놓으신 넥타이, 애들 과자..... 챙길 게 하도 많다보니 가장 심혈을 기울이신 밤을 빼뜨리고 왔네요. 집에 왔더니 어머니 전화하셔서 '니네 아버지가 아들 며느리 손주 멕인다고.. 2009. 9. 24. 택뱁니다~ 택배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택배. 요즘 배송이 점점 느려져서 예스24로 갈아탈까 싶게 만드는 알라딘 택배. 알라딘 배송이 점점 느려져서 당일배송은 고사하고 며칠 씩 사람을 목이 빠지게 하니... 며칠의 티는 안냈지만 목이 빠지는 기다림에 반가운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부모님이 나보다 당신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애' '현승이 이 자식은 지 엄마만 좋아해' '청년 애들이 나 만나는 거보다 당신 만나는 게 더 좋은가봐' 무덤덤하게 내던지는 남편의 말들에서 희미하게 날락말락 하는 냄새가 질투 비스무리 한 게 아닐까 싶다. 헌데 '요즘은 당신이 나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것 같애' 라고 역시 무덤덤하게 말씀을 내뱉으실 때 난 아주 분명하다 못해 강렬한 느낌을 캐치한다. 그건 질투다. 으하하하하.... 그게.. 2009. 9. 24. 쥐 메뉴 우리 동네 쥐에스 마트는 모든 게 참 비싸쥐. 야채와 과일은 정말 비싸서 사지를 못하쥐. 여기서 싼 거는 저녁에 나가면 한 팩에 3800 하는 초밥 밖에는 없쥐. 가끔은 회덮밥과 두 팩을 하나로 묶어서 7000원에 팔쥐. 비오고, 몸도 무거운 날에 저녁준비가 귀찮았는데 땡잡았쥐. 애들은 초밥, 아빠는 회덮밥... 난 미리 김치에 찬밥을 우적우적 먹었쥐.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 980원 짜리 두부와 청경채 1800원 어치를 사서 두부요리 하나를 했쥐. 이렇게 세 식구를 먹였쥐. 세 식구는 대단한 거 먹은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쥐. 그 중에 40이 가까운 아빠의 천진난만함이 젤 웃기쥐. 나는 완전 편하고 대단한 걸 해준 주부가 됐쥐. 룰루랄라. 쥐쥐쥐쥐... 베이베베이베베.... 2009. 9. 22. 사람은 언제나 목적이다 그 간의 김치찜과는 달리 오늘의 김치찜은 약간 스타일리시 합니다. 간지 김치찜? 이라기보단 엣지 김치찜? ㅎㅎㅎㅎ 그 정도로 해두죠. 묵은지의 걸쭉한 맛을 보완하기 위한 컨셉의 런닝 메이트는 새싹 두부 샐러드. 엣지 김치찜을 가까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들기름, 설탕, 마늘으로 다시 양념이 된 잘 익다못해 잘 삭은 묵은지가 속에 무언가를 품었습니다. 묵은지가 내면에 품은 것들을 자세히 보자면 스팸, 떡볶이 떡, 애타리 버섯입니다. 돌돌 말아서 육수를 붓고 푹 익힌 다음에 먹으면 제대로 밥도둑이 되더군요. 제가 아침에 먹어보니 두 덩이로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짜기도 짜다는 얘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물론 저걸 통째로 입에 넣으면 안됩니다. 일단 풀어헤쳐서 김치는 젓가락으로 찢어서 내용물과 함께 .. 2009. 9. 21. 이전 1 ··· 211 212 213 214 215 216 217 ··· 3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