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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69

자라라, 자라지 마라  사춘기가 온 것 같고, 오는 것 같아 다 자랐나 싶다가도 여전히 '그 때 그 채윤' 이라는 걸 확인해 줄 때가 있습니다. 그건 주로 언어와 관련된 것들인데... 추정하기는 글씨에 약한채윤이가 (약간의 자신감 결여로) 당당하게 읽지 못하는 콤플렉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 이런 건 안 중요하고 여전히 우리의 채윤이임이 확인되는 순간포착. 현승이가 "와, 누나 잠옷 위에 파카 입으니까 완전히 포스정렬이다!" "현승아, 포스작렬 아냐? 포스작렬이라고 하는거야" 하니까 "아니야. 누나가 맨날 대박! 포스정렬! 그렇게 말한단 말야" 풉! 그 때 그 채윤이에게서 온 거구나.ㅋㅋㅋ 지하철 좋아하는 채윤이 혼자 잠실까지 지하철로 레슨을 다닙니다. 지하철녀가 되어가고 있지요. 현승이랑 대화 중 지하철 .. 2012. 1. 6.
2012, 간지나는 홍대 앞 Family Day 새해 첫 월요일에 홍대거리로 나가 우리 가족 새해 첫 Family Day를 누리다. 마을버스를 타고 홍대 앞으로 나가 피아노 갔다 오는 채윤이와 전철역 만납니다. 싸고 맛있다는 스파게티집을 검색해서 찾아가 배불리 먹고 가배두림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아이들 어렸을 적엔 연말 연초에 남편과 둘이서 올해의 우리집 10대 뉴스를 선정하며 놀곤 했었는데 어느 새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중견가정(?)이 됐네요. 먼저 올해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 감사했던 것들 생각해보고 적기. 생각해보면 아쉬운 것과 감사한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있어요. 예를 들면, 아버님을 비롯해 여러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아팠지만 천국 가는 길이 평안하셨던 것은 감사한 일이고요. 새로 온 교회에서 너무 많은 것이 감사하지.. 2012. 1. 5.
닥치고 맛있는 커피 음악치료사 초임 시절엔 그랬습니다. 치료 후 상담 시간이면 겉으론 부드럽지만 속으론 엄청 목에 힘들어가서는 최대한 전문용어를 써가며 상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용어 앞에 살짝 주눅 든 엄마에게 '나 전문가이까 알아서 모시고 치료 내용에 대해선 무조건 믿고 토도 달지마라'는 자의식이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가 의식'에서 '놀기 좋아하는 수가쟁이 엄마' 정도로 바뀌어 갑니다. 그저 치료실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아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밝아지고 가벼워졌으면 된다. 그게 쌓여야 진정한 변화의 길이 열린다 싶습니다. 깨알같은 전문용어들은 개나 줘버리든지 보고서 용으로나 쓰든지요. 커피도 그렇습니다. 커피의 맛과 향을 설명하는 수만 가지 형용사는 그냥 넣어두고 "어, 맛있네. 와 좋다" 이거면 좋.. 2012. 1. 2.
새 날, 새 마음, 새 예배 신앙생활이 곧 교회생활인 나의 40여년을 돌아본다. 태어날 때 부터 지금까지 교회생활은 주목받고, 박수받고, 칭찬받기 위해 다녔다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물론 단 한 번도 교회가면서 그걸 또렷하게 인식한 적은 없다. 어렸을 때는 노래 잘하고 똑똑한 목사님 딸로, 자라서는 찬양 율동 선생님, 찬양 인도자, 리더, 지휘자, 커피 내려주는 사모님... 의도하지 않은 것 같지만 결국 늘 주목받는 자리를 놓치지 않았었다. 새로운 교회에서 육 천 여명 성도 중에 제대로 아는 사람이 남편 밖에 없다. 누구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내 존재를 주목해주지 않는다. 잠깐 한 번 들렀다 가는 교회처럼 지난 한 달을 다녔다. 낯섦으로 인한 위축, 그리움, 상실감 같은 것도 살짝 지나가곤 했었다. 새해의 선물처럼 오늘 아침.. 2012. 1. 1.
해가 진다  죽음의 이별로 얼룩진 한 해가 집니다. 해가 지는 이 시점에 비통한 죽음의 소식이 전해져 다시 마음을 후벼팝니다. 젊은 시절 가혹한 고문으로, 그 고문의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문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생명과 죽음을 생각합니다.  지난 여행 중 매일매일 서해의 장관이라는 낙조를 기다렸습니다. 마지막 날 땅끝마을에 도착하여 비로소 지는 해를 만났습니다. 땅의 시작이 아니라 땅끝을, 일출이 아니라 일몰을 향해 여행기을 달렸지요. 우리 인생도 그러하겠지요. 기쁘고 슬픈 여행 끝에 해가 지며 하루가 끝나 듯 끝을 맺을 겁니다. 그것이 깊게 삶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이지요. 부엉이 바위에 몸을 던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이후 너무 많은 아픈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아픈 김근태.. 2011. 12. 31.
줄 세우지 말고 아이를 키우라 두 아이를 학원도 안 보낼 뿐 아니라 공부로 크게 닦달도 안합니다. 세속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면 키우지 않겠노라는 큰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건 꽤 외로운 일이기에 먼저 부모가 된 분들의 성공담을 듣고 용기를 얻었으면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목회자들 아니면 목회자 수준의 믿음을 가진 평신도 어른들께 이런 간증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이들 과외를 시킬 형편이 안됐다. 목회자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과외를 시키겠나. 과외 안 시키고 기도했다. 기도하며 키웠더니 우리 아이들 다 잘 됐다. (여기서 부터가 NG입니다) 어떻게 잘됐냐면, 결국 좋은 대학 갔고 좋은 직장도 갔다. 하나님께 영광!' ... 오늘은 섬기는 교회 담임목사님의 간증 아닌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아이들.. 2011. 12. 27.
2011 크리스마스 몇 년 만에, 아니 거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네 식구 오붓한 식사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립을 굽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죠. 지난 수년 간 목장모임으로, TNT 목자들 파티로 늘 많은 양을 구웠었는데 이렇게 찌질한 양은 이번이 처음. 조금 쓸쓸하고 나름 감사하고요. 함께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하며, 함께 할 내일의 사랑을 그려보며...... 메리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2011. 12. 25.
2011가족피정_챙겨 먹다  일단 곰소항의 간장게장 얘기부터! 아무리 맛있어도 먹기 귀찮으면 맛 없는 걸로 치는 김종필씨가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간장게장 중에서 제일 맛있다" 라고 평을 한 간장게장입니다. 이것 먹으면서 '엄마가 간장게장 좋아하시는데.... 택배로 바로 부칠 수 있다는데 비싸겠지' 생각했습니다. 계산하기 직전에 슬쩍 햬기했더니 우리의 김서방이 "나도 그 생각했는데... 보내드려" 흔쾌히 말해줘서 서울로 몇 마리 바로 쏘기도 했습니다.  이 포스팅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둘 다 먹을 거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많이 먹거나, 너무 좋은 걸 먹으면 불편해지는 이상한 금욕주의 근성같은 걸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선 '정말 맛있는 간장게장 먹어봤으니 나머지 수십 끼는 아무래도 괜찮다.. 2011. 12. 22.
남매 우리 엄마가 나를 마흔 다섯에 낳으셨다. 그러고도 2년 뒤에 동생을 또 낳으셨다. 게다가 무려 동생은 아버지의 환갑둥이!(얼레꼴레 부끄부끄) 그러니 어렸을 적 교회 권사님들이 우리 남매를 이삭이라 부르시던 게 무색하지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늙은 엄마가 동생을 낳지 않았으면 내 인생이 어떤 색깔이 됐을까 싶다. 덩치는 내 두 배지만 어렸을 적부터 그저 마음으로 든든하기만 했지 삥뜯고 뜯기기가 일상이었...(지금까지도 ㅠㅠ) 방금 전 우리 아이들 둘이 나란히 학교에 갔다. 나간 지 얼마 안되어 전화해서는 "엄마 내 주모니에 500원 있는데 이따 끝나고 뭐 사먹어도 돼? (야, 된대 된대) 달고나도 돼?(된대)" 이런다. 괜히 귀엽고 므흣해서 미소 짓다가 동생 생각이 난다. 그렇게 늙은.. 2011. 12. 20.
성격 좋은 아이 일을 하고 들어와 몸이 노곤노곤하여 피곤한데 채윤이가 스스로 우동을 끓여 먹겠단다. 엄마 힘들면 쉬고 있으라고 사.용.설.명.서. 잘 읽어 보고 끓여서 둘이 먹겠단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오케바리 하고 있었다. 주방이 요란스럽더니 금방 현승이가 달려와서는 "엄마, 누나가 물이 끓는다는 게 뭔지 물어보래. 어떻게 돼야 끓는거야?' 하길래 어쩌구 저쩌구 대답해줬다. 다시 금방 다다다다 달려와서는 "엄마, 누나가 물이 끓지도 않았는데 우동을 넣었어" 란다. 으이그, 쉬게 두지를 않아요! 하고 나가서 바가지로 욕을 퍼부으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데 채윤이 주방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하면서 "죗옹합니다. 물을 보니까 그냥 넣고 싶었습니다" 이런다. 참 쉽게 노여움도 안 타고 잘 삐지지도 않는 성격이라니...... 2011.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