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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72

수능 감옥 수능 전날, 교육지원청에 수험표 받으러 가는 차 안이었다. 수능 며칠 전부터 예민함인지 긴장감인지 수능을 향한 어떤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 흐름이 있는데 감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나름 감지하지만 농담이라고 했다가, 배려라고 한 마디 했다가 된통 당하는 그런 사람 둘이 있고... (그게 나야, 둠빠둠빠 두비두바, 불쌍하다, 둠빠둠빠 두비두바, 하난 너야, 둠빠둠빠 두비두바...) 수능 전날이니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이었다. 입시생 심기 살피며 조심조심 수다 떨며 가고 있는데 옆 차선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쌩 지나갔다. 입시생 모자, 동시에 짜증 버튼이 눌렸다. 아, 진짜.... 음... 현승아, 수능 시즌에 그런 법 있으면 좋겠다. 저렇게 수험생 스트레스 주는 사람들 다 신고할 수 있.. 2023. 11. 18.
그게 나야 멀쩡하게 설거지하다 멀쩡한 고무장갑을 가위로 잘랐다. 그게 나야... 심지어 마음에 드는 고무장갑이라 요즘 설거지 담당 자처했는데. 그걸 왜 때문에 어떻게 자를 수가 있지? 그게 나야... 맥락없이 이 노래가 자꾸 생각나고. 난 이 노래 참 좋아하고... 2023. 11. 17.
"기도, 시대가 묻고 전통이 답하다" 나음터 5주년 영성 특강에 초대합니다. 탈종교 시대, 제도교회로는 목마른 영적인 사람들이 영성의 길을 묻습니다. 영성의 길은 기도의 길이기에, 영성의 전통 안에서 기도의 길을 찾습니다. 연구소 5년의 소중한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내적 여정의 고민과 성찰을 담은 두 개의 논문을 기반한 강의입니다. 탈기독교 시대와 관련하여 부각되는 용어가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는 뜻의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입니다. SBNR을 키워드로 탈기독교 시대 중년을 위한 교회 교육에 관해 논문을 쓰신 김동준 목사님(동반자과정 2기)의 강의와, 아빌라의 데레사 『영혼의 성』의 기도로 논문을 쓴 정신실 소장의 강의입니다. 1강, 시대가 영성을 묻다 : 탈종교 시대 SBNR의 신앙 여정(김동.. 2023. 11. 16.
하늘이라고 하늘이라고 늘 맑고 푸르러야 하는 것은 아님을 알기에 어두운 하늘, 무거운 하늘, 먹구름 하늘에도 많이 순순한 마음이 되었는데... 그래도 모름지기 하늘이면 맑고 푸르고 그래야 하늘 아닌가 싶어 부아가 치밀거나 무기력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 가끔 하늘이 창조성 끌어올려 작품 활동을 해주기도 한다. 신비롭다. 어느 새벽의 하늘, 어제 저녁의 하늘 사진이다. 어느 새벽에는 밤새 마음이 천국이었는지, 기분 좋게 눈을 떠 베란다 앞에서 저런 장난스러운 하늘을 만났고. 며칠 타나토스 에너지 상승하여 황폐해진 마음이었던 어제 저녁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오렌지빛 황홀경을 만났다. 이런 하늘, 저런 하늘, 하늘이 참 좋다. 2023. 11. 8.
김치 찹쌀떡 찹쌀떡 대신 김치찜이라며... 맛있는 묵은지를 줘서 수험생에게 찹쌀떡 대신 김치찜을 해주었다. 명선 이모표 찹쌀떡! 2023. 11. 8.
낳고 키우고 성장하고 논문을 일차 완성한 후에 베란다 화초 정리부터 했다. 시든 잎들 잘라내고, 말라 죽은 애들은 장례 치르고, 분갈이도 했다. 베란다가 훤하다! 아침마다 들여다 보며 잘 자라라, 잘 자라라, 식물 키우는 맛! 이차 완성이 된 후에는 책상을 정리했다. 쌓이고, 쌓이고, 쌓인 책들을 책꽂이에 꽂았다. 테이블이 훤해졌다. 식물을 키우고, 논문을 낳고, 논문을 쓰고, 식물을 키우고... 키우는 일, 배우는 일, 성장하는 일... 참 좋아해. 아무튼, 내일 논문 제출한다! 2023. 11. 5.
파 본 김에 계속 파 봄 하정과 함께 단양강 어디쯤으로 가서 명선이를 만났다. 강 목사님이 키운 파를 한 아름 받아왔다. 파 본 김에 사골국을 끓였.... 아니고. 마침 꼬리곰탕 끓여놨는데 제대로 짝을 만났다. 살아있는 파 향이 좋아서 멈추지 못했다. 우리 현승이, 아침으로 꼬리곰탕 먹이고 점심 도시락으로 파 한뿌리 다 때려 넣어서 파볶음밥을 싸줬다.(사진 못 남김) 파 본 김에 계속 파 보기로... 저녁 산책 나가서 명선에게 전화했다. 이런저런 얘기하다 저녁 장 볼겸 나왔다고 했다. 그러다 득템 한 레시피이다. 닭갈빗살 파 구이! 에어프라이에 굽다 답답해서 프라이팬으로 옮겼다. 별 양념도 안 했는데 너무 맛있고. 꼬치에 끼우면 꼬치구이인데... 꼬치가 없었다. 파 본 김에 계속 파 보기로... 토요일 오전 줌으로 하는 내적 여.. 2023. 11. 3.
인생 후반으로 떠나는 여행 生, 노을이 물드는 시간18 허무의 강물 위에서 수속을 다 마쳤고, 탑승 시간까지는 넉넉하게 여유가 있다. 공항 탑승구 앞에 앉았던 그 어느 때와도 느낌이 다르다. 어쨌든 떠난다는, 여행 그 자체로 이미 가벼워지고 설레는 그런 마음이 아니다. 들뜨기보다는 가라앉아 있고, 가라앉은 마음은 묵직하다. 뭐라 딱히 이름이 붙여지지 않는, 참 낯선 감정이다. 일 년여의 시간을 네팔에서 보낼 예정이다. 들뜬 설렘은 없지만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은 있다. 이른 퇴직 후에 다른 삶을 구상하겠다는 남편의 결단 뒤에 좋은 우연이 따라왔다. 네팔에서 일하며 선교하는 후배와 닿아 가서 일도 하고 선교도 돕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몇 년 기한으로 남편 혼자 떠나려 했으나, 뒤늦게 급하게 나도 일단 일 년 정도 함께 하기로 했다... 2023. 11. 1.
천국 도래 주일 예배에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하는 하나님 나라였다. 아기 태양이 유아세례식을 시작하며 목사 JP가 태양이를 안고 예배당을 한 바퀴 돌았다. 태양이가 움직이는 곳마다 천국의 마법이 뿌려진다. "하아......" 탄성과 함께 무장해제 된 교유들의 표정은 하나님 나라였다. 이름 그대로 구름 뚫고 나온 '태양'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경건할 수 없는 엄마 아빠의 서약 시간에... 태양이는 청중을 향해서 천국을 발사하며 주의를 흩트렸다.. 천국에 취한 교우들의 귀에 서약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떻게 저렇게 작은 몸으로, 저렇게 뚱한 표정으로, 수십 명 사람들의 영혼을 일순간 말랑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천국은, 이런 곳일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교가 클.. 2023. 10. 24.
송충이의 일 열대야가 끝나고 저녁 바람이 선선해질 즈음엔 나뭇잎들에 '노랑 끼'가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초록에 노랑을 섞으면 연두가 되지만, 초봄 새 잎이 나올 때의 그 연둣빛이 아니다. 여름 끝, 가을 초입은 '노랑 끼' 있는 잎을 좋아한다. 스러짐의 계절을 받아들일 준비라 여겨져서일까? 잠시 어정쩡한 빛을 띠다 공기가 차가워질수록 제각각 숨겨둔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붉은색, 노란색 단풍이 들면 나무 인생 가장 화려한 시절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 영광이 짧다는 것도 나는 안다. 화려한 영광 뒤에서 이들은 힘을 빼고 있다. 꽉 쥔 손을 펴며 힘을 빼고 있다. 바람 한 번 휘리릭 불면 우수수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떨어져 뒹굴며 버석버석 말라 이리 뒹굴고 저리 차이고 하다 쓰레기가 되어 자루에 담겨 어디론가 .. 2023. 10. 23.