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이 카페 순례를 하며 쉬기도, 미래를 꿈꾸기도 하며 월요일을 보내기 시작한 때가 아마도... 2009년쯤이었을 것이다. 늦은 나이에 신대원엘 가서 주말 부부로 살면서 아주 눈물 없이 봐줄 수 없는 시절을 보낸 직후였지. 졸업 후 함께 보내는 월요일, 이게 무슨 일이냐! 했고, 마침 핸드드립 커피에 홀딱 빠져든 때였다. 마음 가는 대로 카페 순례를 하면서 "나중에 카페 교회 할까?" 이런 꿈을 꾸기도 했었다.
2013년, 대기업 사원처럼 복지 좋은 대형교회 전임목사로 위치가 바뀌면서 여유라는 것이 넘쳐나던 시점, 월요일을 둘만의 안식일로 선포하였다. 둘이 걷고, 먹고, 커피 마시고... 적극적으로 안식일을 누리기로 했고. 그때로부터 Sabbath Diary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소소한 '놀월(노는 월요일) 후기'를 써왔다. 오랜만에 이 글을 쓰자 싶어 이전 글을 검색하니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45회를 쓴 직추 바로 현승이가 군대에 갔고, 무엇보다 부부 사이 전에 없던 갈등으로 질곡의 시간을 보낸 탓이다. 아, 거기 더해서 둘만의 월요일이 아니라 채윤이와 셋이서 먹고 걷고 노는 월요일이 되기도 했고.
공교롭게도 마음이 이끄는 대로 찾아간 카페가 1년 여 전 45회차 Sabbath Diary에 기록한 바로 그 카페이다. 좋았다. 참 좋았다. 커피가 맛있었다. 위로가 되었다. 딱히 위로받을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참을 앉아 책을 읽고, 커피 리필이 안 된다기에 제 값 내고 한 잔 더 마시는 사치를 누렸다. 참 좋은 안식의 시간이었다. 가끔 내가 정말 위로받고 싶다 느낄 때 찾는 것이 맛있는 커피이다. 늘 그렇듯 작정하고 찾을 때 기대하던 그것이 충족되는 일은 많지 않다. (기대에 가득 안고 찾아간 카페에서 커피에 성의가 없으면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다. 배고픈 예수님께서 잎이 무성한 무화과에 열매는 없는 것을 보시고는 말려버리신 그 분노가 생각나고 공감되는 지점)
카페는 그런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커피를 좋아하고, 그리고 잘하는 사람이. 그러면 카페를 찾는 많은 이들이 행복해질 것이다. 카페뿐이랴... Carl Jung의 말처럼 우리가 인류에 기여하는 방법은 그저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피어 제 자신이 되는 것으로 인류에 기여한다. 수국도, 원추리도, 개망초도... 사람도 그러면 좋은데, 사람은 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한다. 다른 무엇을 꿈꾸며 자신이 되지 못한다. 카페는 커피를 잘하면 되고, 목사는 목사로 충실하면 되고, 소장은 소장이 해야 할 바를 묵묵히 하면 된다. 남편도 아내도, 아빠도 엄마도... 모두들.
마침 오늘 영적 독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평범한 일, 아주 작은 일을 비범한 사랑으로 하는 것이 인류에 기여하는 일이다.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이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할 자리에 빠지지 않고, 원고 마감 시간을 잘 지키고, 밥 한 번 먹자고 말했다면 꼭 밥을 같이 먹고, 음식쓰레기를 쌓아두지 않고 가져다 버리고, 기도하겠다고 말했으면 잊지 않고 기도하고... 음, 또 뭐가 있을까? 문자 메시지에 반응과 답신 잘 하고...(이거 요즘 자꾸 까먹고 타이밍 놓치며 구멍 많이 내는 중...ㅜㅜ)
카페는 커피를 잘하면 되고,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하면 된다.
하나님의 계획은 인간 본성을 신성으로 변형시키시는 것인데,
무슨 특별한 역할을 주거나 예외적인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비범한 사랑으로 살 수 있게 하시는 것이다.
Sabbath Diary 45: 목사인 게 도움이 됨
퇴촌에 드라이브 갔다가 K 목사님 밥 사주고 올까? 오케이! 오늘 안 된다네. 남한산성 시장에 김치 사러 갈까? 오케이! 그냥 카페 갈까? 오케이! 와아, 이건 사진 찍으라는 프레이팅이네.... 찰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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