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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71

시간표 보고 설렘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라 불리던 현승이가 대입에 재도전 하여 다시 새내기가 되었다. 첫 학기 시간표가 이렇다고 한다. 이 시간표에 왜 이리 마음이 왈랑거리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승이가 마음에 들어하니 엄마로서 좋은 것은 기본인데... 어렸을 적에 국문과를 꿈꿔본 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표, 특히 과 과목을 보자 못 이룬 꿈을 이룬 느낌으로 마음이 파르르 설렜다. 설렜다는 말이 맞다. 선망이 있었던가 보다. 중고등 시절 내내 꿈꾸던 학과는 영문과였다. 영어 과목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그때 누군가 "네가 너 자신이 되는 것이, 너로 가장 아름답게 꽃 피우는 것이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동생을 사랑하는 가장 큰 사랑이고, 인류를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일이야"라고 Carl Jung의 가르침으로.. 2024. 3. 6.
마지막 생일 페이스북에 5년 전의 포스팅이라며 올라왔다. 엄마 생신잔치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생신상을 차려 드렸다. 엄마 생신을 지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저 날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4주기 추도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엄마의 마지막 생신을 추도식을 기억하는 봄날이다. “맞는 놈이 여기 쳐라, 저기 쳐라 허남? 혀주는 대로 먹는 거지” 이라니... 우리 엄마도 충청도 화법 쩔었었네! 돌아가신 엄마가 웃음을 준다. 5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엄마 이야기를 다시 본다. --------------------------------- 천진난폭, 순진무궁 우리 엄마(2019년 3월 5일) 생신상 차린다고 떠벌이고 생색 낸 김에 애기가 된 우리 엄마.. 2024. 3. 5.
Sound of Silence 20년 넘은 육아일기 "푸름이 이야기"의 푸름이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푸름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그 말이 죄다 자랑인 듯하여 도통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간단하게 자랑하자면, 좋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과 공연을 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교수님이 보통 교수님이 아니라서 이게 좀 믿어지지도 않는 일인데. 열심히 잘했습니다. 우리 채윤이 대학생활 4년은 보석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면 친구, 공부면 공부, 음악이면 음악 모두 A+입니다. 친구와는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화해하고 치열하게 좋아하고 죽도록 놀며 합주하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처럼 교양과목 하나까지 재미있게 공부하고, 음악은, 아... 우리 채윤이 음악은... 이제 엄마가 감히 논할 수 있는 경지가.. 2024. 3. 4.
작고 강한 새 언제 어디서나 새, 새소리는 내게 현존하라는 메시지이고 현존은 다름 아닌 그분을 향한 깨어남이다. 어느 순간, 어디에서나.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일도 비슷한 표상이다. 이제 침묵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저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면 커피 향에 새소리, 그리고 가만하고 착한 아름다운 사람까지 떠오르니... 이건 잔이 아니라 하나의 마음이다. 저 잔에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나갔다. 새들의 서식지도 아닌데 귀를 사로잡는, 박새로 추정되는 새의 소리이다.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오래오래 올려다보며 들었다. 한참 듣다 폰카메라를 들어서 촬영을 하고, 그리고도 한참 서서 듣는데도 그 자리에 앉아 긴 노래를 불렀다. 작고, 가만하고 착한 새이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독.. 2024. 3. 2.
자녀와 개 ▲ 제르망 장 드로아스(Germain-Jean Drouais, 1763-1788), 예수님과 가나안 여자, 1784년 자녀와 개, 누가 자녀이고, 누가 개인가?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자녀와 개를 구분하고 차별하시겠다는 뜻인가? 예수님이 그런 분인가? "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9)"라고 말씀하셨던 분 아닌가. 바리새인들 안에 있는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자의식, 자녀라는 특권 의식을 꿰뚫으시고 발에 차이는 돌로 여기셨던 분 아닌가. 발이 차이는 돌에 비하면 개는 더 나은 것 아닌가.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대.. 2024. 3. 2.
나 E 아니라고오! QT MBTI_2 안녕? Jung 쌤이야. 내 유형 기억나? 지난 호 첫 만남에 유형 먼저 밝히고 시작했었는데. 교회 청년부에서 처음으로 MBTI 검사를 했던 때가 생각나네. INFP가 나왔어. 정말 내 유형 같았어. 어쩌면 이렇게 나를 잘 설명하지 싶었고. 그런데 친구가 그러는 거야. “네가 어째서 내향형이야? 넌 E야!” 이 말에 어찌나 화가 나고 흥분이 되는지.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검사결과도 그렇고, 유형 설명을 읽어봐도 나는 확실히! I였거든. 문제는 I이면 I였지, E라는 말 한마디에 뭐 그렇게 분노 버튼이 눌리고 그러냐는 거지.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 며칠 동안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적이 있어.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냐”며 걱정하고 묻고 또 묻고 그랬지. 그럴수록.. 2024. 3. 1.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기쁨 한 주에 두세 번은 아침부터 출근을 한다. 출근 거리 1미터. 긴 테이블의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 자리로 도보로 옮겨가 zoom 사무실에 출근카드 찍기. zoom 강의가 있는 날에 늦잠 자는 아이들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세상에!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찌뿌둥한 기분으로 나와서 이걸 발견하고 기분이 막 좋아졌다나 뭐라나. 그래? 그러면 또 참을 수 없지! 다음 날 또 zoom 사무실 출근 전에 샌드위치 밥상을 차려 놓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건 참 좋은 거라...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 2024. 2. 29.
작고 확실한 격려 화, 수 오전 줌강의를 마치면 배가 고플 대로 고프다. 자장면을 시켜 먹을까? 생각했는데 모처럼 네 식구가 다 있네! 뭐라도 만들어야지 생각하며 애호박과 두부를 꺼냈다. 현승이가 "된장찌개 끓이게?" 한다. "왜애? 된장찌개 먹고 싶어?" 하니 "아니, 재료가 딱 된장찌개잖아." "오~ 그러네! 그런데 된장찌개 아니야. 잔칫집 분위기 만들 예정이야...." 호박전과 김치전과 두부부침을 했다. 기름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기름칠이 필요한 영혼이다. 왁자지껄한 냄새로 영혼의 흥을 돋구고 싶었던 것 같다. 생애 가장 고군분투하며 지낸 7년을 마무리하는 JP를 격려하고 싶은데 냉장고에 준비된 재료가 없고, 나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JP 만큼이나 내 영혼도 버석버석하다. 그래서 그의 영혼 나의 영혼에 다다.. 2024. 2. 28.
작고 확실한 기쁨 You must believe in spring!을 자꾸 읊조리고 다녔더니 예상치 못한 봄 같은 선물이 찾아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봄은 아직 먼 것 같아 답답한 마음으로 저녁 산책을 나섰는데 "이래도 못 믿겠느냐!"면서 코 앞에 봄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움트는 저 생명을 "봄" 아닌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탄천으로 내려가자마자 예쁜 새소리가 귀를 잡아 끄는데,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더듬고 더듬어 찾아보니 한 녀석이 앉아 노래를 해댔다. "주께서 사랑하신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떠하든, 지금 하는 그 생각 그대로 일지라도 사랑하신다!" 새는 늘 그렇게 운다. 한참 서서 듣다 다시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반대편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길을 선택했다. 아까 그 녀석이 따라왔나? 그런데 조금 더 요.. 2024. 2. 28.
You Must Believe In Spring 빌 에반스의 "You Must Believe In Spring"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책과 음악이 위로가 되긴 하지만, 어쩐지 일으켜 세워지지 않는 마음이다. 봄을 믿을 수 있을까?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을 믿게 해 달라는 기도의 마음이다. 그래서 고른 음악이다.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고, 세상에나... 라는 책을 쓰신 신부님의 메시지이다. 선물 같은 메시지를 받고 그분의 책을 다시 꺼냈다. 서문을 읽었다. 두 번 반복해서 읽고 나서 이대귀의 를 플레이 리스트에 걸었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손짓하시는데... 봄을 믿어야 한다. 나는 봄을 믿어야 한다. 당신도 봄을 믿어야 한다. "내밀리고 밀리고 휘둘려서 마음이 황량해지는 대신에, 먼저 자유로이 광야를 품을" 결심을 늘 이 .. 2024.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