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아! 그럼 이제 무슨 놀이할까?
선생님 놀이할까? 니가 선생님할래? 그러면, 뭐할까?
몸이 달아서 현승이를 설득해보지만 이미 현승이의 놀이 에너지는 바닥인 듯 합니다.
"나 안 놀아. 엄마! 나 우유 먹을래." 놀이의 파장을 알리는 현승이의 한 마디 입니다.
그리고 현승이는 우유를 먹습니다.
'여기서 안타깝게도 채윤이는 놀이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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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 우유 먹으러 식탁으로 오는 사이 바쁘게 움직이던 채윤이.
현승이도, 엄마도,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가운데 혼자 식탁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베니건스
알바가 되었습니다.
'손님! 쥬문 도와드리게씀니다~아. 네~에......어린이 세트 하나 하구요.. 네...에....
식사 준비해 드리게씀니다. 좋은 시간 되십쑈~오'
아무도, 그 누구도 반응이 없어도 좋습니다다.
식탁 앞에 앉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놀이는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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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가 전 같지 않습니다. 시키는대로 다 하던 반쯤은 사람, 반쯤은 인형이 더 이상 아닙니다.
좀 맘에 안 들면 놀이는 다 깽판치고 가 버립니다. 그렇다고 놀이의 신을 져버릴 수 없는 채윤이는
저렇게 놉니다. 집 안의 모든 상황을 도구 삼아 놉니다.

현승이 엄마랑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다 채윤이가 수첩과 볼펜을 들고 나타납니다.
식사 주문 받으러 오는 거라굽쇼? 아닙니다.
엄마 피아노 반주해주고 현승이 바이올린 하고 있으면 그 사이에 비집고 앉아서 수첩에 뭔가를 적으면서 1인 2역으로 막 대화를 하죠. "얘는 어때요? 괜찮게 하죠?" 이러면서 바이올린 대회 심사위원을 하시는 겁니다.

아직도 놀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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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rest 2008.04.03 15:41

    장하다~ 채윤! 더 장하다 현승!!^^
    저 놀이의 신이 끝나면 아이가 사춘기 청소년의 눈빛을 띤답니다.
    놀이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가는거지요.
    그러니 지금 마~아니 예뻐해주세요.^^

    • larinari 2008.04.03 20:37

      금방 그런 날이 올 거 같아요. 명심 명심하고 놀이의 신을 어여삐 여기도록 하겠습니다.^^

  2. BlogIcon myjay 2008.04.03 21:06

    저는 어릴 때 소심해서 누나에게 인형놀이 해달라고 징징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누나는 좀 남성스러워서 남자애들과 공놀이를 많이 했었구요. 1시간 놀아주면 심부름해주던 '거래'가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 larinari 2008.04.04 08:57

      myjay님 덩치와 남성적인 외모에 말이지요?ㅋㅋ
      우리 현승이 걱정 안해도 되겠어요. 현승이가 좀 남성스러운 필이 났으면 좋겠는데 놀이가 맨날 인형놀이 소꿉놀이라 걱정스럽거든요.^^

  3. h s 2008.04.03 22:43

    어쩌나?
    위가 누나면 남동생들이 맞먹을라고 하는데....
    아직 현승이가 어려서 누나말에 순종하지 조금만 크면 이겨먹을라고 할텐데 그러면 채윤이 불쌍해서 어쩌지?
    현승이는 착해서 안 그럴라나요?ㅋ
    암튼 채윤이의 놀이방식은 언제 들어도 재밌습니다. ^^

    • larinari 2008.04.04 08:59

      머지 않았다 싶어요. 저도 동생이 항상 제 손아귀에 있었는데 어느 때 부턴가 역할이 전도되더라구요.
      얼마 전 까지만해도 현승이가 말 안 들으면 채윤이가 '현승아. 누나가 이따가 트렌스포머 로보트 사주께' 이러면 '응, 알았어' 하면서 말을 다 들었거든요.
      요즘에는 '돈도 없으면서....' 이러면서 완전 무시예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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