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112 꼬마 시인의 일본 기행1_모니터 아빠와 단둘이 2박 3일 일본여행을 다녀온 현승이가 여행일기를 썼습니다. A4 용지 일곱 장에 빼곡하게 적은 기행문을 방학숙제 제출용으로 편집했구요. 편집증이 심하신 편집장 출신 아빠가 꼼꼼하게 편집을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설렁설렁 대충 잘 편집했습니다. 제출용은 제출하고, 블로그에 연재하려구요. 물론 원작자의 동의는 받지 않았습니다. 이 바닥에서 동의를 전제로 포스팅하려 하면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카테고리에 올릴 수 있는 글이 없습니다. 흑흑. 은근 기대가 높은 엄마 아빠는 조금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더운 날에 웃통 벗고 혼자 끙끙거리며 저 긴 글을 써냈다는 것에 큰 박수 쳐줬습니다. 엄마가 써 봐서 알지만 글을 쓰는 그 시간은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인데 호흡이 긴 글은 더.. 2013. 8. 26. 천국 2013년 8월 15일 목요일 날씨 맑음 나는 어제 천국에 왔다. 죽었다는 말이 아니라 할머니집을 왔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할머니 집에서는 컴퓨터, TV를 맘대로 할 수 있어서다. 어제 와서 잤다. 그래서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면 탄식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자기 집이 가장 편한 건 당연하다. 나 역시 그렇다. 갈 때는 정말 좋지만 막상 자면 엄마나 아빠가 보고싶기도 하다. 어쨌든 할머니 집은 천국이다. '탄식이 나온다'더니 급 '그래도 집이 가장 편한다'고? 영혼 없는 훈훈한 마무리가 더 씁쓸하구나. - 지옥 염라대왕 백- 2013. 8. 19. 어른에 대한 나의 오해 2013년 8월 11일, 일요일, 맑음 나는 어렸을 때 한 1학년 때까지는 어른들이 모르는 게 아예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크면 커갈수록 어른들에게 질문을 하면 할수록 모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어른들도 모르는 게 있구나'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도 내가 부모님한테 무엇을 알려주는 게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엄마가 버르장머리가 없는 게 아니라고 잘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부모님께 무엇을 알려주거나 충고해 줄 때 기분이 이상하다. 예를 들어 엄마가 스마트폰에 대해서 잘 모를 때 내가 기능을 가르쳐주면 그건 좋은 일이지만 내 마음은 내가 버르장머리 없이 느껴진다. 누가 보면 엄마가 '아니, 어린 녀석이 어디 어른을 가르치려 들어. 버르장머리 없이'라고 깔아뭉개.. 2013. 8. 12. MBTi 엄마, 나는 '내향성'은 확실하지? 내향적인 것 같애. 그런데 감정형하고 사고형은 무슨 차이야? 음... 예를 들면, 국이 짜다 하면. 사고형 T는 있는 그대로 '국이 짜다'고 말하는 거야. 짜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해. 그런데 감정형은 국을 만든 사람이 어떻게 느낄까가 더 중요해서 '먹을만 하다'고 하거나... 어쨌든 사실보다는 사람하고 관계를 가지고 행동을 결정해. 그럼 나는 진짜 감정형이다. 아빠는 사고형이지? 하하하하.... 엄마, 그러면 엄마가 보기엔 내가 INFJ 같애? 검사할 때 P가 나왔는데 우리 반 애들이 거의 다 P가 나왔어. 그리고 거의 다 외향형이야. 맞어. 하하. 그게 어린이들 성향이니까. 어린이들은 그렇게 많이 나와. 그러니까 니 유형은 아직 정확하게 몰라. 차차 어른이 되면서.. 2013. 8. 8. 한 줄 독서평 티슈남 김현승님은 요즘, '어린이를 위한' 시리즈에 심취해서 한 나절에 한 권씩 읽고 있다. 그리고 남긴 한 줄 댓글, 아니고 한 줄 독서평.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생각하는 게 배려다. 화해는 내가 하면 된다. 자신감이 쌓이면 용기가 된다. '몰입'이란, 이렇게 한 가지 일에 빠지는 거라 했지? 비록 같은 사람이지만 지킬을 괴롭힌 하이드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약을 만든 지치도 이해가 잘 안 된다. 개인적으로 '화해는 내가 하면 된다'에 별 다섯 개. 2013. 8. 2. 진실, 거짓 그리고 엄마 제목 : 진실 (2013/06/05) 나는 진실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왜냐하면 진실의 뜻을 잘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거짓없고 참되고 바른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 나는 대충 진실의 뜻을 이해하였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진실의 뜻을 아는 것을 이것 저것 합쳐 놓으니 '숨김없는 진짜 사실'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진실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다. 하지만 이 일기에는 진실의 뜻만 쓰겠다. 그리고 '진실의 뜻'도 그냥 '진실'도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제목 : 거짓 (2013/06/06) 나는 어제 일기에 '진실' 이라는 주제로 일기를 썼다. 이번에는 진실에 반대인 '거짓'에 대해 써보았다. 저번 일기 '진실'은 나는 뜻을 잘 알지 못하였지만 '거짓'은 나는 뜻을 알고 있다. 사.. 2013. 7. 15. 자랑본능 현승이는 오늘 현장학습으로 캐러비안베이에 다녀왔습니다. 가정통신문이 나온 두어 주 전부터 벌써 들떠서 손꼽아 기다리던 날입니다. 설렘이 극에 달한 어제 저녁에 그럽니다. "에잇, 나 수영을 배우지 말 걸 그랬나봐. 너무 신경 쓰이고 떨려" 이렇게 저렇게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이 이랬습니다. "내일 캐러비안베이 가서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줄 기회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마음이 불안해. 친구들은 내가 수영 잘 하는 거 몰라. 꼭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주지 못할까봐 계속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돼. 이럴거면 차라리 수영을 배우지 말 걸 그랬나봐. 아니면 잘 하지 말든가. 엄마, 자꾸 이 생각이 안 떠나는 것 보니까 내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봐" "오, 엄마도 그 마음 알아. 진.. 2013. 6. 28. '일기'로 복수하기, 공격하기 졸립기 시작하면 그 착하던 아들 어디 가고 괜히 트집 잡고, 짜증내는 하이드 현승이 나오십니다. 아빠랑 기분 좋게 수학공부 하더니 피곤이 몰려오자 씻으란 말에도, 얼른 자란 말에도 짜증을 내면서 일기를 쓰고 씻겠다는 둥, 괜히 시간 끌며 흐느적거립니다. 결국 엄마로 하여금 쀍!하게 하였고, 그 뷁!에 바로 눈에 힘이 들어가더니 엎드려서 일기장을 가린 채로 후다닥 빛의 속도를 써냈습니다. 일기장을 탁자에 두지 않고 옆에 끼고 다니는 걸 보니 심상치 않아서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수사에 착수했지요. 이 자식! 치사하게 뜬금없는 뒷담화 일기로 복수를 하다뉘. 좋다. 전쟁이다. 나도 그 동안 너의 소셜포지션을 고려하여 공개하지 않은 일기를 확 그냥 죄다 블로그에 올려버릴라~ 제목 : 스마트폰 중독자 우리 엄마 1.. 2013. 6. 25. 매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매실을 담궈봅니다. 택배로 온 매실을 손질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승이가 왔다 갔다 하더니. "엄마, 나 이제 매실 못 먹을 거 같애." 라고 합니다. 현승이가 매실액에 얼음 넣어 마시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 무슨 말이랍니까? "슬퍼서.... 엄마 할아버지 병원에서 마지막에.... 그 열매 있잖아. 그거 매실이야. 정말 딱 이렇게 생겼었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날에 네 식구 모두 병원에 있었습니다. 햇살 좋은 초여름 날이었고, 몰핀 때문에 잠만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코빵(아, 할아버지가 채윤이 현승이를 키우실 때 유모차를 그렇게 부르셨습니다. 거기 태워 흔들흔들 밀어 재워주셨고, 동네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셨지요.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타신 휠체어는 코빵 같은 느낌이었습니다)에 태워.. 2013. 6. 20. 포기 제목 : 포기 자기가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거리까지 왔어'라고 하고 그만두는 것은 자기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거리까지 간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만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거리까지 가는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다 나도 어쩔 수 없게 쓰러지면 그거야말로 자기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거리까지 간 것이다. (2013. 5. 26) 일기에 사연이 있다. 현승이 수영 마치고 합정역에서 만나서 병원을 들러 오는 길이었다. 순대국 먹고 싶다고 해서 2인분 포장했다. 버스 정류장에 마을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걸어가자고 하니 힘들어 죽겠단다. 순대국 포장한 걸 들고 버스 타는 게 그렇다고 하니 알겠단다. 걷는 길이 힘들긴 힘들었다. 수영하고 지친 몸에 배까.. 2013. 5. 30. 이전 1 ··· 4 5 6 7 8 9 10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