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영원에 잇대기3272

하이튼 놀람 ‎ 2년를 음악치료로 만난 친구들이 있다. 매 시간 5분 정도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작곡가와 곡에 얽힌 이야길 들려주었다. 음악감상을 할 때는 쵸콜렛 공세를 퍼부어 음악은 달콤한 것이라고 각인시키기도 한다. 한 곡을 한 달 정도 반복해서 들으며 곡 이름과 작곡자도 외우게 시킨다. 주요한 멜로디는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듣고 또 듣는다. 일반학교에 다니면서도 '장애인'이란 표떡지를 붙이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문화적 자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한 달을 외워놓고도 "벤투람?(베토벤) 이러는 녀석들이다. 헌데 오늘! 치료 종결시점이 돼서 전에 들었던 음악 몇 곡을 들려주었다. 몇 달 전에 들었던 음악을 예고없이 들려줬는데 한 녀석이 귀를 막고 엎드리며 "앗, 하이든 놀람교향곡이닷.. 2012. 2. 9.
신과 인간, 지금 여기의 두려움에서 만난다 영화란 모름지기 슬픈 여운을 너무 강하게 남기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내가 선택하는 영화의 미덕이다. 부끄럽게도 이것은 슬픔이나 고통을 온 몸으로 거부하는 내 고질병이라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부끄러움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일천하게도 나는 짜릿함고 경쾌함, 무겁지 않은 정도의 철학적 질문 등으로 런닝타임 동안 그저 온전히 몰입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다행히 가장 영화를 같이 많이 보는 남편의 취향이 그와 반대라 원하는 만큼 편식은 못하지만 말이다. 암튼, 그런 이유로 다큐멘타리류의 영화를 나 스스로는 선택해서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 지절거리려고 하는 이 영화 은 일단 영화는 누구와 봤는 지가 중요하다. 40이 넘어서 만난 친구 또는 여정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K다. K는 MBTI로는 (내게 .. 2012. 2. 8.
생두 단상 사진 잘 찍는 법을 묻는 물음에 늘 같은 말로 답하시는 김동원선생님(일명 털보아저씨)의 말씀이다. "카메라만 좋으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찍혀요" 나름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했지만 그보단 특유의 탈권위적 스타일과 겸손이라 여겼었다. 커피 맛은 생두의 질이 80%라고 배웠다. 로스팅과 드립은 그 나머지 20의 영향력이라는데... 20에 목숨걸고 있는 초심자인 나는 그 말이 알아들어지지가 않았다. 최근 나는 어떤 생두를 보고 만져보자마자 '얘는 아무리 잘 볶아도 태생적 한계가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예감이 맞았다. 그리고 비로소 80에 해당하는 생두의 질에 처음 주목하게 되었다. ... 생각해보니, 그건 얼마 전 은주가 네팔에서 직접 사다 준 생두를 경험하고 떠진 눈이다. 아주 좋은 생두를 경험해보니.. 2012. 2. 7.
강과 지금의 나 강에 나갔다. 볼을 스치는 공기가 날카롭지 않다. 양지 쪽을 걷다보면 오히려 따사롭기까지 하다. 엊그제 칼바람을 머금었던 그 강변 길이 아니다. 강물은 진도가 늦고 있다. 아직 엊그제의 차거움을 그대로 안고 얼어 있었다. 강과 내가 느끼는 온도차와 시간 차가 있다. 강은 엊그제의 혹한을 이제야 살고 있다. 나는 어쩌면 강보다 훨씬 더 먼 과거를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거의 일과 관계와 감정을 곱씹으며 다시 새롭게 분노하고 한 번 더 좌절하면서 말이다. 그 뿐인가? 오지 않은 미래까지 살아버리려 한다. 내일을 오늘로 끌어들여 미리 앞당겨 희망하고, 실패하고, 두려워한다. 포근한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얼어붙어 있는 강물이 묻는다. 너는 지금 여기를 체.감. 하며 살고 있냐고. 2012. 2. 6.
셔츠를 다리며 그 의 셔츠를 다립니다. 새하얀 셔츠를 입으며 역할을 입을 그를 생각합니다. 타이를 목에 매며 매일 새롭게자신의 소명에 매이는 그를 생각합니다. 예배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과 악수하고 인사나누며 역할에 합당한 웃음을 웃지 않길, 이 옷을 입고 새벽강단에 설 때 자신의 소명에만 눈이 어두워 그럴 듯한 설교연기에 그치지 않길 기도합니다. 역할 너머 참존재로만 그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환대하고 이끄는 목자되길요. 다림질 하는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마음의 힘을 넣어 기도해봅니다 2012. 2. 4.
매생이 굴 떡국 싱싱한 자연산 굴이 두 근에 오처어넌~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차려보니 내가 이것! 그러니까 메생이 굴 떡국을 푸고 있더라(는 강풀식 요리 깔대기) 2012. 2. 4.
아침 햇살 공주님 학교 가시느라 방을 비운 사이. 정자세로 일광욕 하고 계신 공주님의 곰쥬님.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좋은데... 진짜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 2012. 2. 2.
나 여기 있노라. 싸우노라.이기노라(8유형)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 13 팔수 : 모님, 안녕하세요? 잘 계셨죠? 이렇게 또 저를 불러주시고 감사합니다. 모님 : 내가 불렀나? 니가 전화해서 온다고 했잖아. 큭큭큭. 팔수 : 그랬던가요? 아, 모님 너무 바쁘셔서 치고 들어와야지 뵙죠. 어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번호표나 타보겠어요? 모님 : 잘했다. 치고 들어와 줘야 팔수지.^^ 커피 줄게. 남성적인 커피라고 하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마셔볼까? 자… 보자. 팔수 : 무슨 커피 한 잔 내리는데 도를 닦으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천천히 내리면 뭐가 좀 다른가요? 저는 그냥 뜨거운 물 확 부어서 휘휘 저어 마시면 딱 좋겠는데. 모님 : 난 핸드드립이 이래서 좋은데. 커피가 부풀어 오르고 내가 원하는 만큼 추출될 때까지 멈춰.. 2012. 1. 29.
나는 누구인가 최근 어느 곳에 자기소개를 보낼 일이 있어서 그간에 쓰던 걸 업뎃해 보았습니다. 사진이든, 소개글이든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그 많은 것 중에 내가 선택한 것들은 의미가 있을 겁니다. 최소한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으로 알려졌으면 한다. 이것이겠죠. 아래 소개글을 써놓고 보니 '나는 참 가벼운 사람이구나'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볍게 비춰지는 내 모습이 '참으로 나답구나' 싶기도 하구요. 나를 어떻게 소개한들 그게 내 본질일까요? 평생 나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이 그 이미지에 깜빡 넘어가줬으면 좋겠는 그 바램과 노력으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쓰고 있는 원고의 주제이기도 하고, 원고가 술술 풀리지 않아서 지절거려 봅니다. 정신실(鄭信實) 음악치료사 입니다. 교회에서 .. 2012. 1. 28.
시인 김현승 아들 이름을 지을 때 '현'을 정해놓고 고심을 했었다. 둘 다 많이 좋아하는 시인이라 '김현승'이라는 이름으로 하이 파이브 하며 합의했다. 한자 이름까지 똑같이. 오늘 문득. 지하에 계신 다형선생님께 누가 되는 짓을 한 건 아닌가 싶다. 3학년이 되는(유치원생 아니고)김현승이 오늘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쓰신 작품이 저러하다. 제목 밑의 '김현승'이 무색하구나. 2012.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